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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복을 쫄티처럼!생각 살짝 바꾸니 말 그대로 초대박

성공의 비결이 ‘발명’이 아닌 ‘발견’일 때가 있다. 알고 나면 별것 아닌 것, 그렇지만 누군가 시도했을 때 비로소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 말이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패션 브랜드들의 성공도 그랬다. 코코 샤넬 역시 ‘다르게 생각하기’로 20세기를 주름잡는 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당시 남성의 속옷용으로나 쓰이던 저지(jersey)를 이용해 여성복을 제작했고, 상복이나 점원 유니폼에 쓰이던 검정 옷감으로 그 유명한 ‘리틀 블랙 드레스(little black dress)’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샤넬의 대표적인 아이템이 된 2.55백. 그것은 가방에 긴 끈을 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여성들에게 두 손의 자유를 선사한 최초의 숄더백이었다.

프라다가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도 비슷했다. 창업자의 외손녀이자 디자이너인 미우치아는 명품 가방이라고 꼭 가죽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던 중 포코노 원단을 발견했다. 천막이나 낙하산 등 군수품용으로 주로 쓰이던 합성섬유였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했다. 커피를 엎질러도, 비를 맞아도 물수건으로 닦아내면 새것같이 반지르르해졌다. 그는 포코노 원단에 모서리만 가죽으로 감싼 ‘프라다 가방’을 디자인했다. 1990년대 초 가방은 전 세계적으로 뜨는 ‘잇백’이 됐다.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21세기 패션계에 또 한번 ‘콜럼버스의 달걀’이 나타났구나 싶다. 바로 ‘히트텍’이다. 2008년 유니클로가 만든 발열 내복. 그것은 기발한 물건이다. 우리가 아는 ‘내복’과 차원이 다르다. 보온 메리에 10분의 1은 될까 싶게 부드럽고 얇다. 게다가 빨주노초파남보 화려한 색깔에 브이넥부터 칠부소매까지 디자인이 다양하다. 기본 티셔츠처럼 입어도 내복 티가 안 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패셔니스타로 소문난 배우 류승범·이나영이 모델로 나와 히트텍을 입는다.

평소 ‘내 인생에 내복은 없다’던 멋쟁이들도 이쯤이면 버텨낼 재간이 없나 보다. 브랜드 측이 밝힌 매출은 수직 상승 중이다. 2008년 18만 장에 불과하던 판매 수량은 2009년 75만 장, 2010년 110만 장, 2011년 300만 장까지 늘었다. 올해의 경우 500만 장 판매를 예상하고 있단다. 실제 얼마 전 9900원 균일가 행사(원래 가격은 1만9000원이다)에 누구는 ‘1회 1인당 6개 구매’ 원칙을 지키느라 매장을 두세 번씩 들렀다는 주변 증언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정말 힘들다’는 한숨이 쏟아지는 패션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실로 믿기 힘든 대박이다. 더구나 에너지를 아끼자며 아무리 권유해도 안 먹히던 ‘내복 입기 운동’이 이렇게 해결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나 역시 초등학생 때 이후 처음 ‘내복으로의 전향’을 하며 히트텍의 아이디어에 새삼 무릎을 쳤다. 내복을 내복이라 부르지 않게 만든 전략, 내복을 겉옷처럼 입자는 발상의 전환이 얄미울 만큼 탁월했으니까. 게다가 히트텍은 2008년 제품이 나왔지만 기실 소재 자체는 2003년 이미 시중에 나와 있었다. 유니클로가 이를 ‘도레이’와 손잡고 옷감으로 공동 개발했던 것이다. 충전재나 안감으로 쓰였던 플리스를 점퍼로 만들어낸 유니클로의 ‘발견’이 또 한번 홈런을 친 셈.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디자인’에 성패를 걸고 있을 때 유니클로는 빈틈을 노렸다.

유니클로 사장의 경영 스토리를 담은『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를 보면 이 같은 전략들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야나이 사장은 말한다. ‘구태의연한 과거의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라’ ‘팔리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라’ ‘같은 업종끼리 경쟁하지 말고 다른 업종들과 경쟁하라’. 불황 때 오히려 히트작을 쏟아내는 공격 경영 대가의 원칙이기도 하다.

히트텍으로 내복 매니어가 된 대다수 고객의 궁금증은 이제 하나다. 5년째 히트텍이 히트를 치는 동안 국내 패션 브랜드 중엔 왜 비슷한 제품도 내놓지 못하는 건지 말이다. 정말 그렇다. 해외 제품 중에 유행 조짐만 보여도 바로 비슷비슷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던 그 빛의 속도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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