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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 [<!HS>삶의<!HE> <!HS>향기<!HE>] 분노의 날

    [삶의 향기] 분노의 날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정치가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있는 대로 빨아들여 간다. 벌써 몇 달 째다. 하긴 길게 보면 몇 년 째다. 촛불항쟁과 대통령의 탄핵이 있었고 새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의 만남, 북미 간의 대화도 있었다. 모두 나름 소화하기 벅찬 정치적 이슈들이었다. 이제 좀 지나가나 싶었는데 법무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언론매체가 온통 그 ...
  • [<!HS>삶의<!HE> <!HS>향기<!HE>] 무사

    [삶의 향기] 무사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몇몇 지인들과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수년째 읽고 있다. 읽기가 지루한 시대도 있고 익히 아는 고사가 등장해서 흥미로운 시대도 있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역시 진시황시대와 초(楚)·한(韓)이 각축하는 시대였다. 한 번은 '진시황 본기(本紀)'를 읽고 있던 중에 좌중이 크게 웃었다. 진시황 30년이었는데 단 한 ...
  • [<!HS>삶의<!HE> <!HS>향기<!HE>] 흔들리며 간다

    [삶의 향기] 흔들리며 간다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피카소와 당대의 작가들”이라고 기억된다. 10여년 전 뉴욕의 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한 기획전의 이름이다. 전시는 피카소의 그림을 그가 영향받았던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 및 당대 작가들과 비교하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잔·고갱·마티스·브라크, 그 외 여러 작가의 그림이 피카소와 함께 전시되었다. 나란히 놓고 보니 그림들은 ...
  • [<!HS>삶의<!HE> <!HS>향기<!HE>] 너그러움

    [삶의 향기] 너그러움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내가 홍차를 마실 때 커피 마시는 사람이 나에게 커피를 마시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나의 입맛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외식하러 갈 때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무엇을 먹겠니?”라고 묻는다. 그들의 입맛을 배려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주머니 사정에 문제가 없고 아이들의 식습관 걱정이 없다면 그들의 희망을 들어준다. 입맛의 ...
  • [<!HS>삶의<!HE> <!HS>향기<!HE>] 작은 이름들을 위하여

    [삶의 향기] 작은 이름들을 위하여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누가 심었는지 아파트 단지 허름한 공간에 모란과 작약이 몇 걸음 떨어져서 자라고 있다. 두 꽃을 한때 혼동하기도 했던 나에게 좋은 기회여서 매년 관찰해 보니 두 꽃은 한참 달랐다. 싹도 잎도 꽃도 겨울을 나는 방식도. 그런데 금년에는 모란꽃을 보지 못했다. 4월 중순쯤 전지하던 사람이 막 잎을 내던 모란을 잡목인 줄 알고 ...
  • [<!HS>삶의<!HE> <!HS>향기<!HE>] 책을 정리하며

    [삶의 향기] 책을 정리하며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직업이 교수니 책이 모인다. 필요해서 사기도 하고 언젠가 필요할 듯해서, 또 혹은 제목과 저자에 끌려서 사기도 한다. 받는 경우도 많다. 선후배들이 자기가 썼다고 혹은 만들었다고 책이나 CD를 보내온다. 책 얘기를 하고 있지만 실은 나에겐 악보와 음반이 책만큼이나 많이 모인다. 재직한 기간이 30년 넘으니 그렇게 해서 ...
  • [<!HS>삶의<!HE> <!HS>향기<!HE>] 사치(奢侈)

    [삶의 향기] 사치(奢侈)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오페라는 사치다. 돈을 벌지는 못하면서 많이 쓴다. 전석 매진을 해도 제작비의 반을 건지기 힘들다. 동원되는 사람과 물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연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난다. 이 적자를 감당하려는 의지가 없는 곳에서 오페라는 사치다. 분에 넘치는 호사가 사치의 말뜻이라면 그렇다. 재정적 지원 없이 오페라는 불가능하다. ...
  • [<!HS>삶의<!HE> <!HS>향기<!HE>] 자유 연습

    [삶의 향기] 자유 연습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장터 가는 달구지 위에 송아지 한 마리/ 슬픈 눈을 하고 실려 있네/ 그 위 높이 제비 한 마리/ 날래게 창공을 가르며 날고 있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조앤 바에즈의 노래 '도나 도나'의 첫 절이다. 선율이 좋아 뜻도 제대로 새기지 않은 채 듣던 이 곡이 목가적인 노래가 아니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두 번째 ...
  • [<!HS>삶의<!HE> <!HS>향기<!HE>] 왜 새로움인가?

    [삶의 향기] 왜 새로움인가?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서양음악에서 새로움을 추구한 역사는 오래지 않아서 18세기 후반부터의 일이다. 바흐만 해도 그의 작품이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좋은 음악 기술을 습득해서 필요한 음악을 잘 쓰는 것이 중요했다. 마침 그의 시대에는 유럽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보편적인 음악 언어가 있었고 그는 그 언어들을 모두 마스터한 ...
  • [<!HS>삶의<!HE> <!HS>향기<!HE>] 반주

    [삶의 향기] 반주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반주는 엄밀히 구분하자면 2중주(duo)를 하는 일이다. 기악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예컨대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반주자라고 하지 않는다. 성악 경우에는 반주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성악이 중심이고 피아노는 이를 뒷받침한다는 뜻이 그 안에 있다. 하기는 우리는 성악가의 이름을 보고 음악회를 가지, ...
  • [<!HS>삶의<!HE> <!HS>향기<!HE>] 만추 - 바라봄

