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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불편하게 만든 것, 문재인은 몰랐다는 것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6일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공평동 캠프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모르는 부분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 중) 여러 일들이 생겼고, 여러 루트로 문 후보에게 전달하라고 했지만 문 후보는 보고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했다. 과연 안 후보가 말하는 ‘문 후보가 몰랐던 부분’은 뭘까. 안 후보 및 캠프 핵심인사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문 후보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계파정치’와 ‘조직동원’ ‘안철수 양보론’ 같은 ‘꼼수정치’로 요약된다. 이런 구태정치의 배경에는 ‘편협한 진영논리’가 깔려 있다고 안 후보 측은 본다. 민주당 주변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인지 안 후보 측의 주장을 정리했다.

① 계파정치 - “계파논리 빠져 국민 외면하면 못 이겨”

“안철수 후보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이 없다. 지금 민주적으로 뽑힌 당지도부 흔들고 기회주의자와 내통한 사람이 쇄신 대상 아닌가요?”(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16일 안철수 후보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조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노무현계 인사다.

 이어 “안 후보 캠프에 끝장 토론을 제안한다. 4·11 총선 패배 원인과 민주당 혁신의 방법에 대해 토론하면 단일화 파국을 누가 가져왔는지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씨는 최근 칼럼을 통해 “정당한 협상에서 한 발만 비켜나도 국민들은 누구의 잘못인지 금방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차피 두 후보 간에 신뢰로 맺어진 협조 없이는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억지를 쓰면 바로 국민에게 외면받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 협상팀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한나라당 전력을 꼬집은 글을 올려 협상 중단의 빌미를 줬던 백원우 전 의원, ‘좋아요’라는 추천 버튼을 눌렀던 김현 대변인 모두 노무현계 인사들이다. 이제 친노 외곽 진영까지 단일화 협상파트너인 안 후보에 대해 공세 모드로 전환한 양상이다.

 안 후보 측은 그간 노무현계의 ‘계파정치 타파’를 쇄신 과제로 제시해왔다. 당장 안 후보는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계파 논리에 빠져 국민을 외면해선 대선에 못 이긴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에도 같은 맥락의 언급을 했다. 4·11 총선 결과와 관련해 “계파를 만들어 계파 이익에 집착하다가 총선을 그르친 그분들이 책임”(‘2013 제주희망콘서트’ 강연)이라고 직격탄을 쏜 것이다. 안 후보가 자주 말하는 ‘계파’는 노무현계일 수밖에 없다. 총선 당시나 지금이나 민주당은 노무현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4·11 총선 당시의 한명숙 대표나 현 이해찬 대표 모두 노무현계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을 노무현계가 장악한 상황에선 정치쇄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안 후보 측을 자극할 일이 14일 발생했다. 룰 협상이 중단되기 전 단일화 협상테이블에 문 후보 측에서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배석자로 나왔기 때문이다. 윤 전 비서관은 최근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퇴진한 친노 인사 9명 중 하나다.

 이해찬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호중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새정치 선언문 협상팀원이면서 룰 협상까지 맡았다.

김경진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따뜻한 금융, 따뜻한 경제-은행장들과의 대화’ 행사 도중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기자회견문을 전달받아 읽고 있다. [연합뉴스]

② 조직동원 - “관행이라면, 새정치와 거리 멀다”

당 경선서 사고 친 여론조사 독려문자 재등장
모바일 투표 재미 본 국민참여방식 줄곧 주장


기자회견문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배경에는 민주당의 조직동원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안 후보 측이 민주당 측의 조직동원으로 문제 삼은 대표적인 사례는 여론조사 독려 문자다. 문 후보 측이 공식 캠프인 시민캠프 이름으로 ‘여론조사에 필히 대응해 달라’는 문자와 ‘외출 시 집전화를 (휴대전화에) 착신해 달라’는 문자를 지지자들에게 발송했다는 것이다. 안철수 캠프의 박인복 민원실장은 “협상 테이블에 올릴 여론조사 자료에 외출 시 착발신까지 해서 여론을 왜곡하려 한 것”이라며 “당 내부 경선 때도 큰 사고를 쳤던 행동을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데 또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문 후보 측 시민캠프 관계자는 “캠프 참여자들은 당원이 아닌 시민의 자격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라며 “당 조직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 걸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조직동원 가능성을 계속 문제 삼았다. 그는 “(정당에는) 전반적인 (조직동원) 문화가 있을 것”이라며 “더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냥 ‘관행을 관행으로 봐 달라’ ‘정치란 원래 이런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직동원 행태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추진하기로 한 ‘새정치’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는 겉으로 ‘형님의 통 큰 양보’를 얘기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조직을 동원해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 협상 대상인 우리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민주당이 들고나온 ‘국민참여방식’의 단일화 룰도 결국 조직을 동원해 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의 주류인 노무현계는 이미 당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통해 당권(이해찬)과 대선 후보(문재인) 자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월 당 대표 경선 때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와 수도권·정책대의원 투표에선 김한길 전 최고위원에게 전패했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대승해 0.5%포인트 차로 김 전 최고위원을 눌렀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게 됐지만, 만약 이번에도 모바일 선거를 하게 되면 노사모나 나꼼수 등 친노 외곽그룹이 조직적으로 출동했을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류정화 기자


