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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전맹학교에서 사물놀이패 ‘하늘소리’ 단원들이 이화순 교장(왼쪽 다섯째), 이만희 교사(오른쪽 둘째)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둥둥 둥둥 둥 둥…꽤괭꽹꽹 꽤괭꽹꽹.”

제8회 푸른성장대상 받는 대전맹학교 사물놀이패
전국경연대회 3년째 입상
복지관 돌며 재능기부 공연



 14일 오후 대전시 동구 가오동의 대전맹학교 강당. 힘찬 북소리에 이어 꽹과리가 치고 나왔다. 이어 장구·징 소리가 화답하듯 합쳐졌다. 중간중간 “얼쑤” “절쑤” 하는 추임새도 들어갔다. 7명의 연주자들은 상체를 숙였다 폈다 하며 흥을 돋웠다. 20여 분간 계속된 사물놀이 연주 속에 땀범벅이 됐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들은 모두 대전맹학교에 다니는 15~22세의 시각장애 청소년이다. 비록 앞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를 만들어내는 실력만큼은 수준급이다. 일반 학생들이 참가하는 전국사물놀이경연대회에서 3년째 입상을 했고 2010년엔 ‘세계사물놀이대축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수상 경력을 적다 보면 A4용지 한 페이지를 훌쩍 넘어간다.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재능 기부 공연도 여러 차례 했다.



 2008년 창단해 소리를 통한 장애 극복을 몸소 실천해온 대전맹학교의 사물놀이패 ‘하늘소리’가 16일 제8회 푸른성장대상을 받는다. 중앙일보와 여성가족부·문화방송이 공동 시상하는 이 상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환경 조성에 공헌한 개인·단체·청소년에게 수여된다.



 ‘하늘소리’를 창단하고 이끌고 있는 지도교사는 이만희(34) 교사다. 그 역시 빛과 어렴풋한 형체만을 인식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사물놀이패는 처음엔 평범한 취미반에 불과했지만 이 교사가 맡으면서 ‘하늘소리’라는 이름을 붙였고 제대로 소리를 가르칠 전문 강사도 초빙했다. 방과후 학교 예산뿐 아니라 발품을 팔아 평생학습관·청소년활동진흥센터·국립국악원 등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하늘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하늘처럼 높고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늘소리’라고 이름 붙였다”며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소리를 통해 보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징·꽹과리 등 악기를 제대로 잡게 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채 잡는 위치, 두드리는 면 위치 등을 오로지 손 감각으로 익혀야만 했다. 시간 날 때마다 연습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상체를 숙였다 폈다 하는 연주 자세도 그랬다. 이 교사가 직접 어깨를 잡아주거나 뒤에서 안아서 동작을 가르쳤다. 자세한 연주법이나 자세는 전문강사가 맡았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전학 온 이승진(20)군도 이 교사의 권유로 북채를 잡았다. 고2 때 갑자기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으면서 3년간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사물놀이패에 들면서 생활은 안정돼 갔다. 이군은 이제 자주 웃는다. 학생회장도 맡았다. 그는 “북을 잡으면 장애로 인한 괴로움과 외로움을 모두 잊게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30여 명의 학생이 사물놀이패를 거쳐 갔다. 올해 졸업한 사물놀이패 출신 학생 네 명은 재능을 살려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와 남사당패에서 운영하는 학점운영제 대학, 일반대학 특수교육과 등에 진학했다.



 이 교사는 “처음 하늘소리를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예술의전당에 서게 해줄게’ ‘신문에 나게 해줄게’ 같은 약속을 했는데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노력하면 기회를 얻게 되고, 기회를 얻으면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걸 아이들이 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자 명단=▶개인:차광선(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왕태진(서울남대문경찰서 경위) ▶단체:강남종합사회복지관·대한청소년보호순찰대 ▶청소년 개인:김견홍(한국인터넷진흥원)·김아련(전남 명덕초)·이상민(서울교대) ▶청소년 동아리:대학생지도자(서울)·동그라미(전북)·YES 링컨하우스 원주스쿨(강원)·미디어기획단(경기)·시밀레(서울)·작은짜이집(경남)·청소년회의(경기)·하늘소리(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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