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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SOC 예산은 쌈짓돈이 아니다

강갑생
사회부문 차장
대선 얘기는 가급적 안 하려고 했다. 안 그래도 대선 관련 글들이 사방에서 넘쳐난다. 하지만 요즘 걱정스러운 대목이 생겼다. 돈 얘기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복지 공약을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돈이 참 많이 필요하겠구나 싶다. 공약을 다 이행하려면 매년 수십조원이 더 들 거라는 분석이 있다. 아예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이 안 된다는 말도 나온다.

 재원 마련 대책은 신통치 않아 보인다. 증세도 거론되지만 실제 추진은 쉽지 않은 ‘뜨거운 감자’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세금을 올리기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게다. 사실 여기까지는 많이 나온 얘기다. 걱정은 여기서부터 가지를 친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복지 공약 일부라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예산은 부족하다. 이때 만만해 보이는 목돈이 눈에 띌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정부 예산 항목 중 복지·국방·교육과 함께 규모로 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343조원 가까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도 SOC 예산은 24조원으로 7%를 차지한다. 복지 확대를 약속한 상황에서 복지예산을 줄일 순 없다. 국방·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SOC는 다르다. ‘토건족’ 운운하며 SOC 투자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더 그렇다. 별 부담감 안 느끼고 뭉텅이로 빼쓰고 싶은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 재임 기간 동안 SOC 몇 개 안 한다고 당장 티가 나는 게 아니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너무 앞서간 생각일까.

 아니다. 최근 내년도 예산안이 공개된 서울시교육청만 봐도 그렇다. 무상급식·보육 지원비를 82.2%(3620억원) 늘리는 대신 화장실·창틀·탈의실 같은 환경 개선예산은 42.7%(2319억원)나 줄였다. 화장실을 새로 짓고 고칠 돈, 그러니까 SOC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에 보탠 것이다. 서울시 역시 내년 예산에서 복지 비중을 높이는 대신 적지 않은 SOC 사업을 보류했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SOC 투자는 결코 복지투자의 대척점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니 도로·철도 같은 SOC는 보편적 복지에 가깝다. 필요한 지역에 도로를 깔고, 철도를 놓으면 그 혜택은 실로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지위고하, 빈부격차를 떠나 고루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라는 거다. SOC는 도시·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정보통신(IT) 시대라도 오프라인에서의 자유롭고 빠른 인적 교류와 물류가 없이는 제대로 경쟁력을 키울 수도, 발휘할 수도 없다. 신속한 교류와 물류의 밑바탕이 바로 SOC다.

 안타깝게도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이 같은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SOC가 천덕꾸러기가 되고 SOC 예산이 쌈짓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불현듯 들었던 이유다. 부디 편견을 버리고 냉철한 시각으로 SOC를 바라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도시가 크고 국민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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