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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오바마와 시진핑이 펼치는 합종연횡 외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미국 대통령은 1년 중 며칠이나 한국을 생각할까요?” 우리 학자가 미 외교관에게 물었다. “글쎄요. 보름 정도될까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한국 담당 과장으로 일했던 이의 대답이다.

 이번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에게 중국은 어떠냐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한 달 남짓”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중을 고려하며 정책을 짜야 하는 우리와는 적지 않은 온도 차이가 있다.

 중국 지도자는 나머지 시간엔 어디를 생각하는 걸까. 중국 학계의 관심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온통 대국관계(大國關係)에 매달려 있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대국관계는 큰 나라끼리의 관계다. 중국은 바로 미국과의 관계에 올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2010년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뒤부터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로 고민 중이다.

 내일 출범하는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맞닥뜨린 가장 큰 대외적 난제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지난 2월 미국 방문 때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중·미가 21세기에 걸맞은 ‘신형(新型) 대국관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신형 대국관계가 뭘까. 구형(舊型) 대국관계에 대조되는 말이다. 중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세계엔 세 가지 대국관계가 있었다. 영·미, 미·소, 미·일 관계가 그것이다.

 영·미 관계는 언어와 신앙 등 공통점이 많아 영국에서 미국으로의 권력이양이 별 탈 없었다. 미·소 관계는 극한 이념 대결을 펼치다 소련의 해체로 막을 내렸다. 미·일 관계는 일본이 온전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터라 비정상적 상태였다.

 중국은 중·미가 지난 세기의 모델을 따를 수 없다고 말한다. 신형 대국관계가 필요하단다. 시진핑에 따르면 신형 대국관계란 중·미가 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걸 뜻한다.

 미국은 2008년 G2(Group of Two) 개념으로 미·중 관계를 설정하려 했다. 미·중 두 나라가 세계를 이끄는 구조다. 중국은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미국과 짝을 이뤄 세계를 리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고 자체가 ‘패권적’이라 말한다.

 대신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C2를 제시했다. C는 협조(Coordination)나 협력(Cooperation), 공동체(Community)를 뜻한다. 중국의 C2 제기엔 역사적으로 대국끼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서방의 전통 논리를 깨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C2에 의한 신형 대국관계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에서 전국시대(戰國時代) 합종연횡(合從連衡)의 사고가 엿보인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스치핑(石齊平)이 강조하는 말이다.

 전국시대에 칠웅(七雄)이 있었다. 가장 강성한 진(秦)은 가장 서쪽인 산시(陝西)에 포진했다. 둘째 세력인 제(齊)는 가장 동쪽인 산둥(山東)에 자리했다. 나머지 5국은 두 강국 사이를 북에서 남으로, 종(縱·세로)으로 늘어섰다.

 당대의 사상가 귀곡자(鬼谷子) 문하에 두 제자가 있었다. 소진(蘇秦)이 하산해 진을 제외한 6국을 연합시켜 진에 대항케 했다. 남북을 연결하는 세로 연합으로 합종(合從, 從은 縱)이다.

 그러자 이번엔 장의(張儀)가 나섰다. 그는 진을 위해 6국을 돌며 진과 6국 간의 개별 동맹을 추구했다. 진은 동과 서, 즉 횡(橫)으로 연결하는 작전을 구사했다. 연횡(連衡, 衡은 橫)이다. 연횡이 성사되자 합종은 깨졌고, 진은 이후 각개 격파를 통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미국이 현재 ‘아시아 회귀’를 내세우며 한·일과 동맹을 강화하고, 호주엔 군대를 주둔시키며, 필리핀과 싱가포르에서 기지를 찾는 게 소진의 합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후 처음 찾는 곳도 바로 미얀마 등 아시아다.

 이에 맞설 중국의 전략은? 자연히 장의가 취한 연횡이다. 중국이 미국에 제시한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을 설득해 ‘합종’을 깨려는 21세기판 ‘연횡’ 책략의 시작이란 것이다.

 후진타오는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 및 경제대화에서 지구는 미·중의 공동 발전을 수용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부상이 필연적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야기할 것이란 ‘중국 위협론’을 깨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노력하는 자는 반드시 성공하며, 길 떠나는 자는 반드시 목적지에 이른다(爲者常成 行者常至)’는 안연(晏然)의 말을 인용하며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위해 함께 길을 떠나자고 촉구했다.

 미·중 국교 수립의 주춧돌을 놓았던 헨리 키신저 또한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On China)』에서 ‘미·중 태평양공동체’ 건설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 대국관계와 맥이 닿아 있다. 대국 사이의 충돌보다 협력을 강조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신형 대국관계’나 ‘태평양공동체’ 운운이 모두 대국의 입장에서 말하는 책략이란 점이다. 그 사이에 낀 나라에 대한 배려는 생략돼 있다.

 결국 우리 살길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그 시작은 미·중이 펼치는 합종연횡을 이용할 비전과 능력을 가진 지도자 뽑기다. 박·문·안으로 불리는 세 후보에게서 찾아야 할 건 과연 누가 ‘대한민국의 21세기 전국책(戰國策)’을 가졌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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