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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의 불편한 진실 - 현장 스타일 보니



◀◀◀ [특집] '18대 대통령 선거' 바로가기 ▶▶▶

대선이 36일 앞으로 다가온 13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충청지역에서 민생 행보를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민주노총·한국노총을 찾아 노동계 표심에 호소했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간담회장을 찾아 경제민주화 의지를 강조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세 후보는 각기 한 표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들의 현장에는 유권자들 눈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현장에서 본 박 후보는 장년층을 만나면 펄펄 날지만, 젊은이들과는 어딘가 어색한 모습을 드러낸다. 문 후보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과거를 현재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인상을 준다. 안 후보는 선하다는 이미지를 갖곤 있지만 미리 기획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직접 소통을 꺼리는 모습이다. 세 후보 캠프 취재진이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박근혜, 젊은층 만나면 너무 진지해 썰렁 … 장·노년들은 “이쁘다” 스킨십까지



지난 12일 광주 충장로의 한 커피숍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학생 3명과 동석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돈이 돌아야 장사하는 분도 신이 날 텐데, 저희들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에겐 “학생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그는 민생현안과 공약을 주제로 얘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잠자코 무거운 얘기를 듣기만 할 뿐이었다. 박 후보와 ‘제대로 된’ 대화를 주고받진 않았다. 박 후보가 일방적으로 공약을 나열한 뒤 “즐겁게 보내세요”라고 말하곤 이동하자 학생들은 당황해했다.



 닷새 전인 7일 서울여대에서 열린 ‘걸투’(girl-two) 콘서트에서도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사회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TV에서 인기를 끄는 ‘손병호 게임’(문제를 내 진 사람에게 벌칙을 주는 게임)을 했다. 벌칙으로 박 후보가 노래를 해야 할 차례가 됐는데도 그는 “반주가 있어야 한다”며 넘어갔다. 사회자가 “그럼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고 하자, 조카의 그림 이야기를 했다. 노래를 해달라는데 거절,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는데 또 거절. 분위기가 가라앉자 박 후보는 이른바 ‘썰렁개그’로 풀어보려 했지만 말 그대로 썰렁한 반응이 돌아왔다.



 지난 1일 전국대학언론인 합동 인터뷰에선 한 학생 기자가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박 후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곤 “여야 간에 결정해야지 지금 여기서 법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반대로 박 후보가 나타나기만 하면 뜨거운 분위기가 저절로 우러날 때가 있다. 나이 지긋한 장·노년층과의 만남이 그렇다. ‘박근혜’를 연호하는 목소리와 박수가 끊이지 않는다. “아이고, 이쁘구나” 하며 박 후보의 얼굴을 쓰다듬는 할머니도 있다. 보수층을 지지 기반으로 한 그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최근 그를 동행 취재한 한 외신기자는 “젊은이들이 박 후보를 좀 어려워하는 것 같다. 박 후보는 마치 보스 같다. 그에게 환호하는 시골에서와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2030에 다가간다며 중앙선대위 청년본부 발대식에서 구두를 빨간 운동화로 갈아 신기도 했지만, 그의 ‘보스 분위기’를 지우진 못했다.



그를 어려워하는 건 당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측근과 당직자들도 박 후보 앞에선 자세가 경직된다. 긴장한 탓이다. 한 비(非)박근혜계 의원은 “박 후보와 당직자들이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박 후보 앞에서 모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해 어색했다. 내가 먼저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풀었다”고 소개했다. 왜 어렵냐는 질문엔 여러 답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오너’여서, 한번 눈 밖에 나면 다신 안 봐줘서, 쓴소리를 듣기 싫어해서…. 어느 것이든 2030 스타일과는 다른 셈이다.



이소아 기자





문재인, ‘제2 노무현’ 시선엔 발끈하면서 … 틈만 나면 “참여정부 때는” 앞세워



#1. 문재인 후보가 생애 첫 투표자(만 19~21세)를 만난 6일 서울 서교동 카페. 한 학생이 “고졸 차별을 해소할 방안을 말해달라”고 하자,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공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했더니 소위 3개 명문대 출신 비율이 크게 줄었다”고 답했다.



 #2. 지난 9일 광주 서구소방서에서는 “참여정부 때 소방방재청을 설립하고 인원도 20% 늘렸다. 위험수당도 참여정부 때 늘렸는데 그 이후 이명박 정부 동안 전혀 인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3. 같은 날 조선대 강연에선 “참여정부 개혁안이 그대로 시행됐다면, 무안 혁신도시가 금년 말에 다 입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얘기를 하면서는 “이명박 정부도 고용 예산을 10조원이나 쓰지만, 되레 좋은 일자리는 줄었다”고 주장했다.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개혁의 저변이 넓어야 한다는 걸 참여정부 때 실감했다”고 했다.



