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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78) 평론가 75명 선정 ‘한국 시집 톱10’

김효은 기자
내년이면 한국현대문학사(史)에서 창작 시집이 발간된 지 90주년이 됩니다. 1923년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이후 수많은 시가 우리들의 마음을 울렸지요. 시 전문 계간지『시인세계』에서 문학평론가 75명에게 한국 대표 시집을 물었습니다. 시집의 우수성, 문학사적 의의, 후배 시인에게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 순위를 매겼습니다. 상위 10개의 시집을 골라 소개합니다.

1 김소월 『진달래꽃』 (1925)

민족의 생활사가 반영된 토속적 언어로 그리움의 정한을 표현한 시인의 대표 시집이다. 표제시 ‘진달래꽃’을 비롯해 ‘먼후일’ ‘산유화’ ‘초혼’ ‘엄마야 누나야’ 등 127편의 주옥 같은 시가 실렸다. 근대출판물로서 유일하게 지난해 문화재로 등록됐다. 그만큼 역사적·문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대중에게도 친숙한데 이는 김소월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송희복 문학평론가는 “세속의 남녀가 서로 사랑했다가 미워하면서 애틋한 그리움의 감정을 되새기곤 하는, 이를테면 수평적인 현실의 부대낌 속으로 파고드는 사랑을 그렸다”고 평했다.

2 서정주 『화사집』 (1941)

1935년부터 4년 동안 쓴 시들 중 선별해서 묶었다. ‘화사’ ‘맥하’ ‘입맞춤’ ‘가시내’ ‘대낮’ 등 관능적이고 본능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작품을 여러 편 선보이고 있다. “애비는 종이었다”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대표시 ‘자화상’도 수록했다. 화사집의 초판본 가격은 5원이었는데 당시 화폐 가치를 고려해보면 비싼 값이었다고 한다. ‘시인부락’의 동인이자 당시 남대문 약국의 주인이었던 김상원이 500원을 내놓은 덕분에 초판집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서정주는 시인별로 따진 득표수에서 평론가 75명 전원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화사집』 말고도 『서정주 시선』(8명), 『귀촉도』(4명), 『질마재신화』(3명) 등이 표를 얻었다.

3 백석 『사슴』 (1936)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의 대표 시집. 토속적 세계를 재현한 작품과 풍경이나 정황의 이미지를 제시한 작품으로 크게 양분된다. 대표작으론 ‘가즈랑집’ ‘여우난곬족’ ‘고방’ 등이 있다. 이숭원 문학평론가는 “수식어가 수식어의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지는 구어적 서술, 토속적 방언, 토속적 배경과 인물들이 자아내는 정취는 백석 이전에 시로 표출된 적이 없는 전적으로 새로운 양식이었다. 당시 한국시가 창조한 가장 개성적인 미학”이라고 설명했다. 『사슴』은 2005년 현역 시인 156명이 뽑은 ‘우리 시대 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4 한용운 『님의 침묵』 (1926)

한용운이 3·1운동으로 투옥돼 3년의 옥고를 치르고 출소한 후 설악산 백담사에 머물며 쓴 작품집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다. 서문인 ‘군말’에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루워서 이 시를 쓴다”라고 밝혔다. 돌아가야 할 집과 조국을 잃은 겨레를 위해 시집을 구상한 것이다. 표제시 ‘님의 침묵’이 그렇듯, 연애시의 형식을 빌려 종교적 깨달음과 현실 극복의 방법을 구현했다. 이혜원 문학평론가는 “낭만주의 시의 애상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정서가 지배하던 1920년대에 전혀 다른 저항과 극복의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5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1954년 2월 시인이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후 3년 뒤에 발간된 유고 시집이다. 이 시집은 출간 과정까지 극적인 과정이 있었다. 지면에 공식적으로 시를 발표한 적이 없었던 시인은 1941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 시집을 내려고 그동안 썼던 시를 모았다. 77부 한정판으로 출간하기로 하고 필사로 3부를 만들었으나 시집 출판은 좌절되고 시인은 투옥됐다. 당시 필사본 한 권이 기적적으로 남아 경향신문에 게재되면서 31편을 실은 유고 시집이 발간된다. 한국문학사에 윤동주라는 ‘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6 정지용 『정지용시집』 (1935)