    [삶의 향기] 만추 - 바라봄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낙엽이 진다. 찬비가 하루 내리더니 나무를 물들였던 단풍이 떨어져 땅을 덮는다. 은행나무 밑은 노랗게, 느티나무 밑은 밝은 갈색으로, 벚나무와 단풍나무 밑은 붉게. 땅 위의 낙엽이 수북해지니 나무는 더 투명하다. 햇빛 밝은 오후, 정원의 벤치에 앉는다. 위아래로 보이는 색의 잔치가 그대로 시(詩)다. 스마트폰에 친구들이 ...
  • [<!HS>삶의<!HE> <!HS>향기<!HE>] 가난한 시절의 향연

    [삶의 향기] 가난한 시절의 향연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아마,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아실지도 몰라요. 옛날에 유엔군총사령부(VUNC) 방송 애청자였다는 걸 선생 글을 통해서 읽었습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수소문, 수소문해서 전화번호를 알아냈어요.” 그 목소리는 나를 50여년 전으로 불러냈다. 1960년대, 음악이 귀하던 시절이었다. 우리 ...
  • [<!HS>삶의<!HE> <!HS>향기<!HE>] 콩나물에 물주기

    [삶의 향기] 콩나물에 물주기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젊은 목사 문익환이 그의 스승 장공 김재준에게 물었다. “교인들이 교회 문밖에 나서기도 전에 잊어버리는 설교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스승이 답했다. “콩나물에 물주기니라.” 콩나물을 키우는 사람은 하루에 대여섯 번 콩을 깔아놓은 시루에 물을 붓는다. 물은 부을 때마다 즉시 다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그 물기로 자라 ...
  • [<!HS>삶의<!HE> <!HS>향기<!HE>] 지키는 힘

    [삶의 향기] 지키는 힘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하고 소리 내어 읽는다. 자연스럽다. 네 단어를 다르게 배열해 본다. “달아 밝은 달아 달아”. 어색하다. 다른 조합 “밝은 달아 달아 달아”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달아”를 제시한 후 한 번은 지켰다가 다음에 바꾸고 다시 돌아오는 고전적 원리, 기-승-전-결의 원리 ...
  • [<!HS>삶의<!HE> <!HS>향기<!HE>] 긴 호흡

    [삶의 향기] 긴 호흡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역사의 흐름이 실감되는 요즈음이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70년이라는 긴 시간을 떠올리는 이가 나뿐만 아니리라. 작년 말까지도 거친 말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핵 단추를 누르니 마느니 하던 두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일생 처음 한반도에서 전쟁, 그것도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
  • [<!HS>삶의<!HE> <!HS>향기<!HE>] 마이크는 비겁하다

    [삶의 향기] 마이크는 비겁하다

    이건용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열흘쯤 전 일요일 오후 한 시, 나는 덕수궁 옆에 있는 성공회 교회 마당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햇빛 속에서 차를 마시며 담화하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다. 그러나 이날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노래 소음 때문에 망쳤다. 옆 사람과 대화가 힘들 정도, 노래방 안에서 듣는 음악 정도랄까. 서둘러 ...
  • [<!HS>삶의<!HE> <!HS>향기<!HE>] 바람이 하는 대답

    [삶의 향기] 바람이 하는 대답

    이건용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회의 중에 물컵을 던져도 되는 줄, 연습을 시키다가 악보를 내동댕이쳐도 되는 줄, 학생들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려도 되는 줄 알았다. 어떤 불같은 성미의 CEO는 부하의 정강이를 구둣발로 차기도 했다. 몹시 고통스러운 이 폭행을 '쪼인트깐다'고 하는데 그는 그 집념으로 ...
  • [<!HS>삶의<!HE> <!HS>향기<!HE>] 강함과 약함

    [삶의 향기] 강함과 약함

    이건용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물이 어떻게 나와요?” 작은 아이가 옆에서 물었다. 아이는 수영복을 다 입고 이제 샤워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걸 누르면 돼.” 나는 손바닥으로 십여초 간 물이 나오는 자폐밸브를 눌러 보여주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밸브를 누르고 샤워를 했다. 그때 알았다. 아이에게는 그 장치가 너무 높이 달렸다는 ...
  • [<!HS>삶의<!HE> <!HS>향기<!HE>] 귀환

    [삶의 향기] 귀환

    이건용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음을 정확하고 곧게 내는 일은 쉽지 않다. 자를 대지 않고 직선을 그리는 것처럼 어렵다. 한 번 어떤 음을 정해서 불러보시라. 음높이가 흔들리든가 강약이 일정치 않을 것이다. 목소리도 그렇고 악기도 그렇다. 악기를 연습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음 하나하나를 균일하게 쭉 뻗어내는 연습이다. 음악에서 쓰이는 소리가 ...
  • [<!HS>삶의<!HE> <!HS>향기<!HE>] 얼마나 다르면 다른 것인가

    [삶의 향기] 얼마나 다르면 다른 것인가

    이건용 작곡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생일 주인공을 둘러싸고 노래를 부른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앞뒤 가사가 동일한 두 구절이다. 가락도 거의 같다. 그러나 약간 다르다. 음악이 상승했다는 느낌이 있고 앞의 것은 질문, 뒤의 것은 대답으로 짝을 이룬다. 이것이 같음과 다름의 균형, 즉 대조이다. 음악분석에서는 이것을 a:a'로 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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