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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공 하나로, 느지막이 쓴 사이영상 신화

15일(한국시간) 생애 첫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디키가 지난 9월 28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너클볼을 던지고 있다. [중앙포토]
가냘픈 나비 같았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이리저리 흩날리다 포수 미트에 힘겹게 도달했다. 남들이 더 세게, 더 빨리 공을 던지려고 애쓸 때 그는 힘을 뺀 채 매우 느린 공을 던졌다.



디키, 너클볼러 사상 첫 수상
NL 메츠서 올 20승6패 230K
팔꿈치 문제로 강속구는 포기

 불혹을 앞둔 노장의 ‘마구(魔球)’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만 갈랐다.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선수에게만 허락된 공을 손에 쥔 투수, 로버트 앨런 디키(38·뉴욕 메츠)는 너클볼(Knuckleball)을 던지는 투수다. 디키는 올 시즌 20승6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15일(한국시간) 기자단 투표에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너클볼 투수가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받은 건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이다. 팀 웨이크필드(46·전 보스턴)가 올해 초 은퇴하자 디키는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너클볼러가 됐다.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에 그는 전성기를 맞았다. 강속구를 버리고 느림의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디키는 남들의 부러움을 샀던 강속구 투수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미국 국가대표로 나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해 열린 드래프트에서 텍사스는 디키를 1라운드 전체 18번으로 지명했다.



 하지만 입단 전 신체검사가 유망주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오른쪽 팔꿈치의 인대가 없다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이전까지 81만 달러(약 8억8000만원)의 계약금을 제시했던 텍사스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 7만5000달러(약 8200만원)를 내밀었다.



디키는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후 2001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4년간 15승(16패)에 그쳤다. 2006년엔 투수의 생명인 팔꿈치가 아파 은퇴의 기로에 섰다. 디키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강속구만 포기했다. 느린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로 변신을 결심했다. 팔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였다. 변신은 쉽지 않았다. 부진이 계속되며 팀을 옮겨다녔다. 그동안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필 니크로(73) 등 선배 너클볼 투수들의 영상을 분석했고 웨이크필드에게도 끊임없이 조언을 구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디키는 자신만의 너클볼을 완성했다. 선배들은 시속 100㎞ 수준의 너클볼만 던졌지만 그는 이보다 빠른 120~130㎞의 ‘디키표 너클볼’을 장착했다.



 디키는 2010년 메츠에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2.84를 거두며 뒤늦게 꽃을 피웠다. 지난해 8승에 그쳤지만 올해 20승 고지에 오르며 황혼의 전성기를 누렸다. 디키는 “너클볼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았다는 것은 이 구질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20승5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한 데이비드 프라이스(27·탬파베이)에게 돌아갔다.



정종훈 기자



◆너클볼(Knuckleball)=투수가 손목과 손가락을 놀려 공에 회전을 주는 다른 구질과 달리 손가락 끝으로 밀어내듯 던지는 공. 거의 회전을 주지 않아 공기의 흐름에 민감해 ‘버터플라이(나비)’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공의 방향이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그만큼 제구하기 어려워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구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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