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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수천만 명… 할인 혜택은 OK, 개인정보 노출은 찜찜

4명 중 한 명꼴로 지갑에 넣고 다녀
통합포인트 카드가 지갑 속을 파고들고 있다. 회사나 브랜드별로 운영하던 포인트 제도들이 하나로 묶이면서 회원 증가세에 가속이 붙은 것이다. 윤씨의 CJ ONE 카드 활용이 대표적인 사례다. CJ는 2010년 브랜드별로 운영하던 포인트 제도를 통합했다. 카드 한 장이면 CGV·빕스 등 그룹 내 28개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때 포인트가 쌓이도록 했다. 회원 수는 지난달 1200만 명을 넘었다. 보통 이 정도의 회원을 모집하려면 기존에는 평균 3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렸다. CJ 그룹 마케팅 관계자는 “CJ가 일반 소비생활에 필요한 품목을 비교적 다양하게 갖췄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호응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CJ 회원의 70% 가까이가 20, 30대 여성이었지만 근래에는 남성 회원 비중이 커지는 등 통합포인트 카드가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기도 했다는 것이다.

통합포인트 마케팅이 업계에서 시작된 건 10여년 전이다. 1999년 SK가 ‘OK캐쉬백’ 카드를 내놓으면서다. 회원 수도 3600만 명으로 가장 많다. 약 150개 제휴사의 통합포인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2005년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포인트 제도를 묶은 ‘롯데멤버스’를 내놨다. 39개 계열사 품목이 대상이고, 회원 수는 2500만 명이다. SPC가 2000년 선보인 ‘해피포인트 카드’는 회원 수가 1200만 명이다. 식품·외식 전문그룹의 첫 통합포인트 카드로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 등 12개 브랜드에서 이용할 수 있다. GS의 ‘GS&포인트’ 카드는 2008년 주유소·편의점 체인과 홈쇼핑을 통합했다. 회원 수는 1700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중복 회원을 빼면 국민 4명 중 한 명꼴로 지갑 속에 이런 통합포인트 카드를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통합포인트 카드는 보통 구매금액의 0.5~10%를 적립해 주고 쿠폰 등을 통해 할인혜택도 지원한다.

포인트 사용 봇물은 불황 풍속도
통합포인트 카드의 활용 실적을 보면 불황기 알뜰 소비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SK마케팅앤컴퍼니가 OK캐쉬백 포인트의 적립금 대비 사용액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해당 기간 포인트 사용액이 적립액보다 많았다. CJ ONE의 경우도 올해 1분기 총 적립 포인트는 전년 동기 대비 1.5배로 늘어났지만 사용한 포인트는 약 5배로 늘었다. 이전에 적립한 포인트를 부지런히 쓰고 있는 셈이다.

포인트는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진 일종의 빚이다. 포인트 사용이 몰리면 적잖은 부담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통합포인트 카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현용진 KAIST 교수(경영학)는 “단발성 할인행사와 달리 포인트는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한 사람에게 지속적인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인트 통합은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더 높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란 이야기다.

좀더 들여다보면 깊은 수읽기가 숨어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 마음 읽기’를 가능케 하는 마케팅 수단이 된다. 기업이 단순히 물건만 팔면 고객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하지만 포인트 카드를 통해 회원을 관리하면 신상 정보 이외에 부가가치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무슨 물건과 서비스를 선호하는지, 자주 이용하는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 소비 패턴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개별 소비자 패턴이 뭉치면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연령·지역·성별·직업별로 다양한 표적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CJ 관계자는 “실행 단계는 아니지만 올리브영에 자주 가는 고객이 빕스도 자주 가는 패턴이 확인된다면 공동 이벤트를 하는 등 혁신적인 회원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오정석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통합포인트 카드는 비용 대비 소비자 정보수집 효과가 큰 마케팅 도구”라고 말했다.

통합포인트 카드를 운영하는 기업 대부분은 향후 이런 ‘빅데이터 마케팅’까지 구상 중이다. 고객 패턴을 관리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형성된 패턴을 분석해 양질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통합포인트 카드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통합포인트 카드가 편리하면서도 한편으론 찜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소비활동 반경과 기호가 고스란히 기업 전산실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간혹 낯선 기업 콜센터에서 구매나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전화가 불쑥 걸려오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예지(27)씨 지갑에는 그 흔한 포인트 카드가 한 장도 없다. 몇 해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피해를 본 뒤 가입한 회원카드를 모두 해지했다. 그는 “할인 등 혜택을 생각하면 아깝지만 기업이 나에 대해 시시콜콜 알게 된다는 생각에 꺼림칙했다”고 말했다.

보험사·텔레마케터에 정보 넘어가기도
개인 정보가 제휴사와 가맹사에 제공된다는 점은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한 요소다. 포인트 카드에 가입하면 보험사, 신용카드사, 인터넷 쇼핑몰, 종합 텔레마케팅사 등 제3자도 개인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업체는 회원가입 권유, 상품 홍보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사용한다. 이용한 적이 없는 보험사나 카드사로부터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광고성’ 전화나 각종 문자메시지, e-메일 등이 날아오는 이유다. 염홍렬 순천향대 교수(정보보호학)는 “고객의 편의라는 점을 빌미로 통합 서비스를 확대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고객 혜택 제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파악할 뿐 다른 용도로는 이용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제3자에 대한 정보 제공도 고객 동의가 없으면 안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원 가입 시 약관을 일일이 읽는 사람은 드물다. 기업들이 개인정보 수집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 자체를 막아놓다 보니 무조건 승낙해야 하는 줄 알고 한꺼번에 ‘동의’ 항목에 체크하기 십상이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법학)는 “기업이 소비자의 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기업 입장에서 포인트로 생색은 내면서 정작 가입하지 않은 고객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여선 성신여대 교수(소비자학) 는 “진짜 고객 혜택을 주고 싶다면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낮춰주는 것이 맞지 않으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소비취향까지 수집한다
전문가들은 또 개인정보 유출 같은 보안 사고도 우려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제휴사들과 관행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디로 공유한다는 사전·사후 공지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보안서비스도 잘돼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08년 GS칼텍스 자회사 직원이 포인트 카드 고객 1125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도 고민 중이다. 김정섭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 보호윤리과 사무관은 “빅데이터라는 개념도 이제 막 화두가 되기 시작해 현재 뚜렷하게 마련된 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의 정보를 이용하고,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전문가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와 기업·소비자 모두 ‘혜택’만 생각했지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둔감했던 것이다. 염홍렬 교수는 “소비자들은 통합포인트 카드에 대해 얼마나 혜택이 커졌는지만 집중한다”며 “자칫 기업에 의한 ‘리틀 브러더스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이용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등을 고객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경진 교수는 “기업은 개인정보취급 동의를 형식적으로 받고, 소비자는 아무런 문제 인식 없이 ‘동의’에 클릭한다”며 “특히 소비자 스스로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주의 깊은 관심을 두어야 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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