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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안철수는 어디에?

이철호
논설위원
안철수(이하 경칭 생략)가 사퇴한 23일 저녁, 문재인 캠프는 낭패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선거에 단련된 간부들은 “한 방 먹었다. 제 혼자 살려고 우리 다 죽인다”고 역정을 냈다. 일방적 사퇴는 예상조차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 2002년 11월 14일 새벽 서울 명동 포장마차의 노무현·정몽준 러브샷과 완전 딴판이다. 안철수는 단일화 협상을 중단(14일)시킨 뒤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출구가 막힌 안은 손절매나 다름없는 후보 사퇴를 선택했다. 그는 “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했지만 진심인지도 의문이다. 서로 손을 들어줘도 모자랄 살얼음판에 문 캠프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사이버 세계는 분주해졌다. 세상에서 제일 처절한 싸움이 골육상쟁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증발되고 여론조사를 둘러싼 권력 다툼으로 변질됐다. 친노 쪽은 안을 ‘이명박의 세작(간첩)’이라며 새누리당보다 훨씬 가혹하게 물어뜯었다. 그러다 사퇴 선언이 나온 직후 일제히 “비난 트윗을 삭제하자”고 돌아섰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다. 탤런트 유아인만큼 반감을 제대로 표현한 경우는 없다. “아름다운 단일화 같은 소리 하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목적을 상실한 권력, 근본을 상실한 권력…신물나게 싸워봐라.” 안 캠프 관계자들은 ‘통큰 형님’이나 ‘일방적 양보’는 언론 플레이일 뿐 물밑에선 배다른 동생처럼 구박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더 큰 문제는 안철수의 사퇴가 박근혜가 아니고 문재인과 민주당 때문이란 점이다. 안은 피해자, 문은 가해자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안철수가 사퇴 결심을 굳힌 것은 22일 옛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담판 직후라 한다. 1시간30분의 담판에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노려보다 자리를 떴다. 이미 전날 밤 TV토론에서 문은 “대북 정책이 이명박과 비슷하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은 축소가 아니다”며 안의 신경을 긁어 놓았다. 안철수는 그날 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은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다.” 사퇴 직전엔 참모들에게 “그래도 나는 영혼은 팔지 않았다”는 말을 남겼다. 문과 민주당을 향한 분노와 배신감이 묻어난다.

 정치판엔 ‘스케줄도 메시지다’는 말이 있다. 안은 바로 지방으로 잠적했다. 문은 하루 종일 성당과 사찰에서 고민하는 사진을 찍어 돌렸다. 지금 문 캠프의 전략은 투 트랙(two track)이다. 우선 안 캠프 쪽에 협력 전화를 돌리고 있다. 기성 정치권 출신들은 움직일 조짐이지만, 40대의 안 캠프 핵심들은 꿈쩍도 않는다. “할 말 없다. 입장이 정리되면 연락하겠다. 이해 바란다”는 휴대전화 문자만 돌아오기 일쑤라는 것이다. 또 하나, 문재인은 사실상 공식 활동은 시들한 상태다. 오로지 안철수의 지방 동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리인을 통해 “제발 만나자”며 통사정 중이라 한다. 문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서 만나는 게 급하다. 지방까지 달려가 머리를 숙이는 사진 한 장이 최고의 선거전략이다.” 이런 초조감이 “안 후보님의 눈물을 잊지 않을 것” “안 후보님의 형편이 되는 대로 빠른 시일 내 만나 뵐 생각”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대선이 다시 안철수에게 휘둘리고 있다. 그의 지지층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변수다. 안철수는 “저쪽(문재인)이 더티하다(더럽다)”는 묘한 말을 남겼다. “문 후보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졌다”는 사퇴문에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쌓인 앙금을 풀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이 가만 있을 리 없다. 최후의 압박 수단이 남아 있다. 본선에서 패배하면 그 책임을 제대로 돕지 않은 안철수에게 뒤집어 씌울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안이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공동정부나 지분을 요구하면 야합으로 비칠 게 뻔하다. 대선 지원에 너무 체중을 실으면 ‘새 정치’의 정체성이 무너지고, 팔짱을 끼기엔 본선 패배가 너무 분명한 게 딜레마다. 다시 한번 ‘간’철수의 별명대로 애간장을 태울지 모른다. 그리고 가장 몸값이 높을 때, 깜짝 놀랄 방식으로 개입을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몸에 배인 예능 정치가 어디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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