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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 점퍼’ 교수님, 학생과 점심 힐링캠프

김도식 건국대 철학과 교수(모자 쓴 여학생 왼쪽)와 학생들이 과단체복인 표피무늬 점퍼를 입고 모였다. 학생들은 김 교수를 “권위적이지 않은 친구 같은 교수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종근 기자]
지난해 건국대 철학과에 합격한 송영록(20)씨는 ‘안녕. 난 철학과 김도식이야. 졸업할 때까지 잘 지내보자’라는 문자를 받았다. ‘선배인가요’라고 묻자 ‘아니’라는 답이 왔다. 입학 동기라고 생각해 전화로 “도식아”라며 말을 놨다. 하지만 송씨는 입학 후 첫 수업에서 얼굴이 화끈했다. 강단에 올라온 교수가 ‘도식이’였던 것이다. 문자를 받은 학생들이 “죄송하다”고 하자, 김 교수는 “내가 교수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웃었다.



김도식 건국대 철학과 교수
“넌 누구고, 뭘 원하나 물을뿐”
선친은 김태길 학술원 회장

 건국대 김도식(48·철학) 교수는 ‘괴짜 교수’로 유명하다. 표범 가죽무늬 점퍼 차림으로 교정을 거닐고, 연구실에선 간혹 곰인형을 껴안고 있다. 학생들이 있는 ‘과방’에 내려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가 가르치는 교양과목 ‘철학의 이해’는 수강 신청 즉시 마감된다. 게시판엔 ‘수강 양도할 분 없냐’는 글이 수두룩 올라올 정도로 인기다.



 1999년부터 김 교수 홈페이지에는 ‘밥사주세요’란 제목의 달력이 있다. 학생들이 달력을 보고 ‘밥 약속’을 신청한다. 김 교수가 함께 점심을 먹는 학생은 한해 평균 150명. 2~3시간 넘게 이어진다. 학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김 교수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 지금 마음이 어떠니? 많이 외롭지는 않니?”



 법대를 가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네 번이나 치르고도 실패해 문과대학에 입학한 정모(28)씨는 김 교수의 잔잔한 질문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사법고시에 실패한 아버지의 기대감 때문에 4수까지 했지만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 평가하지 않고, 비밀을 지켜준다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킨다. 김 교수는 “나는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지낸 고 김태길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이다. 부친의 수필 ‘멋없는 세상 멋있는 사람’은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사회변화를 이끌어 낼 학문을 연구했지만 나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스승의 역할,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이같은 노력으로 건국대 철학과를 올해 중앙일보 대학 학과평가에서 전국 46개 대학 가운데 2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교내외 연구비 지원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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