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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만날 기회 주니, 빈곤층 아이들 꿈이 자라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문화?다양성재단의 그랑제콜 입시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들이 ‘아름다움’을 주제로 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레아(18·가운데)는 획일적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콜라주 작품을 선보였고 가브리엘라(18·왼쪽)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겠다며 수업 내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화가의 꿈을 꿔 본 적은 없습니다. 저에게 예술은 사치라 생각했거든요.”

 프랑스 파리 외곽 북동부 도시민감지역(ZUS·Zones Urbaines Sensibles)에 사는 아랍계 이민자 무함마드(19)는 이렇게 말했다. ZUS는 1인당 연소득이 1만 유로(약 1400만원)에 불과한 빈민가. 무함마드의 부모도 직업이 없어 형편이 어렵다. 무함마드는 결석을 밥 먹듯 하며 중학교 때는 1년간 유급 당한 문제아였다. 고교 진학 후 담임 권유로 잠시 목공일을 배웠지만 얼마 안 돼 그만뒀다.

 그랬던 그에게 화가의 꿈이 생겼다. 지난해 ‘문화·다양성재단(Fondation Culture & Diversit<00E9>)’이 운영하는 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접하면서다. 데생 실력을 눈여겨본 미술교사가 추천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처음엔 억지로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끌려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면서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무함마드는 “그림을 그릴 때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열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얼마 전 그는 재단이 운영하는 프랑스 소수 엘리트 양성 대학인 그랑제콜(Grandes <00E9>coles) 입시 교육 프로그램에 선발됐다. 재능은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실제 그랑제콜 교수들이 내년 3월 예정된 입시까지 지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첫 수업이 있던 지난달 29일 강의실은 열정이 넘쳤다. 무함마드와 처지가 비슷한 20여 명의 학생은 미술 분야 최고 그랑제콜 중 하나인 국립응용미술학교(ENSAD)에서 ‘beaut<00E9>(아름다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클로데트(18·여)는 종이에 붙인 낡은 천 조각을 보이며 “쓰다 남은 헝겊도 활용 방법에 따라 아름답게 재창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라(18·여)는 “아름다움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하루 종일 천으로 눈을 가리고 돌아다녔다. 빅투아 뒤브리웰 교수는 “빈곤층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이라며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서 자신감을 키워주고 잠재된 재능을 깨워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006년 세계적 금융그룹인 피말락(Fimalac)이 설립한 문화·다양성재단은 ‘빈곤층 아이들이 예술가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다. 매년 1300만 유로(약 182억원)를 집행하는 재단의 사업은 둘로 나뉜다. 빈곤층 학교 150곳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공연·미술·음악 등 예술을 체험하고 직접 무대에 설 수 있게 한다. 루브르박물관·홍푸앙극장 등 100개 협력 기관과 학생 눈높이에 맞춘 공연, 전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왔다. 지난 6년간 1만5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두 번째는 무함마드처럼 예술에 재능 있는 학생들의 그랑제콜 입학을 돕는 것이다. 예술 체험 프로그램 참여자 중 매년 70~80명의 고3 학생들을 선발해 입시 준비부터 입학 후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모두 지원한다. 6년 동안 443명이 이 프로그램을 이수했는데 185명이 그랑제콜에 최종 합격했다. 그랑제콜 입학정원이 학교당 200~300명, 평균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합격률(42%)이다.

파리=글·사진 윤석만 기자

◆그랑제콜(Grandes ecoles)=프랑스 최고의 명문 고등교육기관. 바칼로레아나 실기시험 등에서 입시 성적이 상위 1% 이내에 드는 우수 학생만 진학할 수 있다. 행정관료·정치인·기업가·예술가 등 각 분야 엘리트는 대부분 그랑제콜 출신이다. 예술계 그랑제콜은 미술·음악·공연 등 분야별로 학교가 세분화돼 있고 입학정원이 한 곳당 200~300명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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