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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선량한 시민들이 남의 휴대전화와 마트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한 경찰간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번은 훔친 휴대전화를 사주는 ‘장물폰 모집책’을 검거했단다. 그를 조사하는 와중에도 장물폰을 넘기겠다는 전화가 모집책의 휴대전화로 계속 걸려오기에 이들을 일정한 장소로 불러내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이틀도 안 돼 남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려는 ‘수집책’으로 붙잡힌 사람은 모두 80명.

 잡혀온 사람들 중엔 노숙자나 가출청소년 등 잠재적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고등학생·직장인 등 범죄 동기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중엔 교장선생님의 아들도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아들이 그랬을 리 없다”며 믿으려 하지 않더란다. 그는 ‘수집책’ 추가 검거를 이 선에서 그쳤다고 했다. 흔히 ‘선량한 시민’이라고 부르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책 없이 좀도둑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간 전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더럭 겁이 날 정도였단다.

 이렇게 요즘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헤아릴 수 없이 늘고 있다. 학력도 높아져서 지난해 절도로 검거된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자는 1160명, 대졸 이상은 5060명이었다. 이는 5년 전보다 대학원졸은 8배, 대졸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흔히 단순 절도는 ‘생계형 범죄’가 많다. 한데 요즘은 생계형 범죄도 부쩍 늘었지만 여기에다 이유 없이 도둑질을 하는 시민까지 가세해 단순 절도가 점점 늘고 있단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선 ‘선량한 시민 좀도둑’과의 전쟁이 치열하다. 보안요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다녀도 멀쩡한 쇼핑객이 몇 푼 되지도 않는 물건들을 훔치는 걸 다 막을 수가 없단다. 그러다 사달이 났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었다. 좀도둑질을 한 사람들을 상대로 협박해 합의금조로 수백만원씩의 돈을 뜯어냈단다. 남의 불법행위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공갈 범죄다. 이 일로 이 업체 보안요원과 직원 등 70여 명이 입건됐다. 그 와중에 이들 범죄를 도와 공갈 대열에 합류한 경찰관도 있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며 혀를 차기에도 찜찜하다. 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망조가 드는 나라’의 조짐엔 항상 도둑이 들끓고, 유민이 늘고, 탐관오리들이 설치는 대목이 반복해서 나온다. 중국에서 400년 사직을 이은 강력했던 한(漢)나라도 ‘황건적의 난’으로 멸망이 시작되었다. 물론 선량한 농민들이 도둑떼가 되기까지는 환관과 외척이 득세하며, 혼정과 실정이 거듭된 역사가 더 길었다. 좀도둑질하는 시민들이 는다고 그 양태가 다른데 역사까지 들먹이는 건 너무 ‘오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생계형 범죄가 늘고, ‘선량한 시민’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좀도둑 등쳐서 먹고사는 ‘탐관오리형’ 업체와 경찰관까지 날뛰는 모습을 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어느 지점 즈음에 와 있는 것일까.

글=양선희 논설위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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