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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반짝반짝 햇살에 이불도 널자, 마음도 널자


내 머리에 햇살 냄새
유은실 글·이현주 그림
비룡소, 92쪽, 8500원


유은실 작가(38)가 쓴 ‘내 머리에 햇살 냄새’이라는 이야기는 “ ‘우아.’ 예림이는 눈이 부셨어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8쪽짜리 단편이다. 예림이라는 아이가 다세대 주택에 쏟아지는 햇살에 감탄하며 이모 , 할아버지와 햇살에 빨래도 널고, 이불과 신발을 널며 해바라기하는 풍경을 그렸다.

 “(네 얼굴을) 이불처럼 널어라. 이 햇살 속에, 이 바람 속에” “네 머리카락에서 햇살 냄새 난다” “신발처럼 널어라. 마음끈을 다 풀고, 속이 보이게 널어라” 하는 문장을 소리 내 읽다 보면 음악 같은 흐름에 “우아”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네 편의 동화 모음집 『내 머리에 햇살 냄새』는 오랜만에 만나는 눈부신 작품이다. 그 중 책 제목과 똑같은 단편 ‘내 머리에 햇살 냄새’는 압권이다. 일상의 풍경을 포착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간결한 문장에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동화작가 유은실
 이번 책은 작가가 『멀쩡한 이유정』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단편집이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우리 동네 미자씨』 『나도 편식할거야』 등으로 스테디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의 역량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수줍음 많이 타는 아이가 동생의 백일 떡을 돌리는 이야기(‘백일 떡’), 오직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는 소망으로 어른들의 길고 긴 기도를 참아내는 선미 이야기(‘기도하는 시간’) 등엔 당돌하고 순진한 아이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 리듬감 있는 문장이 빛난다. 유씨를 직접 만났다.

-교훈에 집착하지 않는 스토리가 신선하다.

 “1998년 동화를 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해온 생각이 ‘아동문학도 문학’이라는 것이었다. 문학의 목적이 계몽은 아니지 않나. 삶의 진실을 포착해내는 게 더 큰 본령이다. 작가로서 가르치는 것보다는 아이들과 공감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아닐까.”

-아이들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보는 일도 쉽지 않다.

 “아이들은 정말 제 각각인데 어른들의 기준에 맞춘 절대 성장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을 느낀다. 예컨대 ‘백일 떡’은 우리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동생 백일 떡을 돌리러 온 이웃집 꼬마에게서 영감을 얻어 썼다. 험한 세상으로 나와서 낯선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압박도 받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싶었다. 또 그런 아이들에게 ‘너도 힘들지 그런데 너만 힘든 것은 아니야’라고 공감해주고 싶었다.”

-문장을 짧게 쓴다. .

 “아이들은 시적인 존재에서 산문적인 존재로 성장해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사고와 언어에 맞춰 글도 최대한 ‘시와 산문 사이’로 쓰고 싶었다. 동화를 쓰면서 언어의 거품이 걷히는 경험을 했다. 언젠가는 단편의 미학을 극적으로 빛낼 수 있는 그림 동화의 글도 꼭 써보고 싶다.”

-할아버지와 이모와 함께 사는 아이, 병원에 있는 아버지 등 가족 구성도 독특하다.

 “실제로 삶이 문제투성이다(웃음).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이고 나머지는 비정상으로 여기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른들이 미숙한 존재라는 것을 굳이 감추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작품을 통해 일상의 작은 것을 보는 힘을 기르고, 마음이 덜 힘든 어른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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