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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보육 때문에 재정파탄” 구청장들의 호소

서울의 구청장들이 내년도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전면 거부했다고 한다. 정치권이 무리하게 내놓은 무상보육 확대 공약에 따른 추가부담액을 못 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구청장들이 한목소리로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식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24개 구청장 가운데 19명이 민주통합당 소속이고 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며, 공동선언에서 빠진 강남구청장(새누리당)은 무상보육은 물론 무상급식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무상복지를 집행하는 일선 현장의 구청장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지방재정 여건으로는 퍼주기식 무상보육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현실은 도외시한 채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현재 소득하위 70%에게 지원하는 무상보육비를 내년에는 전 계층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유력한 대선후보도 모두 0~5세 무상보육을 공약하고 있다. 여기다 내년에 양육보조금까지 확대되면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할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여야 구청장들이 각 당의 당론과 대선공약을 거스르면서까지 무상보육비 추가부담액을 아예 내년 예산편성에서 제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대로 가면 재정이 파탄 난다는 호소가 엄살이 아니란 얘기다.

 무상보육 제도는 시행 첫 해인 올해부터 이미 파행으로 치달았다.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확대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원이 바닥나면서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나 중앙정부가 지방보육료 부족분을 메워주기로 해서 겨우 고비를 넘겼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예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라고 해서 없는 예산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만무하다. 결국 무상보육을 둘러싼 파행과 갈등은 재원이 없으면 어떠한 복지 확대도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상기시켜 준다.

 대선 주자들은 무상보육 확대를 포함한 각종 복지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재원조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복지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무상보육처럼 재원부족 사태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정책은 허상에 불과하다. 무상복지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되어야 할 ‘재정지출’이다. 그래서 재정이 바닥나면 ‘공짜복지’도 없는 것이다.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은 서울시 구청장들의 호소를 잘 새겨듣기 바란다. 우선 사탕발림의 복지공약을 내놓을 때는 그 재원을 어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빼내 조달할 것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막연히 부자 돈을 빼앗아 서민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로빈후드식 복지공약은 실현 가능성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 책임 있는 재원조달 방안이 없는 복지공약은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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