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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특목고 폐지, 바람직한가] 계층 고착화 바로잡아야 한다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12월 대통령·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특수목적고(특목고)가 쟁점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특목고를 존속시키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수진영의 문용린 교육감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특목고 등을 다 줄여서 고교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것은 (다양한 교육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획일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목고 존폐를 둘러싼 양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육을 통한 계층 고착화 바로잡아야 한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교육학과
대선 후보 3인이 내건 교육정책 공약에서 공통점이 많이 발견된다. 고등학교 단계까지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는 후보자들이 모두 고교교육 단계까지를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자율형사립고는 전국적으로 50여 개 생겼다. 기존의 특목고(과학고·외국어고) 51개교와 합치면 100개를 넘어선다. 여기에 국제학교, 외국계 학교 등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학교 교육의 계층화, 불평등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학교는 일반 고교에 비해 등록금이 최대 3배까지 높으며 학교별로 독자적인 학생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일반고와 비교했을 때 입학생들의 사회·경제적 배경도 현격하게 차이 나 중상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보편적 교육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 공교육체제에서 이러한 특수유형의 고교는 논리적 모순을 낳는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학교는 궁극적으로 교육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역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본다.

 이런 유형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학교선택권 보장, 사교육 감소, 학교 특성화 유도, 사학 자율성 보장’ 등이다. 그러나 운영 결과 드러난 현실은 이러한 논리들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보여준다. 학교선택권은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화로 이어졌으며, 사교육은 오히려 늘어나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교 진학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학생이 이들 학교 진학을 위해 선행학습을 받고 있고, 학교 수업이 입시 위주로 진행되는 부정적인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특성화를 통한 교육의 다양성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투명한 학교 경영을 위한 견제장치가 없다 보니 오히려 독단적인 학교 운영이라는 부조리만 키운다. 자율형사립고가 대거 미달사태가 나자 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이 정부 스스로 발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이제 이들 학교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실시해 운영이 부실한 학교는 일반학교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육을 통한 계층 고착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울러 특목고 중에서 외국어고등학교 역시 일반고로 전환시켜야 한다. 교육과정을 편법 운영하는 등 이 학교들의 부작용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우리는 교육에 대한 비용 부담과 관련해 철저하게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공적 부담에 대한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대학 반값 등록금도 그러한 교육비용에 대한 공적 부담에 대한 요청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보편교육·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 내용도 보편성을 띠어야 하며 교육기회도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목고·자사고·국제고 등 교육생태계를 파괴하는 학교들은 하루빨리 일반학교로 전환시켜야 한다. 교육의 질 제고는 학교 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야 한다. 학교를 유형화·차별화할 것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이 일어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성 기선 가톨릭대 교수 교육학과


다양화 요구 무시하고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

이병호
세현고 교장
(서울국제고 초대 교장)
최근에 태국·말레이시아·대만·싱가포르 등 몇몇 아시아 국가의 교육현장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여기에서 크게 느낀 점은 국가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교육과 질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가 간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 사회 일각에서 특목고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목고는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계열,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계열, 국제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국제계열, 예술인 양성을 위한 예술계열, 체육인 양성을 위한 체육계열 고교다. 이 가운데 과학계열, 예술계열, 체육계열 고교는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국민들 사이에 별 이견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국어계열과 국제계열 고교는 종종 원래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명문대학 진학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이들 고교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으나 상당수 졸업생이 대외적으로 진출해 국제사회에서 경쟁하면서 우리 국민의 우수성을 알리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국제계열 고교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완돼야 할 점이 있다. 현재 국제계열 고교 교육과정은 국내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규정돼 일반고와 별반 차이가 없다. 교육과정 운영상의 자율권 제약으로 인해 일부 국제계열 고교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명문대 입시준비 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필자가 근무했던 서울국제고는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지·덕·체를 겸비한 국제 전문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입학 후부터 많은 학생이 국제사회 전문가, 지역 전문가, 외교관 등의 비전을 가지고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 국제사회와 관련된 기본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가르쳤고, 학생들에게 태권도·전통무용 등 한국 전통문화 교육, 1인 1악기 감성교육을 받게 했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를 포함하는 다수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와 함께 어우러져 공부하면서 조화로운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다.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그러므로 교육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다. 그런 차원에서 글로벌 사회에 걸맞은 인재 육성은 시대적 요구이며, 이러한 요구에 특목고가 일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특목고는 수없이 많은 존폐 위기를 겪었고 그때마다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와서 또다시 폐지를 언급하는 것은 다양성을 갈망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와서 특목고의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본래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운영, 교원인사, 교육재정 등에서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들 학교가 다양한 유형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진정한 특목고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호 세현고 교장 (서울국제고 초대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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