 유권자와 비교적 편하게 만난 자리에서 나온 문 후보의 발언들이다. 논리 구조가 거의 같다.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때는 그랬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이렇다”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 누굴 만나건, 문 후보는 ‘참여정부’를 현재와 미래 정책의 준거로 활용한다.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같은 준비된 메시지부터, 즉흥적인 답변까지 거의 그렇다. “국가를 운영해본 경험이 최고의 장점인 동시에, 그 경험이 지식의 유일한 원천으로 작용해 문 후보를 더욱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그런데 정작 문 후보는 이런 점을 지적하면 발끈한다. ‘문재인을 제2의 노무현으로 보는 것’은 “언론의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반발한다. 실제 없는 얘기를 허구로 지어냈다는 거다. 지난달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2002년과 2012년의 시대정신이 달라졌고, 사람도 변했다. 노무현이 다시 정치를 한다 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후보 본인과 캠프가 얻으려는 이미지는 ‘노무현으로부터 자유로운 문재인’이다. 하지만 유권자들 앞에서 ‘참여정부’를 쉼 없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문 후보 자신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말하는 과정에서 좀 더 신뢰를 주기 위한 근거로 참여정부가 등장한다”며 “그 부분을 좀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리 정해진 것 외엔 답하지 않는 것도 ‘문재인 스타일’이다. 지난 7일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할 때다. 그는 준비된 원고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은 뒤, 단상 가운데에 앉았다. 취재진이 그에게 질문하자 사회자가 “후보님께서는 질문을 받지 않으신다고 사전에 말씀드렸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복지비전 발표 때도 원고만 읽고 나갔고, 진행자는 “답은 실무자가 하겠다”고 했다. 준비된 소통은 결국 일방적 소통인 셈이다.



강인식 기자





안철수, 특강서 중요 사안 꺼내 일방 발표 … 질문 피하고 국회의장 인사 외면도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9월 19일) 이후 9차례 지방을 돌았다. 그때마다 재래시장을 빼놓지 않았다. 상인들은 그에게 곶감, 닭강정을 건네곤 했다. 반가움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상인들이 맛보라며 건네주는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그냥 손에 들고 있다가 수행팀에 건네줬다. 주변에선 “시장 음식은 불결하다고 생각해 안 먹느냐”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는 최근 직접 해명했다. “TV를 보면서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뭘 (받아)먹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어서 안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진 못했다. 안 후보는 요즘 상인들이 건네는 음식을 ‘되기 싫어하던 사람’과 똑같이 받아먹고 있다.



 안 후보는 정계 입문 전 전국을 돌며 20대와 만나 ‘청춘콘서트’를 했다. 이를 근거로 ‘소통 후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콘서트는 일방향 소통이다. 요즘도 그렇다. 그는 중요한 얘기는 대학 특강에서 하곤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만나자는 제안(전남대 11월 5일)도, 의원 정수를 줄이는 등의 정치쇄신안(인하대 10월 23일)도, 정치개혁과 특권 포기 등의 후보 단일화 조건(세종대 10월 17일)도 모두 대학 강연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기자들의 질문은 제대로 받지 않았다. 역시 일방적이다.



 그는 거의 모든 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자리를 피하거나 “네네. 국민들이 만들어주시면”이라는 식으로 건성건성 대답한다. 캠프 관계자는 “중요한 얘기를 예고도 배경 설명도 없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던지고 사라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내부에도 있다”고 했다. 캠프 측도 기자들의 질문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 미리 약속된 질문 아니면 ‘약속 위반’이라며 도중에 끊기도 했다.



 외모와 달리 쌀쌀맞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안을 주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7일 한 전시회에서 안 후보와 마주치자 "강창희입니다”며 먼저 인사를 청했다. 안 후보가 아는 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말없이 손만 살짝 걸친 듯 악수하곤 바로 자리를 옮겼다. 한 참석자는 "3부 요인 중 한 분인 국회의장의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김대중기념사업회 토론회에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안 후보는 다른 내빈과는 인사했으면서도 유독 이 대표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 안 후보는 “빨리 이희호 여사님을 따라가라고 (수행원이) 등을 밀어서”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쪽에서 불만이 전달된 뒤였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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