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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택시가 ‘진짜’ 대중교통이 되려면

나는 출퇴근에 지하철을 이용한다. 버스를 이용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준공영제란 민간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서비스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환승 시스템, 이를 바탕으로 이동 거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요금을 매기는 체계에 만족한다. 버스 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된 것도 뿌듯하다. 찬성한다는 얘기는, 내가 낸 세금을 버스 준공영제에 써도 좋다는 의사 표시다. 버스가 대중교통이라 가능한 일이다.

택시와 버스업계가 시끄러웠던 한 주였다. 택시도 버스나 지하철처럼 대중교통으로 보겠다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때문이다. 법안이 보류되면서 버스 업계는 예정했던 운행 중단 을 철회했지만 이번에는 택시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당한 파업이나 실력 행사라면 시민들도 참고 견디며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버스·택시업계가 세금에서 나오는 보조금과 혜택을 두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다. 세금이건 요금이건 그 비용을 댈 시민들의 뜻을 묻기는커녕 볼모로 삼아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이다.

발단이 된 택시의 대중교통 여부를 따져보자. 택시가 그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진짜 대중교통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24시간 언제나 내가 원할 때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에도 버스 전용차로를 달려 어디건 갈 수 있고,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값도 싸고, 심지어 낸 요금은 소득 공제도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불행히도 그런 교통체계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도대체 왜 버스와 지하철이 생겼겠나. 세계 어느 나라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대중교통이 될 수 없는 운명의 택시를 대중교통에 준해 규제해 오던 정치권과 정부다. 과거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부실하던 시절에 그 빈 틈을 효과적으로 메우기 위한 방법이었다. 요금을 일정 수준에 묶어두는 대신 값싼 연료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규제와 혜택을 번갈아 주며 달래왔다. 그러다가 선거를 앞두고는 마치 세금으로 준공영화를 할 수 있을 것처럼 환상을 심어준 게 근본 원인이다.

택시 기사들, 특히 법인(회사) 택시 기사들의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은 잘 알려져 있다.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적정 대수보다 20% 이상 많은 택시의 수를 합리적으로 줄이고, 기사들이 적절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요금을 올리고, 요금 인상에 맞춰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감독하는 것 뿐이다.
과도한 세금 투입이나 요금 인상 없이 택시를 진짜 대중교통으로 만들 묘안을 정치인들이 ‘발명’해 온다면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최근의 택시 논란은 정치인들이 이익집단에 불가능한 환상을 심 고 부추긴 ‘포퓰리즘’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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