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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07 공무원 없는 모래 상자

진행자
리암 카피 에디터 홀리 카피 에디터
KOREA JOONGANG DAILY

공무원 없는 모래 상자

한국 경제에 반도체가 없다면…. 난감하다. 단순 수치로 따져도 그렇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의 비중은 20.9%였다. 자동차ㆍ조선 등 주력 산업의 고전에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 2년 연속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반도체 원맨쇼’에 앞장섰다.

What if the Korean economy did not have semiconductors? It would be in trouble, according to simple numbers. Last year, semiconductors took up 20.9 percent of total exports. While major industries, such as automobile and shipbuilding, struggled, semiconductors remained the mainstay of the economy. Samsung Electronics topped semiconductor revenue in the world for two consecutive years, in 2017 and 2018, leading the “semiconductor one-man show.”

한국에서 반도체가 성공한 비결은 뭘까.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는 답이 있다. “정부 관리가 반도체를 모를 때 시작해서”다. 정부 규제가 없을 때 사업을 시작해 성공했다는 말이다. 공무원 조직이 반도체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각종 ‘규제 시집살이’에 될 일도 안 됐을 수 있다는 뉘앙스다. 정부를 향한 기업의 요구는 한결같다. 규제 완화다.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할지라도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시작하는 기업에 각종 규제는 거추장스럽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에 발목 잡혀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다.

What is semiconductors’ secret to success? Some joke that it’s because the semiconductor industry began when government officials didn’t know what it was. It could be successful because the businesses began before government regulations. If bureaucrats had known about semiconductors, they would have implemented so many regulations that they may not have been so successful. Businesses’ demands to the government are consistent. They always call for deregulation. While regulations are necessary for society as a whole, companies starting new businesses or services often find them burdensome. Outdated regulations that don’t fit the times could hinder businesses and make them fall behind in the competition.

이런 기업에 정부가 숨구멍을 터줬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다. 신(新)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효용성을 시험해볼 수 있다. 정부는 문제 있으면 사후에 규제한다. 2016년 영국에서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도입된 뒤 일본 등 각국에서 이 제도를 운영했다.

Recently, the government has been letting businesses breathe with a “regulatory sandbox.” It’s a system that waives regulations for a certain period of time so companies can pursue creative ideas to nurture new industries. Companies can experiment the utility of new technologies and services. The government can regulate if problems arise later. It was first introduced in Britain in 2015 to promote the fintech industry and other countries, such as Japan, followed suit.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가정집 뒤뜰에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공간을 설치해 모래를 담아 놀게 한 상자다. 게임용어로 샌드박스는 사용자가 정해진 틀이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뜻한다. 얽매임 없는 규제 샌드박스는 반(反)기업 정서 속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기업 정책에 속 끓였던 기업에 날아든 낭보다. 기업은 반색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융합 분야)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ICT분야), 금융위원회(금융분야)에 기업의 신청이 이어졌다. 우선 산업부(11일)와 과기부(14일)가 첫 대상을 선정한다.

A sandbox — a plastic or wooden box set up in the backyard — is filled with sand for children to play safely. In gaming, sandbox refers to a game that users can freely enjoy without set rules or limitations. A regulatory sandbox without constraints is good news for struggling enterprises in the face of the government’s anti-business sentiment. Businesses welcome the policy. Many companies have submitted applications to the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for industrial convergence fields, the Ministry of Science and Technology for ICT fields and the Financial Services Commission for financial fields. The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 announced the results of its selection Monday.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규제 샌드박스 1호 승인을 계기로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화수분처럼 솟아나도록 정부가 힘써 달라”고 말했다. 반도체 같은 화수분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척박한 모래에서 혁신의 꽃이 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모래 상자를 건드리지 않는 공무원의 무관심이다. 일단 그 약속만이라도 지키면 된다.

President Moon Jae-in said on Feb. 8 that with the first approval of the regulatory sandbox, the government would work hard to help new attempts and innovations overflow in the industrial fields. While it is hard to expect huge success, such as with semiconductors, I hope the flowers of innovation bloom from the sand. But bureaucrats need to keep their promise not to meddle with the sand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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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소개
리암 (카피 에디터)
뉴욕 브루클린 출신. 한국 생활 2년 차. 떡볶이와 김밥을 좋아함.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카피 에디터로 근무 중. 미국에서도 라디오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한국에서 ‘뉴요커가 읽어주는 3분 뉴스’ 진행하게 된 걸 신나하고 있음.

홀리 (카피 에디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음. 2016년 여름 한국에 왔으며, IT 회사와 교육 관련 회사를 거쳐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카피 에디터로 일하는 중. 여가 시간엔 여행을 하고, 반려견 '콩(Kong)'이와 노는 걸 제일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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