시인은 1930년대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세대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스스로 “언어미술이 존속하는 이상 그 민족은 열렬하리라”라고 잡지 ‘시와 소설’ 창간호에서 썼던 것처럼 자신의 언어관을 적극 실천한 민족어의 거장이었다. 『정지용시집』에는 그의 초기 시 세계가 잘 담겨 있다.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이미지가 시집 전반에 흐르는데 대표작 ‘고향’에 잘 드러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전통적 정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상 과잉을 철저히 배격하고, 사물 자체의 실재를 이지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인이었다”고 평했다.

7 이상 『이상선집』 (1956)

이상은 1937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자신의 시나 소설을 책으로 묶어서 출간한 적이 없다. 『이상선집』은 사후에 시인 김기림에 의해 백양당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219면 분량에 소설 3편, 시 9편, 수필 6편이 수록돼 있다. 김기림은 서문을 쓰면서 이상에 대해 “무슨 싸늘한 물고기와도 같은 손길이었다. (중략) 나는 곧 그의 비단처럼 섬세한 육체는 결국 엄청나게 까다로운 그의 정신을 지탱하고 섬기기에 그처럼 소모된 것이리라 생각했다”고 썼다. 이 선집은 이후 임종국, 이어령, 김윤식, 이승훈, 김주현, 권영민 등의 이상 전집 출간 작업에 단초를 제공했다.

8 김수영 『달나라의 장난』 (1956)

이 시집을 빼놓고 1960년대 한국시를 얘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새로운 지형을 보여준 선언적인 책이다. 관념적인 시 세계를 떠나 저잣거리 같은 일상으로 시를 끌어들이는 분기점이 됐다. ‘달나라의 장난’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아버지의 사진’ ‘폭포’ ‘눈’ 등이 그렇다. 이은정 문학평론가는 “‘달나라의 장난’에서 드러나는 주된 정서는 비애와 설움, 그리고 자기연단(自己鍊鍛)이다. 삶과 시, 일상과 이상, 전통과 근대의 사이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분열됐던 자신의 내면과 그럼에도 지향해 갔던 시적 인식의 고투다”라고 평했다.

9 임화 『현해탄』 (1938)

임화는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내 주요 비평가이자 대표적인 시인이었다. 『현해탄』은 그의 첫 번째 시집이며 총 4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이 주도했던 카프가 1935년 공식적으로 해체된 이후 문학적으로 전향하는 시기와 출간이 맞물린다. 역사적으로는 일제의 식민정책이 강화되면서 민족해방운동이 더욱 힘들어진 때였다. 『현해탄』에 실린 시들은 일제 암흑기를 당한 임화의 심경이 주로 담겨 있다. 카프 해산 무렵의 패배의식 및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관념도 드러난다. 시인에게 문학은 현실의 변혁을 꾀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 방법 중 하나였던 셈이다.

10 이육사 『육사시집』 (1946)

‘광야’ ‘청포도’ ‘절정’ ‘교목’ ‘꽃’ 등 시인의 훌륭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 담겼다. 극한 상황을 부각시키는 비장미와 고결한 지사적 정신, 미래에 대한 희망, 절제된 형식과 호방한 기상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육사는 한용운·이상화·윤동주·심훈 등과 함께 일제 강점기의 대표적 저항시인의 한 사람으로 직접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다른 시인과 구별된다. 시인이 순국한 지 2년 뒤 동생 이원조에 의해 서울출판사에서 초간본이 간행됐다. 70면에 총 20편의 시를 수록했다. 당시 『육사시집』의 정가는 40원이었고, 장정은 화가 길진섭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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