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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플랫폼 주도권 쥐고 선도할 정부조직 있어야”

앱스토어를 앞세워 콘텐트 세계를 장악한 애플이 세계 휴대전화 제조업체 이익의 70%를 독차지한 상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페이스북 등은 유·무선 플랫폼을 활용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옛 정보통신부 주도로 초고속 인터넷과 3세대(3G) 무선 네트워크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 이제 콘텐트와 플랫폼에서 밀리며 과거 영광의 빛이 바래는 모습이다. 9월 출범한 ‘정보·방송·통신 발전을 위한 대연합(ICT 대연합)’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화여대 송희준(행정학과·사진 왼쪽) 교수, 그리고 1985년 설립 이래 우리나라 정보통신(IT)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동욱 원장이 최근 중앙일보에서 만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송 교수=2007년 애플 아이폰이 나오면서 ‘ICT 생태계’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그 전에는 좋은 기계를 삼성전자 같은 데서 만들고, 거기 담을 콘텐트를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애플은 발상을 확 바꿨다.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를 만들고 이걸 담을 그릇을 나중에 생각했다. 이렇게 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를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ICT 생태계다. 애플 같은 승자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누리지만 패자는 노키아처럼 하루아침에 몰락한다. 생태계 전쟁의 무서운 단면이다

김 원장=동의한다. 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www)의 등장으로 인터넷이 대중화했지만 콘텐트·방송·소프트웨어가 별도로 존재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모바일 세상에는 이런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미국계 글로벌 기업이 갖추고 인터넷 세상을 지배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네트워크와 디바이스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IT 강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애플·구글 같은 충격적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 교수=삼성의 제조 실력은 세계 으뜸이다. 하지만 이 분야는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아이폰도 사실 중국 폭스콘에서 만든다. 2년 전 미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아이폰을 만들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도저히 안 된다”고 답했다. 언제든 부르면 나와서 일하고, 숙련된 제조기술을 갖춘 중국 노동자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점점 그런 식으로 갈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콘텐트 쪽은 고용 유발 효과가 제조업의 1.5배다.

김 원장=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은 정부가 직접 IT기업을 지원하진 않지만 연구개발(R&D)이나 인력 양성 등 인프라에 엄청나게 투자한다. 인터넷 자체도 미 국방부에서 만든 것이고 애플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시리 역시 정부에서 대학 연구소에 준 자금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미 정부가 통상·무역과 기업 활동의 자유만 확보하면 상위 10개 글로벌 IT 기업 중 8개를 차지하는 미국 업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송 교수=한국도 핵심 의제와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실패작이다. 차기 정부에서도 ICT 전담부처를 중심으로 혁신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몇 년 안에 국내 ICT 생태계는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지금은 너무 일관성이 없다. 종합계획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다. 방통위는 통신산업, 지식경제부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트 등 저마다 기본계획이다 종합계획이다 내놓는다. 전략적으로 뭐가 가장 시급한지 판단하고, 종합적인 틀 아래서 한정된 자금과 인력의 효율적 투자 얼개를 만들 새로운 부처가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CP+N’의 형태로 일관성 있게 ICT 전략을 이끌어갈 조직을 구상해야 한다.

김 원장=CPND의 생태계를 육성하려면 신속성과 효율성이 핵심이다. 방통위 방식의 합의제로는 어렵다. 콘텐트 분야는 열려 있다. 전담부서 안에 반독립적인 규제위원회를 만들어 관리하면 된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방송사업자 재허가, 방송평가, 공영방송사 임원 선임·추천, 콘텐트 심의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 된다. 디바이스는 지경부에 맡기자. 새로운 부처는 전문인력 양성, R&D, 벤처·중소기업 육성, 융합정책 수립, 보안, 정보격차 해소, 개인정보 보호 같은 업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 정통부를 부활해 5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건 한심한 얘기다. 혁신 친화적인 규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컨트롤타워 개념보다는 이니셔티브를 쥐고 치고 나가는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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