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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대선후보 경호 24시

#지난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석교동 재래시장인 육거리종합시장. 서울경찰청에서 경호원으로 파견된 김혜연(38) 경위가 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전후좌우를 물 샐 틈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박 후보 주변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혹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몸을 던져서라도 박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여경 특공대 1기 출신인 김 경위는 박 후보 경호팀 중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박 후보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여성 후보 곁에 덩치 큰 남성 경호원들만 서 있으면 자칫 유권자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배치된 유일한 여성 경호원이다. 김 경위는 평소엔 무표정한 얼굴에 말수도 적지만 “하루 24시간 박 후보를 따라다니면 결혼은 언제 하느냐”는 캠프 관계자들의 농담엔 수줍은 미소를 짓곤 한다. 박 후보 측은 같은 여성이면서 태권도 유단자로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김 경위를 내심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박 후보 주변엔 악수 한번 해보거나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는 지지자와 주민 500여 명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경호원들은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박 후보를 감싸며 비좁은 시장 골목을 한발 한발 조심스레 이동했다. ‘인증샷’을 찍겠다며 폰카(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경호원들이 몸으로 막아서면서 경호원들의 얼굴이나 뒤통수에 휴대전화가 부딪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후보 얼굴 좀 보겠다는데 왜 가로막느냐”며 갑자기 한 노인이 고함을 지르는 돌발상황도 발생했다. “어르신, 위험해서 그렇습니다.” 경호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미소를 지으며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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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오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야권 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하는 첫 만남을 위해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탄 차량이 잇따라 들어왔다. 두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순식간에 경호원 7~8명이 각 후보를 에워싸고 행사장으로 안내했다.

 이날 행사에는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경호 인력 35명이 총동원됐다. 배석자도 없는 두 후보만의 비공개 대화였던 만큼 보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경호원들은 무전기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현장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소속이나 후보의 경호 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엔 보안을 이유로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장에 몰래 숨어 있는 사람이나 녹음기 등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무대 뒤에 연결된 분장실 서랍과 선반까지도 샅샅이 뒤졌다. 혹시 있을지 모를 화재에 대비해 소화기와 소화전도 챙기고 대피로와 가장 가까운 병원 등도 파악했다. 발생 가능한 모든 사항에 의구심을 갖고 대비책을 세워둔다는 게 경호팀의 철칙이다.

 5분 정도의 인사말과 사진 촬영이 끝나자 두 후보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이때는 경호팀도 자리를 비우고 대화 내용의 유출 방지를 위해 CCTV도 껐다. 행사장 밖에선 야권 지지자·당원 100여 명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 50여 명이 각각 진을 치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효창동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에선 3개 중대 2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보내 후보의 동선을 따라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시위자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성호경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인 만큼 평소의 10배 인력을 배치해 현장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적극 수용형 대 경호 최소화형

한 지지자가 오른손을 세게 잡자 아픈 표정을 짓는 박근혜 후보(사진 위). 문재인 후보에게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군중을 경호원이 제지하는 모습(가운데). 갑자기 등장해 거친 말을 퍼붓는 사람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안철수 후보(아래). [중앙포토]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3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경호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경찰 경호에 대한 후보들의 성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경호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철저한 신변 보호를 당부하는 ‘적극 수용형’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커터칼 습격을 당했던 박근혜 후보는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편이다. 박 후보의 열성 지지자 중엔 행사장에서 박 후보를 직접 만지거나 끌어안는 등 적극적 스킨십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호팀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경호원들은 갑자기 뒤에서 달려들어 후보를 끌어안으려 하거나 예고 없이 달려들어 손을 뻗는 사람이 나타나면 반사적으로 손목을 낚아채거나 몸으로 저지한다. 그러다 위험 인물이 아닌 일반 시민이나 박 후보 지지자로 확인되면 미소를 지으며 “사람이 몰려 다칠까봐 그랬다”며 양해를 구한다. 경호팀은 오른손에 통증을 느끼는 박 후보의 상태를 감안해 현장에서 오른손으로 악수를 청해오는 지지자들을 섭섭하지 않게 물리치는 데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도 경호원들을 적극 수용하는 성향이었다. 특히 2002년 이 후보 경호팀은 난데없는 북한 테러설로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선거 직전 일본 도쿄에서 발간된 책에서 북한 공작원이 이 후보를 암살한다는 시나리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소 위험이 따르더라도 경호보다 유권자와 자유로운 접촉을 중시하는 ‘경호 최소화형’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대체로 이런 성향이다. 문 캠프 관계자는 “밀착 경호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원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무전기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4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했다가 플라스틱 물병이 날아드는 봉변을 당했다. 그 순간 문 후보의 옆에 있던 경호원들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서 문 후보의 몸을 감쌌다. 만일 물병이 아닌 흉기나 폭발물이었다면 문 후보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문 후보 캠프의 허동준 부대변인은 “문 후보에 대한 위해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사건 이후 문 후보 측은 경찰의 경호 인력 증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부 군중이 안 후보에게도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으나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도 경호 최소화형이었다. 하지만 전국농민대회에서 연설하다가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군중으로부터 돌과 계란 세례를 받기도 했다. 경호원들이 다행히 돌은 막았지만 계란은 노 후보의 턱에 명중하는 심각한 사건이 벌어졌다.

