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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조작' 최고 기록 만든 차종은…충격

이모(30)씨는 2010년 6월 기아의 ‘쏘울’을 중고차로 샀다. 당시 중고차 딜러는 “1만㎞도 운행하지 않은 신차급 중고니 구매를 서둘러야 한다”고 권유했다. 그러나 딜러의 말만 믿고 샀다가 이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차량 기어가 마모돼 도로 위에서 갑자기 기어 변속이 되지 않은 것이다. 엔진이 멈춰 대형사고가 날 뻔한 경우도 있었다. 이씨가 정비공장에 확인해 보니 그의 차는 이미 4만㎞ 가까이 운행한 상태였다. 운행 기록을 3만㎞나 적게 알고 있었던 이씨는 미션오일과 엔진오일 등의 교환주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결국 엔진과 변속기를 통째로 수리해야만 했다.



딜러들 계기판 조작 … 변조 힘든 디지털 방식은 칩 통째로 바꿔
430대 팔아 56억 부당 이득
매매업자·기술자 73명 적발

 올해 1월 김모(38)씨는 4만㎞를 운행한 중고 K7을 2780만원에 샀다. 구매 직후부터 차에서 탱크 굉음 비슷한 소음이 들렸다. 결국 김씨는 150만원을 들여 타이밍벨트와 연료계통 부품을 모조리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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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와 김씨의 차는 모두 주행거리를 조작한 중고차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실제보다 주행거리를 줄인 중고차를 판매한 혐의(사기)로 이모(58)씨 등 29개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와 딜러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차량의 주행거리를 조작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모(40)씨와 박모(39)씨는 구속됐다.



 김씨와 박씨는 서울 강남·강서·장한평 등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에 상주하며 전문적으로 주행거리를 조작해 준 일명 ‘꺾기 전문가’다. 김씨처럼 상주하진 않지만 매매단지에 전단을 뿌리며 ‘꺾기’ 영업을 하는 일명 ‘찌라시’들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 등은 차량 1대당 1만~30만원을 수수료로 받고 2000㎞에서 16만㎞까지 주행거리를 조작했다. 최고 기록인 16만㎞를 조작한 차량은 서민들이 노점상 등 생계수단으로 이용하는 1t 트럭이었다. 26만㎞를 운행한 낡은 차량을 10만㎞만 운행한 것처럼 조작해 수백만원을 더 받고 팔았다.



 계기판 앞유리를 뜯어 송곳으로 숫자를 돌릴 수 있는 구형 자동차와 달리 디지털 계기판을 쓰는 신형 자동차는 주행거리를 조작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손쉬운 작업이었다. 김씨 등은 평소 폐차장을 돌며 폐차의 주행거리 기록용 전자칩 2000여 개를 차종별로 확보해 놓은 뒤 조작 의뢰가 들어온 차량과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썼다. 폐차장에서 칩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칩을 빼낸 뒤 컴퓨터 프로그램과 장비를 이용해 주행거리를 줄였다. 이들은 너무 많이 조작할 경우 티가 나는 것을 우려해 가장 최근 점검 날짜에 기록된 주행거리를 확인한 뒤 적정한 선에서만 고치는 치밀함을 보였다.



 중고차 매매상들은 이런 방식으로 200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차량 430대의 주행거리를 줄인 뒤 1대당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을 더 받고 소비자들에게 팔아 총 56억4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중고차 매매를 할 때 꼭 갖고 있어야 하는 ‘중고 자동차 성능점검 기록부’는 주행거리 조작을 끝낸 뒤 발급받는 식으로 속였다.



 중고차 거래는 2010년 273만여 대, 지난해 325만여 대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0월까지만 270만여 대의 중고차가 거래됐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중고차의 실제 주행거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차량은 모두 경매차량이었다. 개인끼리 사고파는 중고차는 경찰도 거리 조작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중고차 거래 때 실제 주행거리 기재를 법제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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