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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못 내 촛불 켜고 자다 … 할머니·손자 참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로 생활해 온 조손(祖孫) 가정 집에서 불이 나 잠자던 할머니와 외손자가 목숨을 잃었다.



6개월 체납 … 집에 전류제한기 부착
완전 단전 착각해 형광등도 안 켜
딸 대신 손자 양육 … 수입원 없어
기초수급 대상서도 제외돼 생활고

 21일 오전 3시50분쯤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주모(60)씨 집에서 불이 나 주씨의 부인 김모(58)씨와 외손자(6)가 숨졌다. 주씨는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씨는 경찰에서 “잠을 자던 중 머리에 불이 붙어 외손자를 안고 밖으로 나오려고 했으나 다리가 불편해 먼저 피했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집에 들어와 보니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번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씨 부부가 촛불을 끄지 않고 잠을 자다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주씨는 전기요금 6개월분 15만7740원을 내지 못해 10월 30일 한전 고흥지점으로부터 ‘전류제한기’ 부착 조치를 당했다. 전류제한기가 부착될 경우 순간 전력 사용량이 220W를 넘으면 전기가 자동 차단된다. 냉장고·전등·TV 등은 켤 수 있지만, 전기밥솥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가전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한전은 2005년 7월부터 요금 미납 가구에 대해 전기를 끊는 대신 전류제한기를 달아 전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11월 현재 전국 6777가구에 전류제한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주씨 부부는 전류 제한이 아니라 완전히 전기가 끊긴 것으로 착각해 촛불을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주씨는 경찰에서 “전기를 전혀 쓰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화재 직전 외손자가 새벽에 소변이 마렵다고 해 아내가 전화기 탁자 위에 있던 촛불을 켰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 사람이 난방이 안 되는 안방 침대 위에서 두꺼운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자 불이 삽시간에 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씨는 학생 시절에는 재일교포인 할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해 학교에 피아노를 기증할 정도로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차츰 가세가 기울어 최근에는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씨 부부는 숨진 외손자를 5년 전쯤부터 길러 왔다. 주씨의 딸이 “생활이 어려워 애를 기를 여유가 없다”며 맡겨서다. 주씨는 군청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 왔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 지난해 6월부터는 주로 집에 머물렀다. 주씨는 최근에는 허리와 다리까지 불편해진 상태다.



생계는 주씨의 부인이 동네 유자가공업체 등에서 일하며 번 돈에 의지했으나 최근에는 부인마저 건강이 나빠져 사실상 수입이 끊긴 상태였다. 하지만 주씨 부부는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도 제외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 공무원이 주민실태 파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흥경찰서 신성래 수사과장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만 선정됐더라도 전기요금은 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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