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일기] ‘닥치고 공약’의 후유증, 인천시뿐일까

정기환
사회부문 기자
3년 전 이맘때쯤 인천에서는 “대구는 물론이고 이제 부산까지 제쳤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2010년도 인천시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7조원대를 넘어서면서 재정규모만을 놓고 보면 서울시 다음의 도시로 부상했다는 성취감(?)의 표현이었다.

 그런 인천시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7.5%(5446억원)나 확 줄인 긴축예산을 편성했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내세웠지만 지자체 살림살이도 본격 다운사이징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뒤따랐다. 지자체 예산은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수십 년간 해마다 큰 폭의 팽창을 거듭해 왔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맘때쯤 예산의 계절이 돌아오면 사업부서 공무원들은 ‘닥치고 증액’ 식의 예산투쟁에 들어가고 예산 편성 담당자들도 ‘얼굴 좀 보자’는 성화에 시달렸다.

 그러나 요즘 인천시 예산 담당자들은 “밤샘작업은 마찬가지지만 일하는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동료 공무원들뿐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에서 “예산 좀 달라”고 하지만 있는 예산 칼질하기에도 급급하다. 내년도 인천시 예산을 보면 우선 취득세 등 지방세 수입이 18%(4771억원)나 줄었다. 예산부서 관계자는 “실제 지방세 수입이 예산 편성 때의 추계액을 한참 밑도는 현상이 최근 3~4년째 계속돼 과감하게 현실화했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재정난은 지난 봄 한때 직원들 수당을 체불하는 지경에까지 쫓겼다. 전 직원이 조를 짜 체납 자동차의 번호판을 떼러 거리로 나서야 했다. 시간외수당이나 연가보상비도 예전만큼 못 받는다. 민선 이후 해마다 한두 개씩 늘어났던 축제·행사들도 다운사이징의 대상이다. 신규 사업은 꿈도 못 꾼다.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축소예산이 더 추위를 타게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달궜던 보편적 복지도 재정난은 어쩌지 못한다. 당초 인천시는 내년부터 중학교에도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었지만 기약 없이 보류됐다. 보편적 복지로 선거를 이긴 단체장들도 정부의 무상보육에는 원망이 크다. 돈 때문이다.

 인천시의 재정난은 과다한 개발사업과 방만한 재정 운용이 누적되면서 빚은 결과다. 나라 살림이라고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요즘 큰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자고 나면 하나씩 대형 공약을 터뜨린다. ‘돈 걱정’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산에 가서는 ‘산촌수당’을, 바닷가로 가서는 ‘어촌수당’을 약속하는 모양새다. “이전에는 세금이나 예산은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쏟아져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거품이었습니다.” 대선 주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인천시 간부의 독백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