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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글로벌 대한민국, 로컬 대통령 후보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한가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야권 대통령 단일 후보가 누가 되느냐가 흥미진진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얘기하련다. DJ가 명줄이 걸린 일이라고 표현한 일 말이다. 외교, 특히 정상외교다.



 사실 어느 대통령이건 후보 시절엔 주로 “국내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고 한다. 사실 국내 문제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그리 한다. 경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엔 달라진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외교에 투입하게 된다.



 어느 정도이기에 싶을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5년 순방 일정표로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49번 해외 순방에 나섰다. 일본 방문처럼 당일치기도 있지만 2008년 미국·브라질·페루 순방 때처럼 13일 일정도 있었다. 전체적으론 순방 날짜만 233일이다. 재임 일수가 1826일이란 점을 감안해 보라. 8일 중 하루꼴로 해외에 있거나 적어도 대통령 전용기 안엔 있었다는 뜻이다. 그 사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만 11번 했고, 그중 7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였다. 얼굴을 본 것까지 포함하면 매년 대여섯 번꼴이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도 10번, 일본 총리와도 20차례 가깝게 회담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 어젠다를 G20·기후변화·녹색성장·자유무역협정·원자력·군축 등으로 넓혀간 요인이 있다. 하지만 내치와 외치가 구분이 안 되는 시대인 데다 “국가 간 주요 현안은 정상끼리 문을 닫고 대화해 결정한다”(외교 전문가)는 현실도, G20 국가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청도 있었다. 근본적으론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이 서로 견제하는 군사적 요충지인 탓이 크다. 한반도는 과거부터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퇴임 후 DJ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외교가 필요한 나라다. 외교가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정치는 실수하더라도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고 썼을 정도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어긋나 한동안 고생했던 DJ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물러나선 “남북 문제나 동북아시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하고 친중·친소·친일도 다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거다. 아니, 차기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다 훨씬 엄중한 시기에 처한다고 봐야 옳다. 최근 구한말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전 세계가 미·중 G2 체제로 재편되는 격변기여서다. 재선으로 더 강력해진 오바마 대통령과, G2 국가이나 G2 국가로서 리더십을 보이는 걸 주저하는 시진핑 중국 차기 국가주석 간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어쩌면 미·중 간 제한적 충돌이 일어나 우리가 어떤 선택이든 해야 할 상황이 올는지 모른다. 날로 우경화하는 일본은 그런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할 거다.



 적어도 한 명은 대통령이 될 게 분명한 3명의 후보는 자신이 마주할 정세에 대해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게 의무다. 그러나 여태껏 별 얘기가 없다. 물론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이달 들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세 차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두 차례 정도 언급했다. 대충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중·일과 잘해보겠다”는 수준이었다. 북한 때문에 주변 강국과의 관계가 복잡해지는데도 “북한과 대화하겠다”고만 했다. 방책을 내놓기보단 낙관적 전망을 하기 일쑤였다. 박 후보가 외교안보통일정책, 문·안 후보가 통일외교안보정책이라고 하는 데서 드러나듯 정책의 우선순위 차만 느껴질 뿐이었다. 예전엔 대통령 후보들이 주요국 순방을 통해서라도 국제 감각을 드러냈었다. 이번엔 그마저도 없었다. 깜깜이도 이런 깜깜이가 없다.



 후보들이 무관심해서 이런 건 아닐 거다. 무지해서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디서건 책 잡힐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어느 쪽이건 대선에서 외교 이슈는 사라지고 국내 이슈만 남았다. 그 사이 국가는 ‘글로벌 대한민국’인데 대통령 후보들은 ‘로컬 후보’처럼 보이게 됐다.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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