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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피부 갖고싶다? 피부DNA 복원하면 가능"

‘에스티로더’의 제품 개발과 연구를 책임지는 다니엘 야로시 박사(왼쪽)와 나딘 페르노데 박사. 야로시 박사는 기초과학 연구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이고 페르노데 박사는 에스티로더 연구소 연구개발 이사다. [강승민 기자]

“피부는 쉬지 않는다. 낮엔 낮대로, 밤엔 밤대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다. 피부가 낮에 하는 일은 ‘방어’다. 오존 등 대기 중 유해 물질의 공격으로부터다. 밤이 되면 또 다른 일을 한다. 낮 동안 지쳐 쇠약해진 자신을 복원하는 일이다. 피부가 밤낮없이 일하는 목적은 피부 속 DNA를 젊고 건강하게 유지·복원하기 위한 거다.”

 피부 관리에 열심인 사람, 화장품에 해박한 이들에겐 어느 정도 익숙한 설명이다. 하지만 30년 전엔 낯선 얘기였다. 피부 재생의 핵심이 DNA라는 사실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때다. 이 ‘과학적 사실’을 화장품에 접목한 브랜드가 있다. 미국의 ‘에스티로더’다. 국내 소비자에겐 ‘갈색병’ 화장품으로 익숙한 회사다. 1982년 첫 ‘갈색병’인 ‘나이트 리페어 세럼’을 내놨고 이후 제품을 진화시키며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이하 ANR)’ 시리즈의 ‘갈색병’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판매 중이다. 제품 개발과 연구를 책임지는 두 전문가를 만났다. 에스티로더 기초과학 연구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인 다니엘 야로시 박사와 에스티로더 연구소 연구개발 이사인 나딘 페르노데 박사다. 이들은 내년 초 첫 출시 예정인 눈가 전용 제품 ‘갈색병’ 아이 세럼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 환경오염에 의한 피부 노화 등을 DNA 복원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이의 꿈, ‘늙지 않는 피부’를 갖는 게 가능한지를 들어봤다.

●‘DNA를 완벽하게 복원한다’면 평생 아기 피부처럼 살 수도 있다는 얘긴가.

 “현재 (그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모든 사람의 피부를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만들고자 한다. 그 사람이 본래 갖지 않았던, 타고나지 않은 피부를 만들어주겠다는 건 아니다. 손상되지 않은 원래의 DNA로 돌리는 것, 애초의 좋은 상태로 되돌리려는 게 최종 목표다.”

●타고난 유전자를 바꿀 순 없다는 건가.

 “그럴 수 없다. DNA를 바꾸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겪는 각종 스트레스, 대기 중 오염물질이 피부에 가하는 공격, 그로 인한 손상을 막으려고 연구 중이다. 쌍둥이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 피부 상태도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 DNA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 받은 손상을 제거해 DNA를 복원하려는 게 피부 연구의 핵심 과제가 되는 것이다.”

●결국 피부 표면이 아닌 DNA, 즉 근원적인 해결로 화장품 연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인가.

 “최신 주제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다. 유전학은 DNA 자체에 대한 것이고 후생유전학은 DNA를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에 관한 학문이다. 발가락이든 눈이든 유전자는 같지 않나.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떤 이유로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알려고 하는 게 후생유전학이다. 이런 과정을 이해한다면 스트레스·자외선 등 현대인이 겪는 환경에 대해 DNA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더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장품 회사의 연구자로 있으니 피부에 더 집중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후생유전학 자체가 이 분야 연구의 최신 흐름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내놓은 눈가 전용 제품도 오존 같은 대기 오염 등에 초점을 뒀나.

 “눈 주변 피부는 얼굴 피부보다 40% 정도 얇다. 피부 손상을 일으키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눈 생리학을 연구해보니 눈 주변의 얇은 피부가 얼굴 피부보다 5배나 더 오존 및 오염물질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 환경청 조사 결과 앞으로 70여 년 동안 도시 지역 온도가 현재보다 크게 오르면서 오존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 한다. 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 많은 인구를 감안하면 대기 중 오존과 공해가 피부에 줄 수 있는 영향을 중요한 문제로 다뤄야 할 것 같았다.”


