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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책선거 가로막는 선거법

신성식
선임기자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연출됐다. 서울시·서대문구 선거관리위원회 감시반 13명이 행사 전부터 출동해 현장을 촬영하는 등 감시를 했다. 이날 행사는 보건행정·보건경제·병원경영·사회보장 등 보건의료 관련 4개 학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한 대선 후보 보건의료정책 검증 토론회다.



 선관위는 이날 행사가 선거법 82조(언론기관의 후보자 등 초청 대담·토론회)를 위반하는지 여부를 감시했다. 원칙적으로 학회를 비롯한 단체는 공식선거운동 기간(11월 27일~12월 18일)에만 이런 유의 행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언론사에 한해 예외를 허용한다. 대선은 1년 전, 국회의원 선거는 60일 전부터 정책토론회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감시반이 뜬 이유는 언론사 행사라고 해도 반드시 후보자가 와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혹시 대리인(정책 담당자)이 오면 적발하기 위해서다.



 주최 측은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를 초청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일부 후보만 참석할 것 같아 한 달 전 캠프의 보건의료정책 담당자를 접촉해 참석 통보를 받았지만 무산된 것이다. 위반하면 징역 2년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어쩔 수 없이 캠프가 보낸 정책답변서와 공약을 토대로 학자들끼리 따지는 수밖에 없었다. 재원 조달 방안, 임기 내 실현 가능성 등을 꼬치꼬치 캐물어야 하는데 불가능했다. 캠프 간 토론도 물 건너갔다. 한 토론자가 총선 공약과 다르게 말을 바꾼 것을 들며 특정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로 끝났다.



 행사를 총괄한 연세대 손명세(보건행정학회 회장) 교수는 “두 차례 준비 토론회를 열어 뭘 물어볼지 의견을 취합해 후보 측이 쩔쩔맬 정도로 깐깐한 질의서를 준비했다”며 “경제민주화 논란 때문에 보건의료 정책이 잘 부각되지 않아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국노총 김선희 국장은 “선거법이 정책 선거를 방해한다”고 성토했다.



 선거법이 불법·부정 선거운동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쏟아내는 공약을 검증하기에는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다. 요즘처럼 믿거나 말거나 식 공약이 쏟아질 때는 전문가와 언론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익단체나 동창회·향우회 등이 아닌 공공성을 띤 학회나 언론기관의 정책 검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선관위도 “법이 그리 돼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문제점을 인정한다. 법만 탓하지 말고 국민의 선택을 돕고 알 권리를 증진하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법을 개정하려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막는, 현실과 따로 노는 법이 과연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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