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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처방 만지작거리는 ‘윤전기 아베’

극우 발언을 자주 해 ‘망언 제조기’로 불리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민당 총재는 최근 새로운 별명 하나를 얻었다. ‘윤전기 아베’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그가 “일본은행(BOJ)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공언하면서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일본판이다.

아베는 정부가 발행하는 건설국채를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일본은행에 떠넘기는 방안을 슬쩍 흘렸다.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일본은행은 그걸 무조건 사주라는 것인데, 이게 바로 정부가 윤전기를 돌려 돈을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버냉키식 양적 완화(QE)와 비교해도 훨씬 과격한 정책이다.

중앙은행의 국채 직매입은 일본에서 금지된 극약처방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썼다가 부작용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꼭 80년 전인 1932년 11월 25일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채권 2억 엔어치를 직접 사들였다. 1931년 9월의 만주사변, 1932년 3월의 만주국 건설 등으로 새로운 재정수요가 발생하자 정부가 그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었다. 정부가 손쉽게 돈을 조달한 데다 통화공급도 늘리고 금리까지 낮출 수 있어 당시엔 ‘일석삼조의 묘수’ 같았다.
하지만 훗날 일본은행은 깊이 참회한다. 1983년 편찬된 일본은행 백년사는 이렇게 적고 있다. “1932년 가을 본행이 국채 인수방식의 실시에 동의한 것은 본행에서 중앙은행의 기능을 빼앗아가는 첫걸음이 되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일본은행의 국채 인수는 나랏빚을 크게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일본 재정·금융사의 큰 실책으로 결론이 나있다.

당시 이를 주도한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淸) 대장상에 대해 “붕괴에 처한 일본 재정의 생명선을 노구를 던져 보강하고 세계 대공황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일어설 수 있게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일시적 편법’이 관행화하고 확대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책임이 크다.
아베는 시장과 언론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은행의 직매입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으로 아베의 일본은행 흔들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베는 일본은행에 고용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일본은행 총재로 인플레이션 목표에 찬성하는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했다. 독립성이 생명인 중앙은행 총재가 총리의 심복으로, 일본은행이 정부의 지시에 따라 ‘돈을 푸는 기계’로 전락할 판이다.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아베의 윤전기가 제대로 돌아 엔화의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한국은 환율의 수난을 각오해야 한다. 일본판 ‘근린궁핍화 정책’에 큰 피해를 볼 나라가 바로 수출경쟁국 한국일 수 있다. 그게 과거사를 부정하고 반한·반중 정책을 공식화하는 아베의 속내와 맞아떨어지는 광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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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