●후생유전학, DNA 연구 결과가 어떻게 ‘복원’에 적용되나.

 “DNA 연구 결과 낮 시간대엔 피부 세포의 보호 기능이 활발하고, 밤엔 피부의 복원 작용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알아냈다. 낮 동안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된다. 피부의 주요한 기능이란 외부의 손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 세포들은 환경에 대항하기 위해 몸을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고자 분주히 움직인다. 자외선과 외부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낮 동안의 이런 기능이 밤에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 낮 동안 축적된 손상을 치유할 시간이 생기는 때다. 그래서 우리가 자는 밤새 피부 세포는 쉬지 않고 DNA를 복원한다. 그래서 밤에 쓰는 화장품에 DNA 복원에 필요한 최적 성분을 넣어 화장품을 만들었다. 그게 ‘갈색병’이다.”

●비슷한 성분만 배합할 수 있으면 다른 브랜드에서도 그런 화장품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DNA 치료 연구의 목적은 단지 몇 개의 손상된 DNA를 고치는 것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장 잘 DNA가 복원되도록 하느냐에 있다. 그렇게 하려면 최적의 성분 배합이 필요하고 최적의 유효 성분이 가장 효과적으로 피부에 작용해야만 가능하다.”

●화장품 회사라면 그 정도는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우린 임상 연구 전에 매우 많은 종류의 피부 세포로 연구를 한다. 유효 성분의 배합을 모두 달리해 가며 효능 시험도 한다. 좋은 성분들이 어떻게 섞여야 하는지 역시 연구 과제다. 성분을 배합해 활성화할 때 때때로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말은 곧 좋은 성분이 최적의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다시 연구실에서 다른 성분과 배합해본 뒤 활성화 방법을 찾아낸다. 좋은 성분 간의 배합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적의 배합을 찾아 최대의 효과를 내는 공식을 만들면 이때부터 임상 연구가 시작된다. 우리의 경우엔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꾸준히 결과를 관찰하기도 한다. 그 결과 피부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도 입증해 소비자에게 자신 있게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ANR 고유의 배합 방법은 20여 개의 국제 특허가 걸려 있기 때문에 똑같이 따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허 기간이 끝나는 2019년까지 ANR 복제는 불법이다.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약은 대부분 부작용을 수반한다. 하지만 화장품은 부작용이 없다. 안전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고급 화장품의 핵심이 ‘최적화’란 것인가.

 “그렇다.”

●소비자 입장에선 ANR이 다소 비싸다. 그러니 더 저렴한 ‘비슷한 제품’에 끌리는 것 아닐까.

 “수많은 과학자가 수십, 수년간 연구한 결과가 하나의 제품으로 탄생한다. 나(야로시 부사장)와 함께 일하는 연구진만 70여 명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중국·벨기에 등 전세계 각지에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이들의 급여도 제품 가격에 반영돼 있다.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 성과는 우리가 급여를 받고 일한 대가다. 이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비용도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 피부 타입별로, 민족별로 광범위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모든 비용 말이다. 또 우리 연구소에서 소화하지 않은 기술에 대한 대가도 추가해야 한다. 대학의 순수과학 연구 결과가 제품에 응용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유효 성분의 원가가 얼마’라는 식의 생각만 한다면 속상한 일이다.”

●그래도 비슷하게 따라 만든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런 제품들을 한번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 있다는 얘긴가.

 “30년 전 갈색병은 ‘혁신’이었다. 갈색병은 화장품 업계 최초의 ‘세럼’ 제품이다. 크림과 로션(※우리나라에선 흔히 ‘스킨’이라 부르는 형태의 물 같은 화장품)이 전부였던 기초 화장품 분야에 가벼운 질감의 세럼은 유효 성분이 피부에 보다 빨리 흡수되는, 화장품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제품이다. 요즘 우리가 보는 수많은 종류의 세럼, 우리를 따라 하는 제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갈색병이 큰 성공을 했다는 걸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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