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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경제민주화도 소통이다

서경호
경제부문 차장
13일 본지에 게재된 경제민주화 시리즈의 김상조 한성대 교수 인터뷰를 보고 잘 알려진 보수 진영의 한 경제학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니, 김 교수가 중간이면, 나는 대체 어디쯤 있는 겁니까?”



 “과격한 재벌개혁론자였던 나도 요즘엔 중간 정도에 불과하다”는 김 교수의 말을 겨냥한 것이다. 물론 가벼운 항의(?) 정도였지만 명확히 경제민주화 반대론을 개진해 온 그의 심기가 그리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배 아픈 것은 해결해줄지 몰라도 배고픈 것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먼저 재벌개혁론자 김상조 교수의 ‘방법론적 최소 원칙’이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선에서 천천히 가자는 주장은 신선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진화(evolution)”라는 말도 했다. 그가 회색빛 상아탑의 연구자가 아니라 10년 넘게 재벌 개혁 현장에서 뛰었던 실천가였기 때문에 가슴에 더 와 닿았다. 천천히 가는 게 어쩌면 더 확실하게, 그리고 멀리 가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김 교수의 ‘최소 원칙’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설파했던 ‘정책의 임팩트(impact) 효과’와 닮아 있었다. 이 전 부총리는 최근 경제민주화 강연에서 “점진적·단계적 접근으로 정책을 성공시키고 이런 가시적 성과를 발판으로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며 “근본주의적 이념에 매몰돼 완벽한 개혁을 추구하면 사회적 긴장만 유발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했다. 진보 김 교수와 그가 평소 비판해 온 ‘모피아(재무관료)’의 보수 원로가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다.



 9월 어느 토론회에서 들은 복거일 작가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시장원리와 자유주의 이념을 중시해 온 그는 “자유주의에 따른 표준 처방만으로 경제가 발전한다는 얘기로는 더 이상 반대 측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자유주의적 표준 처방이란 작고 깨끗한 정부, 법의 지배, 정부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시장 같은 것이다. 그는 “(소득 양극화처럼) 시민 다수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고 여기는 것에도 경제적 자유주의가 효과적 처방을 내놓을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어쨌든 다수가 문제라고 여기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란다. 그는 “내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니다”면서도 “아무리 얘기해도 저쪽에서 들으려 하지 않으니 어쩌겠느냐”고 했다. 보수도 고민이 많았다.



 지난주 국회 공청회에서 일부 의원이 경제민주화 반대 측 전문가를 증인이나 죄인처럼 몰아세우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있었다. 혹시 경제민주화에 찬성하기만 하면 무조건 도덕적으로 우월해진다고 믿고 있는 것인가. 이젠 경제민주화 찬반론을 넘어설 때가 됐다. 찬성이냐 반대냐를 둘러싸고 ‘딱지 붙이기’를 하는 대신 어떤 경제민주화가 필요한지, 또 우리가 그걸 감당할 수는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볼 때다. 경제민주화도 결국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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