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강북女 vs 강남男 양쪽 엄마의 전쟁 누가 무릎 꿇을까

전쟁이다. 결혼을 100일 앞둔 예비 커플에게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피 튀는 결혼전선에서 가장 먼저 해치워야 할 적은 ‘예식장’. 다음은 ‘예단’ 폭탄을 제거할 차례다. 그러려면 ‘신혼집’이라는 지뢰밭을 일단 건너라. 예단은 집값의 10%가 공식이니 말이다! 달콤한 프러포즈의 낭만도 잠시, 버진로드를 밟기까지 무수한 가시밭길을 거치며 누더기가 되고 마는 핑크빛 환상.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가 신선한 것은 낯뜨거울 정도로 사소한 갈등 속에 결혼의 환상을 낱낱이 깨뜨려 현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이 시대 결혼문화를 속시원히 꼬집는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결혼을 경험해 본 이라면 누구든 공감 백배다.

‘사랑하니까 결혼한다’는 보기 드물게 순진한 강남 남자 정훈과 ‘집안은 꿀려도 스펙은 우월’이란 냉철한 균형감각의 강북 여자 혜윤의 밀고 당기기도 흥미롭지만, ‘우결수’의 관전 포인트는 두 엄마의 전쟁이다. 강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출신성분의 대립에 공감 코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아들의 사랑을 위해 강북 며느리를 통 크게 인정하면서도 남들의 시선에 목숨 거는 이상주의자 강남 시엄마와 딸의 안위를 위해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만의 주판알을 퉁기는 현실주의자 강북 친엄마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드라마는 이분법의 긴장감이 넘친다.

출생의 비밀 따위 진부한 극적 장치는 필요없다. 강남 남자와 강북 여자의 결혼 프로젝트 자체가 판타지다. 강남과 강북으로 구분되는 신(新)계급사회에서 결혼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의 강을 건너기란 조선시대 평민이 양반에게 시집가기보다 껄끄러운 현실. 그래도 딸 가진 강북 엄마는 거침없이 신분 상승의 플랜 설계에 돌입한다. 몇 년 뒤 강을 다시 건너더라도 양손엔 전리품이 가득하도록 말이다. 그렇다고 일말의 꿀림도 없다. 경제적 열세에도 당당히 갑을관계의 헤게모니를 주장하는 배포와 기개는 박수칠 만하다.

두 엄마는 각각 결혼문화의 겉과 속을 대변한다. 시작부터 호텔 예약을 못 잡은 게 자존심이 상해 에둘러 성당 예식을 주장하는 시엄마와 “가세가 기울어 그러느냐” 맞서는 직설화법의 친엄마는 각자 예단과 신혼집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험난한 결혼전선에 돌입했다. “다른 건 다 양보할 테니 예단만은 지켜 달라”며 1억원이 넘는 예단 리스트에 강북 아파트를 약속하는 시엄마와 “예단이 무슨 소용이냐”며 1000만원어치 혼수로 강남 아파트를 채우고 털겠다는 친엄마의 어긋난 노선에 버진로드는 자꾸만 멀어진다. 과연 이 커플, 결혼할 수 있을까? 아니 이 결혼, 꼭 해야 하는 걸까?

‘결혼에 사랑이 도입된 지 100년밖에 안 됐다’며 ‘필요와 요구를 적절히 안배하는 ’정확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결혼에 임하는 사촌, 강남의 잘나가는 성형외과 사모님이 됐지만 결국 남북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 프로젝트에 돌입한 언니, 오십줄에 아무런 구애 없이 자유로운 낭만을 즐기는 골드미스 이모… 주변 인물들의 각양각색 사랑법도 결혼에 대한 회의를 부추긴다.

남의 결혼에 관심 가질 나이는 지난 탓인지 예비 커플의 결혼 성사 여부는 뒷전, 달라도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인의 대립된 인생관에 눈길이 쏠린다. 조금만 엄살을 부려도 의사 남편이 달려와 전복죽을 쑤어주는 공주병 시엄마의 낭만과 우아보다 응급실에 실려갈 만큼 아파도 혼자 분연히 털고 일어나 가게 문을 여는 무수리 친엄마의 억척과 유난에 지지를 보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살면서 부모한테 손 벌리기 쉽지 않아. 결혼이란 공식적인 명분이 있을 때 한몫 단단히 챙겨야 해.” “한번 가정 깬 놈, 두 번은 못 버리겠냐? 딴 주머니 차.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게 뭐 있어? 행복할 때 불행할 때를 대비해 놔야 돼.”

민망할 만큼 직설적인 속내에 깜짝깜짝 놀라지만, 결혼이란 현실 앞에 서로 솔직해지자는 제안 아닐까? 강북 엄마 이미숙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예단을 맞춰 보려 3년 상환 30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핸드백 한 개 값에 불과함을 알고 좌절한 딸에게 “칠판에 글씨 쓰느라 오른쪽 어깨에 침 맞으면서 번 돈이야. 남의 눈 맞춰주면서 버리는 돈 때문에 3년을 고생하겠다고? 나 그 꼴 못 봐”라고 눈을 부릅뜰 땐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두 엄마 중 어느 쪽이 헤게모니를 쥐게 될진 몰라도 “다른 건 다 양보해도 예단만은 양보 못한다”는 우아하신 시엄마께 이것만은 묻고 싶다. “이 결혼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결혼입니까?”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