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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악기들이 같은 언어로 앙상블 이루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창단 63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다. 영국 그라모폰지가 세계 6위 오케스트라로 선정한 것은 언급하지 않더라도 뒤늦게야 이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벨벳 사운드를 선보였던 마리스 얀손스는 이번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하 BRSO)을 지휘했다. 얀손스와 BRSO는 예술의전당에서 20, 21일 양일간 베토벤 교향곡 4곡만으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첫날 베토벤 교향곡 2번은 양일 통틀어 최소 편성이었다. 제 1바이올린과 제 2바이올린이 양 날개처럼 포진한 구성에 4대의 베이스와 2대의 호른이 눈에 띄었다. BRSO 관악 주자들의 움직임은 생동감이 넘쳤다. 펄떡이는 물고기가 비늘에 반사시킨 햇빛 같았다.

2악장에서는 남부 독일의 햇살이 멀리서 들어오는 듯했다. 아쉽게 호른의 실수가 눈에 띄었지만, 플루트가 청아한 선율을 공중에 띄웠다. 3악장 총주에서 다이내믹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최후의 음이 길게 퍼지지 않고 단단하게 공중에 머물러 있게 만드는 얀손스의 지휘가 절묘했다.휴식시간 뒤에 베토벤 교향곡 3번 ‘에로이카’가 연주됐다. 6대의 베이스, 3대의 호른 등 단원 수를 늘린 편성이었다. 얀손스의 지휘봉을 따라 타이트한 총주가 시작을 알렸다. 목관은 끝이 둥글고 투명했다. 클라리넷, 플루트, 현으로 이어지는 순환 부분에서 다른 악기들 사이에서도 같은 언어를 쓰고 있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현악주자의 활은 정해진 대로의 템포를 준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합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정치가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것이 저런 앙상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얀손스의 지휘봉은 다른 연주들에서는 엄격하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마치 춤추게 하는 듯했다. 단원들 모두 동작과 표정이 풍부해 개개인의 연주 모습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었다.

2악장 장송행진곡에서 얀손스는 슬픔에 매몰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중후한 호마이카빛 저음에 클라리넷, 바순, 오보에와 플루트가 약동했다. 도도한 흐름 안에서 페이소스가 낙엽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얀손스는 2악장 마지막에 혼불을 피우며 곡의 정체성을 든든히 잡아주었다. 4악장에서도 미묘하게 셈여림을 조절하며 끝까지 박동감을 잃지 않았다. 현과 관이 순환하고 목관에서 첼로로 이어지는 부분은 마치 고요하던 숲에 한바탕 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했다. 얀손스는 앙코르로 하이든 현악 4중주 17번 ‘세레나데’ 중 유명한 2악장을 연주했다. BRSO의 내한 레퍼토리가 처음 나왔을 때 베토벤 교향곡 2번·3번보다는 6번·7번 쪽으로 부등호가 벌어졌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연주의 질은 20일이 더 우수했다.

너무 늦게 발동걸린 베토벤 교향곡 7번
21일 첫 곡은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었다. 풍성한 현의 숲 가운데에서 오보에가 목가를 부르며 움직였다. 흐름은 점층적이었고, 더블베이스가 가열차게 액셀을 밟았다. 찰랑이다가 도도히 흐르는 물결처럼 변화가 있었다. 2악장에서는 벨벳 같은 현악군의 연주를 악센트를 주어 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던 중 느긋하게 능동적으로 주고받던 관과 현의 앙상블이 갑자기 엉켰다.

휴식시간 뒤 베토벤 교향곡 7번은 시작 부분부터 마음을 끌어당겼다. 투명하게 부각된 목관은 여유 있게 응수하며 현악군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오보에와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은 약동했지만 마음껏 뛰놀지는 못했다. 얀손스는 디오니소스적인 도취와 흥분 대신 BRSO에 감정의 제어와 절제를 주문했다. 이 작품을 “성스러운 경지에 이른 춤”이라고 표현한 바그너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

3악장은 팽팽한 템포로 약동하듯 나아갔다. 플루트와 오보에 등 목관악기가 현악군 및 금관악기들과 어울리면서 도드라졌다. 얀손스의 지휘는 결코 비등점을 넘기지 않았다. 끓기 직전의 온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첨단 장치라도 부착한 것 같았다.

질주하는 박동감은 4악장에 이르러서야 자리를 잡았다. 현악은 결이 곱고 치밀했다. 막판에 날카롭게 반짝인 크레셴도를 위시해 곡은 비로소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 늦게 걸린 발동이었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토벤 7번은 쉽사리 달아오르지 못하며 상온을 유지했다.몇 차례 커튼콜 끝에 BRSO는 앙코르로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을 현악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양일 모두 현악기들만 앙코르에 참여한 셈이다. 얀손스가 자신의 악단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파트가 어디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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