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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라이벌은 헬리콥터·무인도·미술품

영국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 공장 근로자들이 20일 차 앞유리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로봇 없이 100%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사진=영국 롤스로이스]
대형 세단 롤스로이스와 소형차 미니(MINI)는 쇠퇴해가는 영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다. 영국 모기업 로버의 경영난으로 독일 BMW그룹에 1994년(미니), 98년(롤스로이스) 잇따라 인수된 뒤 옛 명성을 되찾았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미니 28만5060대, 롤스로이스 3538대로 모두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영국 기업 총 수출액의 1%가 두 차로부터 나온다.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을까. 비결은 철저한 고객 중심 맞춤형 제작 시스템에 있었다. 10억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나 4000만원짜리 미니 모두 고객의 개성과 성향을 최대한 반영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빨리 찍어내는 것보다 제작 속도가 좀 느리더라도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9, 20일 영국 굿우드의 롤스로이스 본사·공장과 옥스퍼드의 미니 생산공장을 둘러봤다.

20일 오전 런던에서 남쪽으로 2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굿우드의 롤스로이스 본사. 넓은 들판과 호수, 잘 가꾸어진 숲이 본사와 공장을 끌어 안아 중세의 성(城) 같은 느낌이었다. 입구에는 길이 5.6m인 대형 스포츠카 ‘롤스로이스 팬텀 쿠페’가 전시돼 있었다. 입구 안쪽 벽에 걸린 스크린에서는 8월 런던 올림픽 폐막식 때 인기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이 차에 올라 타 열창하는 모습이 나왔다. 바로 옆 전시실에서는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자이자 사진작가인 카를 라거펠트가 자신의 롤스로이스를 모델로 찍은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공개 초청된 VIP 고객들이 사진전을 감상 중이었다. 롤스로이스는 철저히 맞춤형 생산이라 고객들은 차량 주문 후 한두 번 정도 본사를 찾게 마련이다. 이곳에 원하는 만큼 머물면서 승마·골프·요트 같은 고급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롤스로이스 8년 새 생산량 12배로
본사 사무실·전시실에 인접한 공장으로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가죽과 수백 개의 재봉틀, 고급스러운 재질의 목재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차 공장이라기보다 가방이나 가구 공장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앤드루 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차체 천장과 계기판, 시트에 쓰이는 자재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련미와 정교함이 필요한 작업이라 가죽 가공 명인과 보석 세공가, 전직 고급 란제리 디자이너 같은 럭셔리 산업 장인들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직원의 80%는 영국인이다.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독일산 황소 10마리 분의 가죽이 들어간다. 공장에는 그 흔한 로봇 한 대가 없었다. 100% 수동 공정이었다. 한 공정을 마치고 다음 공정으로 차체를 옮길 때도 손으로 밀어서 움직인다. 볼 매니저는 “사람 손보다 정확한 건 없다는 것이 롤스로이스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1980, 90년대에 ‘한물 간 승용차’라는 비아냥을 받은 롤스로이스가 재기한 발판은 고객 주문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맞춤형 시스템이다. 7년째 롤스로이스를 디자인하고 있는 캐빈 하틀리 시니어 디자이너는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안전을 저해하는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어떤 주문사항이라도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가령 자신의 애완견 털 색깔이나 핑크색 립스틱 색깔을 원한 고객의 주문을 수용했다. 부인을 위해 계기판 시계 12시 자리에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를 박아달라는 인도 부호의 이색 기호도 맞춰줬다. 고객과 긴밀히 소통하고 공정마다 완벽을 기해 차 한 대 완성에 1년6개월까지 걸린다.

고객이 요청한 색깔로 도장한 BMW 미니(MINI) 차량들이 19일 영국 옥스퍼드 소재 생산공장에서 레일을 따라 운반되고 있다. [사진=영국 BMW 미니]
문화적 감수성도 롤스로이스의 고급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BMW그룹은 롤스로이스의 공동 창업자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 시대의 전성기를 재현하자는 뜻에서 잉글랜드 북서부 크루에 있던 롤스로이스 공장을 2003년 굿우드로 옮겼다. 굿우드는 헨리 로이스의 자택이 있던 곳이다. 또 해마다 세계적인 수퍼카 전시축제인 ‘굿우드 스피드 페스티벌’과 클래식카 경주대회 ‘굿우드 리바이벌’이 열린다.

“롤스로이스의 라이벌은 다른 고급 차가 아닙니다. 헬리콥터나 무인도·미술작품 같은 것들이죠. 부(富)의 향유물은 다 경쟁 상대예요. 성공한 사람이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자 선물이 바로 롤스로이스입니다.” 롤스로이스의 경쟁 차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볼 매니저의 답이다. 차 한 대 값이 4억~10억원이다. 그래서 ‘달리는 별장’이란 별칭도 붙었다. 비싸고 크지만 시속 100㎞에서도 소음 없이 차분한 승차감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대표 모델인 롤스로이스 팬텀과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왔다 간다’는 뜻이다. 본사 이전 첫해인 2003년 300대였던 생산량은 8년 만에 3538대로 12배 가까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도 등 신흥국 수요가 쇄도해 별 탈 없이 넘겼다고 한다.

롤스로이스는 새 모델인 ‘롤스로이스 아르데코 컬렉션’의 아시아·태평양 첫 출시 국가를 한국으로 정하고 28일 서울 청담동 매장에서 이 모델의 신차 발표회를 연다. 아르데코는 고전적 직선미를 추구하는 장식미술로 1920~3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다.
 
BMW 미니, 1조3000억원 들여 공장 증축
이에 앞서 19일 찾은 옥스퍼드 미니 생산공장엔 롤스로이스와 달리 거대한 로봇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체 미니 중 오스트리아 생산량 40%를 뺀 60%가 생산돼 100여 개국에 수출된다. 공장 입구에 ‘미니는 당신의 주문대로 만들어집니다(MINI built to your order)’라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조립 중인 차 앞유리마다 고객 주문서가 붙어있었다. 안내를 맡은 레베카 백스터는 “대량생산 시스템이지만 옵션이 워낙 다양해 고객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차’를 가질 수 있다. 똑같은 미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객은 319개의 외장재와 372개의 내장재, 그리고 40개의 색상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지정할 수 있다. 고객 주문이 들어와야 생산에 들어가니 공장에는 재고 차가 없다. 엔진과 차체가 결합되는 공정에는 ‘엔진 결혼(Engine Marriage)’라는 귀여운 문구가 붙어있었다.

68초마다 한 대씩 하루에 총 900대가 생산된다. 날로 인기를 더해 지난해 5억 파운드(8660억원), 올해 2억5000만 파운드(4330억원)를 들여 공장을 증축하고 있다.

미니는 59년 영국의 BMC(British Motor Corporation)가 연비 효율 높은 초(超)소형차를 목표로 개발했다. 당시 이집트 수에즈 운하 봉쇄로 유조선 통행이 끊겨 석유값이 급등할 때였다. 이후 소형차 시장에서 한 자리를 구축하다가 94년 BMW그룹이 인수한 후 고급차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해치백과 컨버터블, 쿠페 등의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배기량은 1600cc와 2000cc 두 종류가 있고, 가격은 3000만~5000만원대다. 백스터는 “미니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경제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전 재미와 현대적 디자인을 더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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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