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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초식남·육식녀…2030세대 '위기'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대학생들이 참가 기업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의 젊은 남성들은 장기불황으로 사회적 지위가 하락한 반면 여성들은 지위가 높아지면서 소비시장의 주체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에코 부머(Echo Boomer)’는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1979~92년생)을 가리킨다. 각 나라의 언론과 연구자는 이들 에코 부머의 특성과 삶을 ‘개인주의적이다’ ‘과소비를 일삼는다’ 등 다소 냉소적으로 조명해 왔다.

 하지만 에코 부머를 철없는 젊은이라고 비난하기에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꼬여 있고 복잡하다. 그들을 재단하기에 앞서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그들이 부닥친 현실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는 일 또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 - 호황과 불황 사이에 낀 세대

 에코 부머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의 벽은 취업난이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졸업 연기자의 급격한 증가다. 지난 7월 한 일간지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15개 대학의 2012년 1학기 졸업 연기자의 수는 지난해 졸업생의 약 40% 수준이다. 이들이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섣불리 졸업했다가 취직에 실패해 ‘취업재수생’ 딱지가 붙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취업을 하지 못해 수입은 고사하고 빚까지 진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자금 대출에 따른 신용 유의자 수를 올해 8월 기준 3만7431명으로 집계했다. 2007년보다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이들의 소비 패턴은 매우 적극적이고 과시적이다. 소개팅 서비스업체 ‘이음’이 지난 4월 미혼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성의 64%, 여성의 50%가 ‘1~2개의 명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면도 있다. LG경제연구소의 ‘2011년 대한민국 20대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20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동시에 쿠폰·소셜 쇼핑 등 최저의 가격으로 소비하려고 하는 합리적 소비 습관을 실천한다.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소비에는 적극성을 보이는 에코 부머의 복잡한 성향은 정치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30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재벌개혁과 소득 재분배를 강조하는 야권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재벌기업으로 칭하는 대기업 취업을 희망한다. 올해 하반기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채는 4500명 채용에 총 8만 명의 지원자가 몰려 역대 최고 경쟁률인 17 대 1을 기록했다.

경희대 중앙도서관에서 대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사진 위). 중국 베이징 칭화대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진보 세력을 지지하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2년 16대 대선까지만 해도 20~40대의 진보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88만원 세대가 20대에 진입한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판세가 달라졌다. 20대의 45.8%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21.3%를 얻는 데 그쳤다. 30대에서도 41.4%가 이 후보를 지지했지만 정 후보의 지지율은 28.3%로 20대에 비해 양 후보 간 격차가 훨씬 적었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2007년 대선부터 기존의 이념적 일관성에서 벗어난 중도층 유권자들이 다수 등장했다”며 “이런 중도층은 20대에 가장 많다”고 분석했다.

 무엇이 그들의 내면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에코 부머가 마주한 현실은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매우 다르다. 8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에 육박했지만 2009년에는 0.3%까지 추락했다. 에코 부머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기다. 이들은 호황 속에 자라 불황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때문에 에코 부머의 내면에는 호황에서 얻은 자신감과 불황에서 비롯된 불안감, 현실감각이 공존한다.

 에코 부머가 학교에서 공부하던 90년대 후반에는 취업난이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극심한 취업난이라 불렸던 2002년에도 20대 실업률은 5%대에 그쳤을 정도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대 실업률은 8.2%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교사 이지연(26)씨는 “내가 학생일 때는 좋은 대학만 가면 취업은 쉽게 되는 줄 알았다”고 돌이켰다. 그는 “요즘에는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대학 가봤자 취업 안 된다’며 입시 대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난다”고 했다.

 90년대에 학교를 다닌 에코 부머가 기업의 변화된 인재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0년대 후반부터 대기업 채용 전형에서 학력과 지식을 평가하는 필기시험 대신 사고력과 상황 판단력을 평가하는 ‘직무적성검사’가 늘어났다. 듣기와 읽기능력 평가로 구성된 토익보다 영어 말하기 시험이 더 중요해지는 경향도 이들 세대엔 낯설게 느껴질 법하다. 이들이 거친 제6차 교육과정에서 영어수업은 문법과 독해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일본 - 남자는 초식, 여자는 육식

 일본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의 자녀인 ‘포스트 단카이 주니어’는 어린 시절부터 ‘잃어버린 20년(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직후인 91년부터 현재까지의 약 20년을 일컬음)’이라 불리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함께 성장했다. IMF 위기를 수년 만에 극복한 한국이나 지난 수십 년간 불황을 겪어본 적이 없는 중국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의 두드러진 변화는 성생활에서 나타난다. 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이던 미혼 남녀의 성관계 경험률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하락세를 보인다. 일본인구문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 경험이 없는 청년세대(18~34세)는 2005년 31.9%에서 2010년 36.2%로 상승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 ‘초식남’은 적극적인 사교활동 대신 홀로 취미생활에 열중하는 젊은 남성을 일컫는다. 한양대 전영수(일본학) 교수는 저서 『장수대국의 청년보고서』에서 초식남의 출현 이유를 “장기 불황이 성격마저 변질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본의 젊은 여성은 오히려 ‘육식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행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총무성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 세대 중 30대 미만 단독세대에서는 여성의 가처분소득이 남성보다 높다.

 일본 여성은 연애와 결혼을 서두르기보다 삶을 즐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직장인 오쿠야마 미나미(26)는 “예전 여성들은 결혼하면 퇴직해 가정에 헌신했지만, 이제는 여성들도 요직을 맡을 수 있어 일을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결혼하지 않으면 번 돈을 전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 소황제의 빛과 그림자

 중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격동의 80년대 초에 자녀를 출산하기 시작했다. 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과 함께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시기다. 그래서 80년대 태어난 중국의 에코 부머인 ‘바링허우 세대’는 대부분 외동이다. 조부모와 부모 세대의 지원을 한 몸에 받으며 풍요롭게 자란다고 해서 ‘소황제(小皇帝)’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가구 1자녀 정책이 이제는 무거운 짐이 됐다. 그 정책으로 인해 출생률이 떨어지고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8.9%로 고령화 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사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자오치쩡 대변인은 올 초 기자회견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은 뒤에 노령화 사회에 진입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3000달러 때부터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부자가 되기 전에 먼저 늙는다)’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사회는 바링허우 세대에 큰 부담이다. 덕성여대 이응철(문화인류학) 교수는 “10~20년 정도가 지나면 바링허우가 조부모까지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 부양의 책임을 국가·형제들과 나눠 부담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바링허우는 의지할 데가 없다.

 결혼과 출산 적령기를 맞으면서 자녀 양육 문제도 뒤따른다. ‘아이의 노예’를 뜻하는 신조어 ‘하이누(孩奴)’도 등장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바링허우 세대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5%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경제력이 없으면 아이가 불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기준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에코 부머=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를 일컫는 말로 베이비붐 당시의 대규모 출산이 메아리(echo)처럼 돌아왔다고 해서 붙여진 말. 나라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1979~1992년생)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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