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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선거로 고민하는 한국인을 안타까워하며 중국인이 보낸 편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중국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중앙일보 인터넷판 애독자라며 e-메일을 보내왔다. 좀 길지만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저는 베이징에 사는 장아무개라고 합니다. 한국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용기를 내 글을 씁니다. 평범한 중국인의 생각이라 이해하시고 끝까지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는 아내와 잘 지내지만 가끔 다툴 때가 있습니다. 쇼핑 때문입니다. 저는 쇼핑을 싫어합니다. 뭘 골라야 할지 늘 고민입니다. 영어로 ‘쇼퍼스 블록(shopper’s block)’, 바로 그겁니다.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뭘 선택해야 할지 항상 망설이게 됩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지독히 따집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돌아서서 다시 보고, 도대체 몇 번을 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짜증도 납니다. 저는 대충 고르자고 하고, 아내는 안 된다고 하고, 그래서 백화점이나 마트에 갈 때마다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대선을 앞둔 한국인의 심정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요. 그 후보가 그 후보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아마 골치가 아프실 겁니다. 아무나 찍으면 어때 하다가도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 같기도 하고, 쇼핑할 때 저처럼 수시로 생각이 왔다갔다하지 않습니까.



 아시겠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을 위한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보터스 블록(voter’s block)’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제가 고민 안 해도 제일 유능하고 경험 많고 실력과 인품, 업적이 검증된 지도자를 알아서 척척 선출해 주니 말입니다. 막대한 선거 비용 써가며 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해놓고는 잘 뽑았네 못 뽑았네 싸우는 나라들과는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잘난 척해서 죄송하지만 21세기는 민주주의와 일당독재의 대결이 아니라 ‘좋은 거버넌스’와 ‘나쁜 거버넌스’의 싸움이라고 봅니다. 중국식 거버넌스는 지방 차원의 풀뿌리 민주주의와 중앙 차원의 능력주의(meritocracy)가 조화를 이룬 가장 이상적인 통치 방식입니다. 선거와 발탁(selection)이 결합된 중국식 거버넌스가 선거로만 이루어진 서구식 민주주의보다 훨씬 우월한 제도 아닐까요. 미국 선거 보세요. 말이 민주주의지 돈 선거 아닙니까. 인민이 주인이 아니라 1%가 주인인 선거 아닙니까. 선거 때마다 고민하는 한국 국민이 안타까워 해본 소리니 너무 고깝게 듣진 말아 주세요. 한국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편지를 읽고 잠시 생각하다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 “사오관셴스(少管閑事).”



 “선배, 대낮에 웬 잠꼬대?”



 “내가 뭐라고 했는데?”



 “방금 ‘너나 잘하세요’라고 했잖아요.”



 낮술이 좀 과했던 것일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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