 아예 처음부터 경찰의 경호 제안을 뿌리치는 ‘경호 사절형’도 있다. 92년 대선에 ‘민중후보’를 자처하며 출마했던 무소속 백기완 후보는 “너희, 날 염탐하러 왔지”라며 경찰 경호원들을 모두 쫓아보냈다고 한다. 97년과 2002, 2007년 세 차례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감시당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 경호를 거절했다.


경호원 선발 경쟁률 2.7대1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경호는 경찰이 맡는 요인 경호 중 최고 등급인 ‘을호’에 해당한다.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4부 요인과 같은 수준이다. 이보다 높은 ‘갑호’는 대통령과 그 직계가족에 대한 경호로, 경찰이 아닌 청와대 경호처가 담당한다.

 경호원들에겐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4대 원칙이 있다. 첫째는 ‘3선 경호의 원칙’이다. 경호 대상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는 물론 중간지대와 외곽의 3선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위험요소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안전을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둘째는 ‘두뇌 경호의 원칙’이다. 단순히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는 식으로는 경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사전에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세워 위험요소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셋째는 ‘방어 경호의 원칙’이다. 돌발상황 때 반사적으로 방어 대형을 펼쳐 경호 대상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원칙이다. 위험 인물의 위치를 확인하고 체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마지막은 ‘은밀 경호의 원칙’이다. 경호원이나 경호 설비가 최대한 외부 관찰자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경호원들의 차량 짐칸에는 옷가지만 수십 벌이 쌓여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밀착 경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보가 참가하는 마라톤 행사에선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을 하고, 대학생이 많이 나오는 행사에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차려입는 식이다.

 최기남(경찰행정학과) 세명대 교수는 “근접 경호에선 경호원들이 한 발 또는 두 발 정도만 움직여도 경호 대상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경호원들은 가급적 경호 대상자와의 거리가 2m를 넘지 않도록 간격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상시 한 사람이 최대한 감시할 수 있는 시야 범위는 110도 정도지만 복잡한 현장에선 더욱 힘들 수 있다”며 “여러 명이 방향을 나눠 주변을 감시함으로써 경호상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들은 선거운동 특성상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를 자주 찾아다니게 된다. 후보가 일반 유권자에게 노출되는 정도에 비례해 경호상 불상사가 터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때 군중이 밀집된 장소에서 경호원들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방법이 ‘다이아몬드 대형’이다. 먼저 다이아몬드 꼭짓점에 해당하는 위치에 있는 경호원이 앞장서 군중을 헤치고 나가면서 대형을 이동시킨다. 그러면 양옆 꼭짓점에 포진한 경호원은 측면 경호, 뒤쪽 꼭짓점의 경호원은 후방 경호의 임무를 맡는다.

 후보 경호원으로 파견하는 인원은 경찰청 산하 경호안전위원회가 ▶후보자의 지지율과 소속 정당 ▶과거 폭행·협박을 받은 사례 ▶공격·테러 가능성에 대한 첩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각 후보 캠프와 상의해 결정한다. 현재 박 후보와 문 후보 캠프에는 각각 경정급(일선 경찰서 과장급) 팀장 1명을 포함한 20명, 안 후보 캠프에는 경감급(일선 경찰서 팀장급) 1명을 포함한 15명의 경찰관이 실탄을 든 총기를 휴대하고 경호 업무를 맡고 있다. 지지율이 낮은 군소 후보에 대해선 각각 3~10명의 경찰 경호인력이 나가 있거나 곧 나갈 예정이다. 경찰은 대통령 후보 등록일인 25~26일 이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후보별 경호 인력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경찰청은 지난 7월 내부 공모 절차를 거쳐 대통령 후보 경호인력으로 총 117명을 뽑았다. 101경비단이나 22경찰경호대·경찰특공대·외빈경호대 등 요인 경호 경험이 있는 요원들 중에서 지원을 받았다. 지원자는 모두 312명으로 약 2.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찰 내부에선 대통령 후보 경호 경력이 있으면 승진에 유리하다는 속설 때문에 지원 자격만 되면 서로 나가려는 분위기다.

 한국과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경호는 국가 차원의 중대 사안으로 간주된다. 1968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주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요르단계 이민자에게 저격당해 사망했다. 이 사건 직후 미국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신변 보호를 법률로 명시했다. 그럼에도 72년 대선 때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던 조지 월러스 앨라배마 주지사가 또다시 괴한에게 저격당했다. 그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평생을 휠체어에서 지내야 했다. 현재 미국은 대선 120일 전부터 대통령과 부통령 경호기관인 비밀경호대(Secret Service)에서 유력 후보에 대한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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