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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행위예술이 자녀보다 우선? 기상천외 가족이야기

펭씨네 가족
케빈 윌슨 지음
오세원 옮김, 은행나무
452쪽, 1만4000원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삶의 많은 불행은 어찌 보면 선택할 수 없는 가족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여기 정말 ‘깨는 가족’이 있다. 괴짜 행위예술가인 캐일럽과 캐밀 부부와 이들의 딸과 아들인 애니와 버스터로 이뤄진 펭씨네 가족이다. 이 가족은 식구라기보다 행위예술가 집단에 가깝다.

 가족을 ‘행위예술팀’으로 만든 것은 ‘예술=삶’이라고 여기는 펭씨 부부다. 예술을 위해 목숨도 하찮게 여기는 이 행위예술가 부부는 ‘외모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주니어 미인 선발대회에 여장한 아들을 출전시키는 등 각종 퍼포먼스에 자녀를 동원한다. 이 부부는 자식이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며 아들과 딸을 ‘아이A(애니)’와 ‘아이B(버스터)’라 칭한다.

 ‘예술이란 일상 속에 새로운 형태의 무질서, 낯설고 파괴적인 혼란을 창조해 충격과 아름다움을 주고 극단적인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는 급진적(?) 예술관을 가진 펭씨 부부의 기상천외한 각종 퍼포먼스는 현기증이 일 정도다. 그렇지만 정작 ‘멘탈 붕괴’에 빠지고 상처받은 인물은 펭씨 부부의 두 자녀인 애니와 버스터다. 부모가 기획한 예측할 수 없는 퍼포먼스에 지쳐간 아이들은 부모의 예술에 반기를 들고 집을 떠난다.

 하지만 골수까지 예술가인 펭씨 부부는 자녀를 상대로 마지막 프로젝트를 펼쳐놓는다. 영화배우(애니)와 소설가(버스터)로 살다 스캔들과 불의의 사고로 남매가 집으로 돌아오자 부모가 사라진 것이다. 경찰은 실종이라 주장하지만 엉뚱한 행위예술가의 자녀인 남매는 부모가 기획한 마지막 황당 퍼포먼스임을 직감한다.

 끝까지 예술가의 혼을 불태우며 자식을 시험대에 세운 부모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불같이 솟아오르다가도 부모와 자식이라는 그 징글징글한 인연의 끈 때문에 애니와 버스터의 속은 말 그대로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부모가 없다는 상상은 공중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부모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고, 어떻게 생각해 봐도 부모를 앞질러 그들보다 먼저 이 세상에 올 방법을 상상할 수는 없었다”는 애니의 독백은 마음에 와 박힌다.

 잠수를 탄 부모의 행적을 쫓은 두 남매는 실종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배우와 소설가로 자아를 찾아가며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두 남매의 어린 시절과 성인기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소설은 다양한 사건과 풍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야말로 기상천외의 각종 행위예술이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드러내지만 그 속에 예술과 가족에 대한 묵직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은 오히려 철학적이다. 예술을 위해 정말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지, 자식은 부모를 부정해야만 어른이 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하게 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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