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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MH-60R 적절한 시험평가 안 했다”는 주장 파문

군 관계자는 최근 해군 소식통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해군 소식통이 ‘대잠 헬기 구입을 위한 시험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말했다. 골자는 두 경쟁 기종 중 하나인 미국 시코르스키사의 MH-60R의 함정 착륙 실험이 적절한 환경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잠수함 헬기 사업은 2010년 4월 시작됐다. 당시 해군의 전력 강화는 두 방향으로 전개됐다. 하나는 ‘차기 호위함(FFX)’이라 불리는 함정 대형화다. 울산급 호위함(2000t)과 천안함 같은 포항급 초계함(1300t) 37척을 배수량 2300t급 연안방어용함 24척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1차분 6척 중 2척은 건조됐고 나머지는 건조 중이며, 2차분 8척은 차후 사업 대상이다. 이들은 2014년까지 1, 2, 3함대에 배치돼 연안 작전을 전담한다.

해상헬기는 이 함정의 북한 잠수함 탐색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차기 호위함에 1대씩 적재한다는 게 계획이었다. 이에 국방부는 1981년 도입돼 20여 년간 작전 중인 구형 영국제 링스 헬기 25대 가운데 작전 손실된 2기를 뺀 23기를 교체하기로 했다. 이 중 8기를 먼저 해외 직도입하기로 하고 예산 5538억원도 책정했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 2월 18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뒤 5월 미국의 시코르스키와 영국의 아우구스토웨스트랜드가 각각 MH-60R과 AW-159에 대한 입찰 제안서를 내놨다. 방사청에 따르면 이어 시험 평가가 6월 14일~7월 27일 실시됐다. 6월 26일~7월 6일에는 시코르스키, 7월 7~19일은 AW-159가 대상이었다.

해군이 신형 대잠수함 헬기를 배치할 예정인 차기 호위함(FFX) 개념도.
그 결과에 대해 영국의 iTV 사이트는 “영국 남부 해상에서 AW-159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 랭커스터함(4900t)에서 착륙 시험 비행을 했다. 이를 한국 평가단이 지켜봤다”고 보도했다. 헬기는 착륙 갑판 중간의 고정 장치인 하푼-그리드에 고정됐다. 하푼-그리드는 헬기 바닥에서 뻗어나온 장치로 격자무늬로 된 철창 바닥을 움켜쥐어 고정하는 방식이다. 요동치는 해상에서 헬기를 안정시키는 필수 장비다. FFX도 이 장비를 설치했다. TV는 “AW-159는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링스의 개량형이라 문제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군 관계자는 “미국에선 제대로 된 착륙실험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H-60R엔 현재 대만 해군에 공급된 헬기를 제외하면 FFX에 맞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구입할 경우 새 착륙 장치를 개발하는 데 4년 걸린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코르스키의 대외담당인 프랜스 유르겐스는 본지와의 1차 e-메일 인터뷰에서 “시코르스키는 한국 함정에 MH-60R용 하푼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다. 최적의 장비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한국 예산으론 미국 기종 4대밖에 못 사
헬기 동체와 FFX 착륙 갑판의 길이의 관계는 더 큰 문제다. MH-60R의 최대 길이는 19.76m. 이런 헬기가 FFX에 착륙하려면 선체와의 통상 안전 거리인 ‘블레이드의 1/3(5.5m)’을 고려할 때 착륙 데크 길이가 25m 이상 되는 게 안전하다. 그러나 FFX 착륙 데크는 약 20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길이 15.24m인 AW-159엔 문제가 없지만 MH-60R엔 위험해진다. MH-60R이 하푼을 이용해 착륙하는 대만 캉딩급 구축함의 착륙갑판 길이는 35m 정도다. 한 무기 전문가는 “미 헬기가 한국 FFX에 착륙 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안전거리가 좁아 작전 중 해상의 날씨가 나쁘거나 바다가 요동하는 악천후엔 행어와 회전날개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한다. 일각에선 “헬기는 좁은 공간에도 착륙할 수 있어 반드시 큰 공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또 “한국군은 악천후 때는 작전을 하지 않으므로 실제로는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실제 착륙 실험이 필요하다. 해군 공보관실은 “두 기종 다 시험에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군 관계자는 “시코르스키에 이런 실험을 할 대상 헬기가 없어 대체 헬기로 육상 실험을 했다는데 이는 적절치 않은 실험”이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시코르스키 측에 2차 e-메일을 통해 시험 관련 질문을 했으나 24일 “양국 정부 간에 오간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방위사업청도 “곧 가격 입찰을 하는 민감한 시기라 일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MH-60R에는 가격 문제도 있다. 이 기종은 기능ㆍ성능 면에서 압도적인 최첨단 기종이다. 10t의 중형이고 공간과 이륙중량이 크다. 그런데 비싸다. 현재 기체와 서비스를 포함한 국제 시세는 1500억~2000억원이다. 카타르는 1500억원, 오스트리아는 1575억원. 그런데 최근 덴마크 정부는 최근 9대를 약 6억8600만 달러, 대당 84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발표했다. 무장 등의 차이 때문에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본지가 확보한 미국의 디펜스 시큐리티 코퍼레이션 에이전시(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의 문서에 따르면 한국의 8대 구입에 책정한 최대 가격은 10억 달러, 약 1조1000억원이다. 여기엔 후속 서비스, 스페어 부품이 포함된다. 한국 예산으론 4대밖에 못산다. 가격에 대해 시코르스키 측은 1차 e-메일에서 “이 헬기는 세계 최고다. 가격 문제는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해군은 시코르스키를 선호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상호(해군 자문위원)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는 MH-60R이 ‘대양해군 컨셉트’에 맞는 헬기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부상,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주변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한 걱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군 소식통은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시코르스키를 강력히 밀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고 전했다.

