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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선 TV토론, 의견차 보여줘야

케빈 리
명지대 토론지도 석사과정
지도교수
대통령 후보 토론은 선거의 백미다. 얼마 전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를 잘 보여줬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토론장에서 모두 세 차례 격돌했다. 첫 번째 토론에선 국내문제를 다뤘다. PBS의 짐 레러가 사회를 본 이 토론에서 두 후보는 여섯 가지 쟁점을 두고 맞붙었다. 여기에서 판정승한 롬니는 그 전까지 지지율에서 앞서가던 오바마를 치고 올라가 7%포인트까지 앞서기도 했다. 두 번째 토론은 이른바 타운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선정한 ‘아직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청중으로 참여해 후보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독이 오른 오바마가 매서운 공격을 펼치면서 결국 판정승했다. 세 번째 토론은 국외문제가 주제였다. CBS의 밥 시퍼가 사회를 본 이 토론 역시 오바마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결국 여기서 승기를 잡은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승했다.



 첫 번째 토론은 미 대선 후보 TV토론 역사상 가장 많은 6700만 명의 유권자가 시청했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역시 후보 TV토론은 미 대통령 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다. 흥행 성공에는 비결이 있었다. 첫째, 1대1 토론이다. 유력 후보 두 사람만 토론에 참여했다. 소수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불평이 있었지만 이런 형식을 취함으로써 유권자들은 유력 후보의 생각을 정확히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둘째, 사회자의 적절한 리드다.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이 공정한 관점에서 현안을 쟁점화하면서 후보들의 정견이 확연히 드러났다. 셋째, 다양한 토론 형식이다. 유권자들이 직접 질문하는 역동적인 토론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넷째,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다. 토론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홍보한 것은 물론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는 팩트 체커, 실시간 지지율 비교 등 여러 가지 장치로 토론의 흥을 돋웠다. 결과적으로 미 대선 후보 TV 토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실히 지켜줬고 유권자들은 이를 보면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대선후보 토론이 한국의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실종됐다.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11번 치러졌던 TV 토론 및 대담이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현재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입만 열면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우던 후보들이 갖가지 핑계를 대며 이를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민간 레벨’에서 토론이 먼저 시작됐다. 보수논객 변희재씨와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격돌한 ‘사망유희’ 토론이 그것이다. 토론에 목말라했던 91만 명이 이를 시청했다. 시청자들은 서버가 다운되는 불편 속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진행을 보고도, 수준이 모자라는 토론자를 보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듣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던 이야기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늘 첫 후보 토론이 진행된다. 단일화 관련 조사를 앞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토론이다. 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도 예정돼 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기관·단체에서 더욱 다양한 주제로 후보 토론을 진행하기 바란다. 물론 후보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여기저기 얼굴만 내밀고 다니는 후보들의 모습에 질려 있다.



 마지막으로 ‘무늬만 토론’을 경계한다. 토론의 진수는 주요 쟁점에 대한 각자의 의견차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그런데 토론을 자칫 ‘물타기’로 끝낼 수도 있다. TV 인터뷰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토론에 여러 사람을 참여시켜 변별력을 떨어뜨리는 방법도 있다. 답답한 형식으로 진행해 토론장을 대담장처럼 만들어 버리는 방법도 있다. 이는 후보 토론을 ‘통과의례’로 전락시키게 된다. 늦게나마 진행되는 한국의 제18대 대통령 후보 토론이 다양한 형식으로 제대로 진행돼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 주길 바란다.



케빈 리 명지대 토론지도 석사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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