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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63> 일본 여대생 아시자와의 인천 여행

해질녘, 인천 강화도. 일몰이 빚은 서해의 비경을 누군가는 카메라에, 또 누군가는 그저 마음에 새겼다


한국을 처음 만난 건 2009년 11월의 일이었다. 그해 서울은 너무나 추웠다. 초겨울로 막 접어들었을 뿐인데 거리엔 온통 눈발이 날렸다. 번화가를 누비며 저렴한 쇼핑을 즐기려던 나와 친구의 의지는 수은주와 함께 곤두박질쳤다. 결국 우리는 호된 한파에 쫓기듯이 일본으로 후퇴했다.

강화도에서 문득 본 석양, 한국에서의 시간은 거기서 멈췄다



 오기였을까. 이듬해 6월 그 친구와 다시 서울을 찾았다. 그 사이 한국어도 배웠다. 초등학생 수준의 회화 실력이었지만 서울 곳곳을 실컷 쏘다니며 지난 여행의 ‘한’을 풀었다. 더 이상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지난해 8월 나는 아예 1년 동안 머물 작정으로 한국에 왔다. 대학 전공이 도시정책학이라, 해외 도시에서 현장학습을 해보고픈 마음도 있었다. 때마침 서울이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덕성여대 교환학생 신분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나를 사로잡은 건 항구도시 인천이었다.



 인천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나는 차일피일 인천 여행을 미뤘다. 그러다 한국을 떠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에야 비로소 인천으로 향했다.



 오전 7시 인천 강화도의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모도행 첫 배에 올랐다. 강화도 서쪽 바다에 길게 누운 석모도는 산과 바다와 갯마을이 어우러져 기막힌 풍광을 자아내는 섬이었다. 1.5㎞ 바닷길을 건너는 동안 나는 다른 여행객처럼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줬다. 커다란 날개를 퍼덕거리며 과자를 받아먹는 갈매기의 모습이 귀여웠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갯벌에서 조개를 캤다. 서해 갯벌은 피부에 좋다고 해서 얼굴에 진흙을 잔뜩 발라 ‘천연팩’도 했다. 함께 간 친구와 진흙공을 만들어 눈싸움을 하듯 던지면서 장난도 쳤다.



 다시 강화도로 돌아와 용두레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했다. 낮은 곳의 물을 높은 곳의 논으로 퍼 올리는 ‘용두레질’ 등 강화도 지역의 전통 농사법도 배웠다. 서툰 솜씨로 농사일을 돕노라니 할머니가 새참으로 냄비 가득 찌개를 끓여왔다. 아침을 거른 우리는 수북한 쌀밥까지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다. 강화도 쌀은 일본 쌀보다 수분이 적어 찌개와 썩 잘 어울렸다.



 점심으로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회와 꽃게탕을 먹고 송도 센트럴공원에서 카누를 탔다. SF 영화에 나올 법한 미래지향적인 송도의 빌딩숲 한복판에 우거진 녹음과 잔잔한 바다가 마치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았다. 부드럽게 귓불을 간질이는 바닷바람이 좋아서 한참 동안 노를 저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이름난 화덕만두 가게가 많다.
 마지막 방문지는 인천의 명물 차이나타운이었다. 갑작스러운 비에도 불구하고 한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에는 방문객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비에 젖은 몸도 말릴 겸 친구가 맛있다고 귀띔해준 만두 가게 ‘천리향’에 들어섰다. 일본에서 흔히 먹던 찐만두이겠거니 생각했는데 화덕만두가 나왔다. 인도의 전통빵 ‘난’처럼 고온의 화덕 벽면에 붙여서 구운 만두였다. 먹어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기로 가득 차 부드러웠다. 베어 물 때 주르륵 흐르는 육즙이 일품이었다. 한국인의 기호에 맞춰 콩·호박·고구마 등 각양각색의 속 재료를 넣은 화덕만두도 있었다. 굉장히 중독적인 맛이어서 나와 내 친구는 메뉴판에 있는 모든 종류의 화덕만두를 맛본 다음에야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차이나타운 상점가를 하나하나 들러본 뒤 발걸음을 돌렸다. ‘아쉽다, 아쉽다, 아쉽다’를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처음에 내가 인천에 반한 건 고향 요코하마와 닮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수도 인근의 항구도시면서 전국 최대의 차이나타운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요코하마를 자꾸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돌아온 지금은 다르다. 유쾌하고, 정겹고, 이국적이고, 맛있는 도시 인천은 내게 다른 의미로 그리운 곳이 됐다. 이제 나는 요코하마에 가면 늘 인천을 추억한다. 언젠가 꼭 다시 인천에 가고 싶다.



 정리=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차이나타운을 떠나며, 아쉬운 마음을 달콤한 ‘공갈빵’ 한 봉지로 채웠다.
◆ 아시자와 시오리(芦澤)



1990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출생. 도쿄 호세이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도시정책학을 전공했다. 한국어를 제 2 외국어로 배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덕성여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며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도시를 두루 여행했다. 한국에서의 학기를 마치고 지금은 도쿄에서 취업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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