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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대통령 사저

고정애
정치국제부문 차장
우리 대통령의 불행한 임기 말을 주제별로 정리하면 한 장(章)은 사저(私邸) 문제일 거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이래 대통령들이 고초를 겪었다. 앞선 대통령의 논란이, 뒤따르는 대통령의 논란으로 덮이는 형국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낙향하면서 인근 지역에서 수백억원대의 환경개선사업이 이뤄진 걸 염두에 두고서다. 배석했던 인사는 당시 “이 대통령은 그러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근래 처지는 그러나 정반대다. 경호 부지가 역대 최대 면적에다 역대 최고가여서, 사저 부지가 아들이 구입한 형식이어서 질타를 받았다. 대통령 일가가 검찰과 특별검사로부터 조사도 받았다. 그 사이 국민 대부분에겐 “현직 대통령이 국고를 당겨 아들에게 편법 증여를 시도했다”고 각인됐다.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말이다.

 사실 이번 건은 그의 사저가 땅값 비싸기로 이름난 서울 논현동에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 경호 부지로 200평이 필요한데 땅값만 70억원이었다. 국회는 40억원만 줬다. 경호처에선 논현동에선 살 수 없으니 아예 사저를 옮기자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이 수용했다. 만일 이 대통령이 “어렵더라도 논현동에서 해결하라”-결과적으로 그리 됐다-고 강제했다면, 또 국회가 예산을 절반 가까이 깎지 않았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는지 모른다.

 앞선 대통령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연희동 사저는 비리청문회 대상이었다. “옛날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상도동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던 YS는 증축한 집으로 향했고, DJ의 당에선 “퇴임 후가 걱정된다면 사저에 신경 쓸 게 아니라 본분인 국정수습과 민생에 충실하라”고 비판했다. 그런 DJ 역시 방 8개짜리 사저를 신축했고 한나라당에선 “80대 노부부가 퇴임 후 단출히 살 집이 왜 이리 호화스럽냐”고 공격했다. 향후 대통령은 다를까. 반면교사는 충분하다. 이 대통령의 혹독한 경험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장담하긴 어렵다. 곳곳에 난관이 있어서다.

 당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거주지는 서울 삼성동이다. 대통령이 되면 땅값 탓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아파트에 산다. 전직 대통령이 아파트에 살 경우 옆집과 위·아래 집도 검문·검색은 물론 검측·검식 대상일 수 있다. 민폐인 거다. YS가 퇴임 후 한동안 아파트에 살려다 포기한 연유다. 안 후보도 임기 중반기엔 어디에, 어느 규모로 사저와 경호 부지를 마련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예외일까. 대통령 사저는 대개 건평이 100평 중후반대다. 10년간 경호 인력만 해도 30여 명이 들락날락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양산집 본채는 70평형대다. 대규모 증축이 불가피한 거다. 그도 자칫 역대 대통령들처럼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 대통령도 각양각색의 사저 걱정을 하게 될 거다. 미국·프랑스처럼 국가 예산을 들여 전직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 사저를 마련해 주는 나라가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과거의 대통령과 달랐으면 한다. 사저란 고도의 정치성과 민감성을 감안해 세밀한 데까지 신경을 쓰고 또 썼으면 좋겠다. 임기 말 대통령이 사저로 사적 이익을 탐하는 사람처럼 여겨져 힘이 빠지곤 했던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말이다.

 우리도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가 이어지는 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잘했든 못했든 말이다. 사저는 그런 그와 그의 배우자-있다면 말이다-가 숨질 때까지 사는 삶의 공간이다. 이후엔 그들의 공과(功過)를 기리는 역사적 공간이 된다. 국민의 자산이란 의미다. 이화장과 안국동 윤보선가가 그렇듯 말이다. 봉하마을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이들에겐 성지(聖地)다. 50년 후쯤 우리 국민도 미국인들이 대통령기념관을 순례하듯, 대통령 사저 탐방을 하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우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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