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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동원 옛말… ‘카페트 민심’이 관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가 UCC를 공모하며 내놓은 합성 아이콘(왼쪽).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가 컴퓨터·핸드폰 바탕화면용으로 만든 합성 아이콘.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을 연 23일 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소회를 가장 먼저 전한 곳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였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 10여 분 뒤인 8시37분쯤 “안 후보님과 안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 트윗은 54초 만에 한 네티즌이 ‘캡처’(포착)해 시사 포털사이트로 옮기는 등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TV방송 앵커가 “아직 문 후보의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할 때 네티즌들은 문 후보 트윗을 놓고 “안철수 지지자를 잡으려는 트윗”이라며 갑론을박하는 중이었다. 문 후보의 입장에 대한 민주당 대변인의 브리핑은 한 시간 뒤에야 이뤄졌다.

#24일 오후 3시57분. M포털사이트 시사게시판에 ‘안철수 비서실장 트윗’이란 글이 올랐다.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이 10분 전에 띄운 글이다. “안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 글을 옮긴 네티즌은 “안철수 향후 행보는 칩거일 듯”이라고 예상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수백 명이 조회했다.

대선전의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유권자는 이제 대선 후보의 말과 행동을 듣고 받아들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후보의 행보를 직접 찾아보고 논리를 파악해 자신의 생각을 곁들여 퍼뜨린다.

이는 SNS를 통해 가능해졌다. SNS 사용자들은 후보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고, 후보가 밝힌 내용을 비틀어 풍자 패러디를 만든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23일 협상을 치킨 주문에 빗댄 글이 SNS로 확산된 게 대표 사례다. 내용은 이랬다. “문재인: 난 프라이드/안철수: 난 양념/문재인: 그럼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어때요?/안철수: 양념 반 간장 반… 이게 마지막이에요.”

인터넷 논쟁 조회 수 200만 회 육박
22일엔 SNS에 ‘단일화 개론’ 동영상이 유포됐다. 영화 ‘건축학 개론’ 화면에 다른 대화를 더빙했다. 동영상에서 ‘납득이’는 단일화하는 법을 말한다. 영상 마지막엔 수지(안철수)가 이제훈(문재인)의 귀에 CD플레이어를 꽂아준다. 나오는 노래는 ‘기억의 습작’이다. “이젠~버틸 수 없다고~”란 가사다. 케이블 채널이 만든 콘텐트로 ‘또(박근혜)·문제니(문재인)·안쳤어(안철수)’ 등이 등장하는 ‘여의도 텔레토비’ 영상도 SNS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진중한 내용도 있다. 20~24일 페이스북 등에선 “나의 후보 찾기 도우미 결과는 [박근혜 OO%-문재인 OO%-안철수 OO%]입니다. 당신의 결과는?”이란 글이 퍼졌다. D포털사이트가 운영하는 ‘나의 후보 찾기 도우미’란 프로그램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무상의료 등에 대한 문항 중 답을 고르면 대선 후보와의 일치도가 비율로 나온다. 4일 만에 42만9584명이 참여했다. 네티즌들은 SNS 지인들에게 자신의 정치색을 알리고 해당 프로그램을 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초 진보·보수 논객이 벌인 ‘사망유희’ 토론 배틀도 화제였다. 영화 ‘사망유희’에서 주인공 이소룡이 1층부터 4층까지 다른 적과 싸우는 것처럼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보수 논객과 북방한계선(NLL) 등을 놓고 다퉜다. 보수 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토론은 11일(진중권 대 변희재), 18일(진중권 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잇따라 이뤄졌고 생중계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1일 토론 동영상은 193만 회가 조회됐고, 18일 토론도 115만 회 다운로드됐다.

‘그네가 있는 놀이터’ vs ‘아찌아찌 문아찌’
SNS 이용자들이 정치를 ‘유희’하면서 각 대선 후보 캠프는 재미있는 콘텐트 개발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이제 ‘카페트(카카오톡ㆍ페이스북ㆍ트위터의 첫 글자를 합친 조어) 민심’이 관건”이란 말이 나온다.

박 후보는 숨은그림찾기 게임인 ‘근혜를 찾아라’와 페이스북 놀이공간인 ‘그네가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박 후보의 중·고교 친구들이 말하는 ‘진짜 근혜를 아세요?’라는 동영상도 올렸다. 사용자가 자기 이름의 초성 자음으로 심벌 아이콘을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문 후보는 시민들이 노래를 만드는 ‘문제없어 송(SONG)’ UCC 캠페인을 열었다. 시민캠프 사이트에 ‘아찌아찌 문아찌’ ‘운명을 바꾼 남자’ 만화를 올려놓았다. ‘국민명령 1호’라는 정책 제안 사이트로 2만4750명의 참여를 받아 ‘장애인 등급제 폐지’ 정책을 내놓았다.

과거식 대선의 조직동원 문화는 사라지는 추세다. SNS로 사조직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캠프마다 SNS 서포터를 모집 중이다. “이색 유세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유세지원본부 특보로 위촉된다”(박 후보 캠프)고 공지한다. 선거 비용의 사용도 달라졌다. 공약집은 인터넷으로 유통시키고 돈이 드는 인쇄는 최소화한다.

그림자도 있다. 경희대 송경재(인터넷 정치학) 교수는 “후보의 SNS 인맥은 아무래도 지지자가 뭉쳐 있는 네트워크여서 한국의 오프라인 정치문화에서 나타나는 편가르기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SNS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의견을 더 강화하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보수 진영도 SNS에서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면서 충돌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사망유희 토론 배틀’도 인터넷과 SNS에서 약세이던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반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진보가 집권한 2004년 정부에 대한 불만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보수가 SNS에 많이 진입했다”며 “이젠 각 캠프가 SNS의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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