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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에 매년 6억 썼더니…" 소주 회장님의 '역발상'

조웅래 선양 회장이 14일 ‘소주 회사가 숲 속 황톳길을 만든 이유’에 대해 기업 경영자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2006년 대전 계족산에 14.5㎞ 황톳길을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고 마라톤·음악
회 같은 행사를 열고 있다. [안성식 기자]

“소주 회사가 황톳길을 왜 만들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14일 오전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배서더 호텔 뷔페 식당. 대전 지역 소주 회자인 선양의 조웅래(53) 회장이 연사로 나섰다. 청중은 기업 경영자 6명. 문규영(61) 아주그룹 회장, 박영주(71) 이건산업 회장, 조동혁(62) 한솔그룹 명예회장, 윤병철(75) 한국 FP협회장 같은 이들이었다.

 조 회장은 2006년 대전시 장동 계족산에 14.5㎞짜리 황톳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먼저 들려줬다. “회사 방문자들과 산책을 하는데 한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왔길래 내 신발을 빌려줬다”며 “그 바람에 맨발로 흙길을 걸어보니 몸이 따뜻해지고 가뿐하더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황톳길을 만들어 누구나 와서 걸을 수 있게 하고 마라톤·음악회·전시를 수시로 열었다.

 그는 “지금은 이 길이 사업의 인프라로 큰 뒷받침이 된다”고 했다. “길이 명소가 되고 나니 소주 먹으란 얘기 별로 안 해도 사람들이 고맙다고 소주를 사먹더라”는 것. 선양을 인수했던 2004년 이 회사 소주 ‘린’의 충청 지역 점유율은 40%대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60%를 넘어섰다. 소주로는 드물게 여성 모델을 쓰지 않고, 2006년 이후엔 광고 비용도 30%가량 줄였는데도 그렇다.

 대신 황톳길에 매년 6억원을 들인다. 전북 김제에서 흙을 실어와 3개월마다 보수를 한다. 연주자들을 불러 공연을 하고, 매년 1만 명씩 참여하는 걷기대회도 하느라 비용이 드는 것. 처음엔 직원들이 반대했다. “그 돈 있으면 업소에 앞치마 한 장 더 주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기업은 역발상을 해야 한다며 황톳길 조성을 밀어붙였다. 그는 “지금은 지역 주민들이 하도 회사 칭찬을 하니 직원 250명이 똘똘 뭉쳐 ‘아무리 큰 회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조 회장은 1992년 2000만원으로 무선호출기 관련 업체인 ‘5425’를 창업했던 인물. 700-5425로 전화를 걸면 음악을 골라 자신의 호출기 인사말을 대신할 수도, 남에게 선물할 수도 있게 하고 수수료를 벌었다.

 2004년 충청 지역에서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던 선양주조가 매물로 나왔다. 조 회장은 300억원에 회사를 인수했다. 그 뒤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처음 하는 제조업에 연고도 없는 지역. 뭔가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회사를 키울 수 있겠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생각 끝에 ‘물건 하나 더 파는 것보다 지역 주민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게 황톳길 조성의 동기가 됐다.

 강연 중반엔 최근 제작한 ‘린’의 광고 영상을 보여줬다. ‘선양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고, 지친 몸을 쉬게 해준다’는 내용으로 황톳길을 배경으로 한 영상이었다. 조 회장은 “술 광고인데도 극장에서 전체 연령가 영화상영 전에 틀 수 있는 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소주는 자극적으로, 예쁜 여성을 앞세워 광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깬 역발상”이라고 했다.

 이날 강연은 기업 오너·CEO 20여 명의 공부 모임인 ‘엑설런스 클럽’이 마련한 것이었다. 멤버인 문규영 회장이 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한 행사에서 조 회장의 강연을 듣고 이 클럽에 초청했다. 문 회장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으로 출발했는데 회사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게 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박영주 회장은 “요즘 반기업 정서를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기업이 많다”며 “계산기 아닌 가슴으로 사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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