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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동국은 보였다

이동국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한 판이었다. 최강희(5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플랜B 찾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축구 대표팀은 14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1-2로 졌다. 이동국(33·전북)이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트렸으나 호주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호주와의 상대 전적은 6승9무8패의 열세를 이어 갔다.

 최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유럽파를 제외했고 런던 올림픽 멤버와 K-리거를 중용했다. 그러나 손발이 맞지 않았다. 대표팀은 최근 세 경기에서 1무2패로 승리가 없다. 쌀쌀한 날씨 속에 경기장을 찾은 2만1618명 팬들의 얼굴엔 실망이 가득했다.

 엉성한 수비로 두 골이나 내줬다. 대표팀은 이날 김영권(22·광저우)-김기희(23·히로시마)-정인환(26·인천)-신광훈(25·포항)으로 포백을 구성했다. 김영권·김기희는 런던 올림픽 멤버이고 정인환·신광훈은 K-리거다. 전반 중반까지는 호주의 공격을 그럭저럭 막아 냈다. 그러나 전반 44분, 순간의 방심이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왼쪽 수비수로 나선 김영권이 쇄도하는 호주 공격수 니키타 루카비차(마인츠)를 놓치고 말았다.

 후반 상황은 더 악화됐다. 미드필드를 거치는 패스 플레이가 사라졌다. 힘과 높이를 앞세운 호주 선수들의 압박에 밀려 볼 배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전방으로 길게 올리는 패스가 반복됐을 뿐이었다. 후반 시작하면서 3명을 교체 투입한 수비진은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대표팀은 여러 차례 결정적인 역습을 허용하더니 결국 후반 43분 로버트 코니(전남)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내년 3월 카타르전을 시작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네 경기를 남겨둔 최 감독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경기에서 ‘플랜B’를 마련해 대표팀의 경쟁체제를 강화하려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수비진은 서른이 넘은 곽태휘(31·울산)·이정수(32·알사드), 중원은 해외파들에 또다시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전반 실점 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이후 수비가 흔들렸다. 최종예선에선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이동국의 골 감각을 확인했고, 이승기(24·광주)를 발견한 것이다. 이동국은 전반 12분 이승기의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에서 뛰는 골키퍼 마크 슈워처가 몸을 날렸지만 볼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9월 26일 이란전 명단에서 제외된 후 K-리그 여덟 경기에서 7골을 퍼부은 이동국은 대표팀에 복귀해서도 골 감각을 이어갔다. 이동국은 A매치 94번째 경기에서 30호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의 골을 도운 이승기는 측면 대체요원으로 최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해 8골·2도움으로 K-리그 신인상을 수상한 이승기는 올해 광주 FC에서 4골·1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최강희 “측면 무너져 실점”=평가전이지만 져서 아쉽다. 측면에서 거리 조절 실패나 패스 미스 등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평가전이라 선수들을 자주 교체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다. 오늘 경기보다는 내년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동국이 잘했다, 못했다고 평가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팀 전체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전반엔 황진성과 하대성을 전진 배치해 고립되는 걸 막으려 했는데 생각대로 안 됐다. 만약 오늘 경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무리해 소집했겠지만 오늘은 선수들을 평가하고, 내년 최종예선에 대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한다고 생각했다. 최종예선은 분명히 다르게 준비하고, 다르게 경기할 것이다.

화성=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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