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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문재인 되면 박근혜 된다?

전영기
논설위원
대선이 35일 남았습니다.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야권단일후보는 누가 될까?’ ‘그는 박근혜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미래 예측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래도 인간은 그런 일을 감행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물어보거나(여론조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정한 패턴에 주목하거나(구도 파악), 과거 비슷한 사례들을 현재와 비교해보는 방식(역사 연구)을 사용하면 위험성을 줄이면서 선거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치권과 시중에 떠도는 예측 명제들 가운데 특별히 “문재인 되면 박근혜가 유리하고, 안철수 되면 박근혜가 불리하다”는 명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의 용감하고 의지적인 행위가 개입돼 다른 쪽으로 상황이 진전될 수도 있겠지만 이 명제는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되면 박근혜가 된다? 열흘 뒤 문재인이 야권 후보단일화의 주인공이 된다면 대선 본선에서 박근혜가 유리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왜 그런 주장이 나왔을까요. 우선 여론조사입니다. 지금까지 10여 개 여론조사 기관이 숱하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단일후보 문재인’이 박근혜를 이긴 조사는 드뭅니다.



 두 번째는 문재인이 단일후보 될 때와 안철수가 단일후보 될 때 발생하는 상대방 지지층의 이탈률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단일후보가 될 때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률이 10%라면 안철수 단일후보가 될 때 문재인 지지층의 이탈률은 5%가 나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조사기관마다 이탈률의 수치 차이가 있지만 격차만은 마치 규칙처럼 5%포인트 수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올해 대선의 유권자는 약 4000만 명으로 투표율을 70%(2002년 노무현 당선 때 투표율)로 잡는다면 유효투표자 수는 2800만 명이 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두 후보의 평균 지지율을 대입해 계산해보니 이탈표 격차가 대략 40만 표였습니다. 이번 대선은 여권과 야권 지지자가 총집결하는 유례없는 진영싸움이 될 겁니다. 과거 비슷한 진영싸움이 전개됐던 때는 1997년의 김대중 대 이회창, 2002년의 노무현 대 이회창의 격돌이었습니다. 각각 39만 표와 57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이런 눈터지는 계가바둑에서 안철수 지지층 40여만 표가 이탈한다면 문재인 단일후보는 어려운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단일후보의 경쟁력이 박근혜에게 못 미치는 세 번째 이유는 경쟁구도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 박근혜의 2강 구도가 형성되면 노무현 대 박정희의 역사 싸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유권자와 박정희를 추억하는 유권자의 기억 경쟁에서 누가 앞설까요. 역대 대통령에 대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박정희는 언제나 1등, 노무현은 2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답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관심 갖는 예측 명제의 뒷부분은 “안철수 되면 박근혜가 불리하다”입니다. 만일 후보단일화의 주인공이 안철수로 확정된다면 대선 본선에서 안철수가 이길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죠. 안철수는 그동안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를 대부분 이기는 걸로 나왔고, 지지층 이탈률이 문재인보다 5%포인트 적으며, 본선에선 새 정치 대 헌 정치의 경쟁구도가 짜일 것이기에 박근혜가 불리하다는 얘기입니다.



 대선의 예선인 야권단일화는 어떨까요. 이 경우엔 안철수 전망이 상대적으로 어둡습니다. 일주일 전 후보단일화 합의 이래 문재인의 지지율 추격은 눈부십니다. 후보단일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호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안철수를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에도 후보단일화 선언 뒤 지지율 3위였던 노무현은 열흘 만에 2위 정몽준을 따라잡았습니다.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100만 명가량 민주당 지지당원의 위력이 단일화 국면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고위급 국회의원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단일화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전국의 민주당원들에게 전화기 앞에 앉아 있거나 휴대전화로 착신전환을 해놓고 조사를 기다리라는 지침이 내려갈 것이다. 조직이 없는 안철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응하는 노하우가 쌓여 있다.”



 예측엔 자기실현적 예측(self-realizing prediction)과 실현방해적 예측(self-defeating prediction)이 있다고 합니다. 예측에 인간의 정신을 맡김으로써 스스로 예측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자기실현적 예측이라고 합니다. 예측은 됐으나 인간의 의지와 행동으로 그걸 무력화시키는 것을 실현방해적 예측이라고 합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가 지금까지 저의 예측을 자기실현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실현방해적으로 행동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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