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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점심 독신자

원래 이번 주 쓰려고 했던 것은 홍합탕의 추억에 대한 글이었다. 그러나 나는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글을 써야 한다. 그날 나는 열 시를 조금 넘겨 퇴근했다. 버스에서는 ‘10월의 마지막 밤’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랬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나는 10월보다 시월이 좋다. 6월보다 유월이 좋은 것처럼. 시월은 시의 달 같다. 사람들이 시집을 사서 아침·저녁으로 읽고 외우고, 밤이 되면 스스로 시를 짓는 달. 한 달 내내 누구든 시인으로 살게 만드는 달. 그 시월의 마지막 밤. 사람들은 오늘 밤 다들 시인이 되어 바람을 노래하고 달을 희롱하겠지. 나는 막걸리를 사서 집에 가 아직 시인은 아니지만 시 쓰는 아들녀석과 한잔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오늘 본 이강훈 작가의 시옷 시리즈를 떠올리며 어쩌면 시옷은 시의 옷일지 모른다고, 그러니까 ‘ㅣ’는 시의 몸이고 ‘ㅅ’은 시가 입은 옷이라고, 그렇다면 시의 몸은 참 꼿꼿하구나 생각하다가 이런 시옷 생각을 하는 나는 참으로 시답지 않구나 하며 쓸쓸하게 웃고 마는 것이다.

그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이강훈 작가의 시옷 시리즈는 마음산책이 곧 펴낼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 표지 그림 작업들이고요. ‘시옷’이 ‘시의 옷’이란 발상이 우리 책의 컨셉트인데.”

댓글을 읽는 동안 10월이 가고 11월이 왔다. 우쭐해진 나는 책의 출간을 알리는 마음산책 페이스북 글에 “점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인터넷 서점에 주문한 『시옷의 세계』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는 댓글까지 달았다. 답글이 이랬다. “그럼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칼럼을 조만간 읽을 수 있게 되나요? 일상의 포착, 선생님만의 독특한 시선을 기대!” 마지막엔 눈웃음 이모티콘까지 있었다. 이러니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글을 안 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점심을 함께 먹어주는 동료가 없는 ‘런치 독신자’는 불우하다. 혼자라 식당에도 못 가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1분30초 동안 돌리고 있는 직장인은 쓸쓸하다. 데워져 나온 밥과 6찬을, 그러니까 김치볶음, 감자볶음, 떡갈비, 계란말이, 제육볶음, 소시지를 차례차례 시계 방향으로 음료수도 없이 꾹꾹 먹는 남자 사람은 우스꽝스럽다. 그 쓸쓸함과 우스꽝스러움은 그의 나이가 많을수록, 그의 덩치가 클수록 더하다. 그것은 마치 ‘짝’이란 프로그램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남자 4호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2호가 남자 1호와 웃으며 식사하는 광경을 힐끗 바라보면서 혼자 도시락을 먹는 모습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이든 도시든 욕망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우습고 슬프다.

편의점은 독신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독신자 수와 편의점 수 사이에는 일정한 비례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결혼정보회사의 라이벌은 편의점일 수 있다. 독신자가 많아서 편의점이 더 생기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이 자꾸 생겨나니까 독신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나 같은 점심 독신자가.

나는 요즘 김혜자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6찬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차례차례 먹는 동안 선생님은 그저 어머니처럼 웃고만 계신다. 나는 힐끗 편의점 유리창을 통해 바깥을 본다. 둘씩 넷씩 짝을 지은 동료들이 김혜자 선생님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지나간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아내를 탐하다』『 슈슈』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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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