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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퇴직연금 투자 제한 풀어라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7월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퇴직이나 이직을 할 때 근로자가 사전에 설정한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퇴직급여가 자동 이전된다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퇴직금을 은퇴할 때까지 보존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직 때 퇴직금을 중간정산 해서 불필요하게 퇴직금을 써 버리는 것을 막고, 은퇴 후 노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선진 노후 준비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한국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 아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직까지 현행 퇴직연금 제도에 대해 한국인 대부분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의무적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선택한 상품은 무엇인지, 그 상품은 어떤 자산에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는지, 자산의 분배는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 퇴직연금펀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IRP는 펀드·정기예금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계좌 내 상품 전환이 자유로워 효율적인 연금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각 상품의 특성을 이해하고 본인의 투자 성향과 환경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결과에 따라 개인의 연금 수령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다른 하나는 퇴직연금이 일부 자산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퇴직연금은 은퇴생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폭넓게 운용돼야 한다. 그런데 퇴직연금 중 예금이나 보험 등 원리금은 보장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상품이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펀드의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

 ‘401K’라는 퇴직연금 플랜이 정착된 미국의 경우 근로자 10명 중 8~9명이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가입하고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한 한국의 근로자와 달리 대부분의 미국 근로자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호하는 등 퇴직연금 운용에 적극적이다. 미국인이 주식을 가장 매력적인 투자군이라고 보는 이유는 장기 투자해야만 하는 퇴직연금의 속성상 주식만큼 장기투자에 적합한 대상이 없다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퇴직연금 운용을 위해 평균 20개 이상의 투자 상품군(포트폴리오)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식·채권뿐 아니라 원자재·상장지수펀드(ETF)·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퇴직연금의 자산운용에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은 예금과 원리금을 보장상품 등 두 가지로 간추릴 수 있을 정도로 그 투자자산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나마 펀드로 운용하는 자산 역시 그 투자 대상은 국내 증시에만 국한돼 있다. 6월 말 현재 퇴직연금 펀드는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의 비중이 전체 퇴직연금 펀드의 86% 수준에 이른다.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반면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는 각각 0.5%와 0.3% 수준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은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 그러나 안정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충분한 은퇴생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퇴직연금으로 투자 가능한 자산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분산투자를 제한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직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투자의 다변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설령 퇴직연금 제도의 가입자들이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길 원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채권혼합형 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어렵다.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 투자 관점에서 안정성과 수익률을 적절히 추구해야 하는 연금 운용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국내 자산에만 한정해 운용하기보다는 해외주식, 선진국보다 이자율이 높은 신흥국의 국채와 아시아 하이일드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분산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상품을 개발·판매해 투자자에게 보다 많은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중요한 의무다. 폭넓은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의 성공적인 도입 및 안착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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