‘해군이 미국 헬기 편애한다‘는 소문 많아
AW-159의 결정적 문제는 해군의 꿈을 싣기엔 너무 작다는 것이다. 링스의 개량형인 AW-159는 5t의 소형이다. 한 무기 전문가는 “항속거리도 짧고, 디핑 소나를 실으면 어뢰를 못 싣는다. 소나 성능도 떨어진다. 연료를 가득 채우면 무장이 약해진다. 개량형도 거기서 거기”라고 주장한다. 해군 관계자도 “20여 년간 링스를 운용했지만 이제는 그걸로 모자란다는 게 해군의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토웨스트랜드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며 “AW-159는 원거리 작전 능력, 소나 장착 등을 요구하는 한국 해군의 작전요구조건(ROC)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영국도 육군만 AW-159를 사용하며 해상 작전 경험은 없다는 지적이 있지만 현지 언론은 영국 국방부가 62대를 주문했고 이 가운데 28대가 해군에 배치된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는 한국이 책정한 예산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더 많은 지원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시코르스키 편을 들어주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상호 교수는 “비싸지만 크고 성능이 좋은 데다 동맹인 미국 헬기를 도입할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문제는 가격”이라고 했다. 그는 MH-60R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최대 반으로 깎는 것 ▶한국의 예산증액 ▶구입대수 줄이기 등이 거론되지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가격을 깎아줄 가능성은 낮다. 예산증액도 문제다. 국가재정법 시행령 22조는 ‘총 사업비가 확정계획안보다 20% 이상 증가한 사업은 타당성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해군 관계자는 “작전 요구로 제시된 8대를 다 사거나 다 못사는 것만 가능하다”며 “4대만 산다는 식은 없다”고 말했다. 아니면 수리온이라는 한국형 대잠 헬기 개발을 기다리는 것인데 국산 개발은 현재로선 기약이 없다. 이처럼 사정이 복잡해 노대래 방사청장이 최근 “내년 초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실제론 표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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