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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고백

고백 - 남진우(1960~ )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사랑의 시작과 그 끝에 대한 시는 많다. 그러나 그 처음과 중간과 끝을 통째로 꿰뚫은 시는 드물다. 우리의 마음에 썰물이, 혹은 밀물이 밀려와 흘러넘치는 일은 많아도 그것의 들어오고 나감이 온전히 바라보이는 일은 드물다. 사랑의 설렘이라느니 이별의 뼈아픔이라느니 좀 물렸다. 여기 사랑의 물밀어 오름과 흘러내려 스러짐이 통째로 드러났다. 그리고 빈 방,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사람에 대한, 남겨두고 온 사람의 염려가 있다. 썰물이 가고 난 뒤 다시 밀물이 온다고 하지만 애초에 물러간 그 밀물은 아니러니, 그 되돌릴 수 없음이 저릿하다. 여기 바람이 불어도 살아야 하고, 바람이 안 불어도 살아야 하는 헐수할수없는 유전자가 있다. 썰물이 또 올 줄 알면서 밀물을 받는 개펄이 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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