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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느새 웨딩마치가 구슬픈 곡조로 들리기 시작한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친구 아들이 이번 주말 결혼한다. 얼마 전에는 동창 딸이 결혼을 했다. 미팅에서 퀸카를 만났네, 폭탄을 밟았네 하며 주접을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들, 딸 장가보내고 시집보낼 나이가 된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남의 집 혼사(婚事)가 이제는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청첩장 받고 예식장에 가더라도 하나라도 더 챙겨보고 따져보게 된다.

 결혼함에 있어 부모에게 기댈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말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입시키면서도 내심 무능한 부모의 자기 변명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남들처럼은 못 해주더라도 최소한의 부모 도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도 결국은 돈 문제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아들녀석이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요”라고 폭탄선언을 하지나 않을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적으로 신랑 쪽은 약 8000만원, 신부 쪽은 약 3000만원의 결혼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평균 1억원 이상을 쓰면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만큼의 비용을 신혼부부 스스로가 모은 돈으로 부담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다고들 하는데 언제 무슨 힘으로 그만 한 결혼 자금을 모을 수 있을까. 그러니 웬만한 혼주들에게는 딸, 아들 웨딩마치가 구슬픈 곡조로 들릴 법도 하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사람 얘기를 들어보니 중국의 사정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자녀 정책’ 탓에 ‘소황제’ ‘소황녀’로 대접받으며 자란 자식들인 만큼 사정이 우리보다 심각하면 심각했지 덜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아들을 둔 부모는 신혼집 장만 부담 때문에 등골이 빠진다고 한다. 부모의 능력이 안 되면 자식이 결혼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게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란 것이다.

 8년 가까이 프랑스에 살면서 부모의 경제적 형편이 안 돼 자식이 결혼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에 1년 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분수에 넘치는 허례허식을 멀리하는 것이 그쪽 문화다. 집을 살 능력이 안 되면 월세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 월세로 사는 사람도 많다.

 자녀의 결혼 비용 때문에 부모가 극심한 고통을 겪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안 돼 자식이 결혼하지 못한다는 건 21세기의 ‘블랙코미디’다. 결혼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신혼부부가 큰 부담 없이 월셋집을 구해 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의 피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가 아름답고 행복할 수 있겠는가.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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