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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파랑새의 백의종군

문창극
대기자
파랑새가 추락했다. 새장 안에서 자란 그는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거센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날갯짓 몇 번 하다가 곤두박질쳐 버렸다. 그는 새장 안에서 창공을 얘기하고 멋진 신세계에 대해 말했다. “내가 날아오르면 당신들의 꿈은 금방 이루어진다.” 목마른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를 이용하려던 사람들은 그를 부추겼다. 파랑새는 자기를 독수리로 착각했다. 멋지게 날아가고 싶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쉬워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날개가 그렇게 가냘픈지 몰랐다. 땅에 떨어져 날개를 퍼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이 독수리는 죽지 않았다. 저 폭풍우를 뚫고 다시 날아갈 것이다.” 파랑새는 아직 독수리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파랑새의 꿈을 살려주지 못한 거센 바람을 탓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바람도 견디지 못한 파랑새의 허약함을 비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약삭빠른 사람들은 다른 새를 날려 보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박수를 친다. 파랑새는 곧 잊혀질 것이다.

 안철수는 너무 맥없이 무너졌다. 그는 온실에서 성장한 화초였고 새장 안에서 고이 자란 파랑새였다. 야생성이 없는 그는 단일화 압박을 견뎌낼 수 없었다. 뒤늦은 평가이지만 당선이 되었다 해도 그런 약한 대를 가지고 험난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었겠는가? 지도자의 길은 바람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서는 것이다. 출마 선언을 했으면 지는 것이 뻔하더라도 끝까지 가야 했다. 그 시련을 견디는 것이 용기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하차하는 순간 대중은 그로부터 떠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되었고 모범적인 가정도 꾸렸다. 창조적인 생각으로 기업을 이루었고 또 나눔을 실천한 인물이다. 사람은 잘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 있다. 자신의 재능을 알고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게 살았던 안철수가 무슨 콘서트 길에 나서면서부터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의 허방이었다. 인기가 너무 높았기에 스스로 ‘세상이 별거 아니구나’ 하고 느낄 만했다. 그는 “너 자신을 알라”는 기본을 놓쳐버렸다.

 정치라는 지형에 맞는 인간형이 있다. 그런 사람들만 그 땅에 모여들고, 그런 사람들만 살아남는다. 역사, 문화적 조건 때문인지 우리 정치가 유독 그런 경향이 심하다. 그렇다고 정치를 그런 사람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안철수가 말하는 새 정치는 그래서 기대가 높았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불안해진 인물들은 바로 정치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100명의 의원을, 100만이 뽑은 대통령 후보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안철수의 공로는 그런 사람들에게 경고의 나팔을 분 것이다. 권력만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메시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등장과 소멸은 하나의 개혁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의 사퇴는 정치에서 ‘책임’이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본인도 책임이 없이 행동했고, 지지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가 무엇인가? 인기란 무엇인가? 누구에 대해서도, 무엇에 대해서도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그저 의견만 표시하면 그만이다. 그런 무책임성에서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졌다. 정당인은 최소한 정치적 소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즉 조직으로 결집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힘을 쓰겠는가, 아니면 아무 부담을 가지지 않는 무정형한 군중이 힘을 쓰겠는가? 안철수의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허무한 사람끼리 허무하게 좋아하다 허무하게 헤어진 것이다. 그래서 민주정치는 책임정치가 되어야 하고 그러자면 정당정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당에도 문제가 있다. 혼자 힘으로 집권할 능력이 없으면 왜 그런지 반성을 하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정치가 제도로서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변할 생각은 안 하고 눈속임으로 정권만 잡으려 한다. 단일화가 바로 그런 것이다. 안철수를 등장시켜 성장시키고, 단일화 압력을 넣는 과정을 돌아보면 너무나 기획 냄새가 난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니 안을 등장시켜 판을 흔든 뒤, 그 주인공마저 ‘팽’을 시키는 수순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는 사퇴의 변을 하면서 ‘백의종군’을 말했다. 백의종군이 무슨 뜻인가. 이순신처럼 나라를 위해 아무 보상도 없이 묵묵히 전장에 나가는 것이다. 당파를 위한 투신이 아니라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다. 안철수는 자신을 불쏘시개로 이용한 한 정파를 위해 뛰겠다고 한다. 답답한 일이다. 그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롤 모델’이었다.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을 가지고, 성공했던 옛 자리로 돌아가라. 묵묵히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라. 나라를 위해 이름 없이 일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백의종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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