③ 꼼수정치 - “연대 대상 아니라 불쏘시개 삼았다”

안철수 목표는 다음 대통령이라며 양보론 흘려
박지원은 “문이 돼야 DJ유언 지킨다” 공개 발언


안철수 후보 측은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은 민주통합당의 잇따른 ‘꼼수정치’가 발단이 됐다고 지적한다. 안 후보를 연대 대상이라기보다는 불쏘시개로 삼으려고 단일화에 합의한 뒤 뒤통수를 때린 게 난국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안 후보 측은 이번 사태의 직접 원인 중 하나인 ‘안철수 양보론’을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문재인 후보 선대위 이목희 기획본부장이 “(단일화 룰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 후보가 후보직을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사실 ‘안철수 양보론’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의 언론플레이에 대해 지난 8일에도 공식항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일부 언론이 안 후보가 양보하고 차기를 노릴 것이라는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분 회동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이 민주당발(發)로 보도되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이 언론 플레이로 얻어지겠는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었다. “왜곡된 정보가 언론에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건 합의정신 위반”이라면서다. 조광희 비서실장은 문 후보의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제기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런데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게 안 후보 측의 설명이다.

 안 후보 측은 양보론으로 인해 캠프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안철수 펀드’에 돈을 맡겼던 지지자들이 “어차피 양보할 거면서 돈을 뭐하러 걷었느냐”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항의전화도 폭주했고, 지지율도 흔들렸다고 본다.

 민주당이 당원교육을 통해 ‘DJ(김대중 전 대통령) 유훈론’을 유포시키는 행위도 안 후보 측은 ‘꼼수정치’ 사례로 꼽는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호남에서 열린 당원교육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는 게 DJ 유언을 지키고 이희호 여사의 당부를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생전 문 후보가 대선후보가 될 걸 미리 알고 계시기라도 했다는 거냐”고 발끈하고 있다.

 지난 8일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이희호 여사는 문재인 후보 부부에게 우리도 미국처럼 민주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침 그 자리엔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있었는데, 안 후보 측은 이 역시 이 여사와 동행했던 박 원내대표의 ‘연출’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원보 기자


④ 편 가르기 - “종편 출연 금지부터 당장 풀어야”

종편=보수언론=우리편 아니다 식으로 편 갈라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로 매도해 여론 역풍도


“(민주당은) 평양과 개성은 가겠다면서 종편은 안 간다고 한다. 웃기는 일.” 지난달 23일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다. 그의 말대로 집권 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놓은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종편) 출연에 대해선 높은 장벽을 쳐 놓았다. 4·11 총선과 지난 8월 대선 후보 경선 때 종편이 주관하는 TV토론회를 거부했었다. JTBC에 출연했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JTBC로 향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몇 당직자로부터 잇따라 전화가 와 ‘우리는 종편엔 안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하길래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난감했었다”고 털어놨다.

 후보 단일화의 당사자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를 놓고 “종편 출연금지는 언론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라며 “우리는 종편 출연금지부터 당장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종편 출연 거부는 2009년 한나라당이 주도해 미디어법을 통과시킨 데 대한 반발로 시작됐지만, 그 속내엔 진보 언론만을 챙기겠다는 진영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우리 편이 아니니 출연하지 말라는 편협한 흑백 이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16일 야권에 우호적인 매체인 인터넷 ‘오마이TV’에 출연해 자신의 심경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진영논리는 그뿐 아니다. 백원우 전 의원의 페이스북 논란이 그렇다. 백 전 의원은 단일화 협상팀의 안 후보 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한나라당 출신’임을 알리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안 후보 측이 발끈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안 후보 측은 16일에도 “그 사람의 생각이나 철학이 무엇인가를 따져보기 앞서 소속이 어디였나부터 문제 삼는다면 협상이 되겠는가”라며 반발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진영논리는 역풍을 부르기도 한다. 지난달 김광진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백선엽 전 장군을 “민족 반역자”라고 비난하고, 앞서 6월엔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들을 싸잡아 “변절자”로 매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민주당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진영논리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일관성 없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정치적 꼼수”로 비판했지만 2010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열도 방문 당시엔 “우리 대통령은 왜 독도를 방문하지 않는가”라며 공격했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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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