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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달러" 캄보디아 소녀에 1달러 내민순간…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프놈펜 시내 메콩강변의 R카페. 일년 중 날씨가 가장 좋다는 건기가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덥다. 앙코르 맥주 한 잔을 시켜놓고 거리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의 물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까맣게 탄 어린 소녀 한 명이 다가와 영어로 말을 건다. “훼어 두 유 캄 프럼(Where do you come from)?”



 열 살이나 됐을까. 가냘픈 어깨에 멘 행상용 좌판에는 조잡한 장신구가 가득하다. 소녀는 실로 만든 팔찌 하나를 들어 보이며 “쓰리 달러(three dollars)”를 반복한다.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물건은 됐다는 뜻으로 손을 저은 뒤 1달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소녀는 낚아채듯 그걸 받아 쥐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나는 좌판을 멘 네댓 명의 소년·소녀들에게 포위되는 신세가 됐다. 그 소녀의 ‘성공’을 기다리며 어디선가 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캄보디아에선 환전이 필요 없다. 달러가 일상적으로 통용된다.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툭툭’이라는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1달러다. 좀 멀리 가면 2달러, 꽤 멀리 갔다 싶으면 3달러다. 청년들이 모는 영업용 오토바이 뒷좌석을 이용하면 그보다 훨씬 싸게 다닐 수 있다. 거리는 자동차와 툭툭, 오토바이, 보행자가 뒤엉켜 극도로 무질서하고 혼잡하다. 캄보디아에는 19세기와 20세기, 21세기가 공존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국제원조의 실험장’이다. 유엔 산하의 온갖 국제기구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원조공여국들, 비정부기구(NGO)들이 그동안 지원한 돈만 수십억 달러가 넘는다. 매년 정부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원조로 충당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캄보디아에 갈 때마다 도대체 어디서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에게도 여름이면 아이스크림 통을 멘 소년들이 “아이스케키”를 외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40여 년 전이다. 프놈펜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리면 완전히 딴 세상이다. 한 세대 남짓한 짧은 기간에 우리가 경제적으로 이 정도 발전-비록 문제는 많지만-을 이룩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뤄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기적에 가깝다.



 크메르 루주를 몰아내고 1985년 집권한 훈센 총리가 27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공명선거를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훈센 일가를 정점으로 한 거대한 부패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자유로운 캄보디아 사람은 많지 않다. 좌판을 멘 소년·소녀들의 뒤에도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숨어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정치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 국제원조의 딜레마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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