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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기자의 까칠한 무대] 진짜 뮤지컬이란 이런 것 … 레미제라블의 충격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 가운데 포옹하는 이는 이지수(코제트)와 조상웅(마리우스). 뒤에 서 있는 이는 왼쪽부터 조정은(판틴), 정성화(장발장), 박지연(에포닌). [사진 KCMI]
3개월 전 뮤지컬 ‘레미제라블’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너무 약하잖아’라는 반응이었다.



 그럴 만했다. 조금 알려진 배우라곤 정성화(장발장), 조정은(판틴), 김우형(앙졸라) 정도였다. 나머지는 조연급이거나 신인이었다. 요즘 뮤지컬 한다 하면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아이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래 갖고 표 팔리겠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겠어?”라는 게 이 바닥 정서였다.



 게다가 10여 개월 공연하는데 원캐스팅(one casting·하나의 배역을 배우 한 명으로만 소화하는 것)이라니. “한국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 싶었다.



 공연장도 뜨악했다. 경기도 용인의 신생극장 포은 아트홀이었다. 이후 대구·부산을 거친 뒤 내년 4월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이었다. 2년 전에도 이 제작사는 ‘미스 사이공’을 올린 바 있는데 그때도 비슷했다. 지명도에 연연하지 않고 배우를 뽑았고, 지방을 거쳐 충분히 숙성하고선 서울로 입성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흥행은 실패했다. 작품은 좋았을지언정 스타와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뻔히 실패했던 제작 과정을 다시 고집한다는 거, 어딘가 오만함으로 비쳐졌다.



 나 역시 그런 심정으로 11일 ‘레미제라블’을 보러 갔다. 막상 보고 나선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몇 년전 해외에서 봤던 작품 맞나 싶었다. 회전무대가 아닌, 영상과 접목되면서 작품은 훨씬 세련되게 변모했다. 조금의 막힘도 없이 물 흐르듯 장면이 이어졌고, 느닷없이 튀기보다 작품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격(格)이 있었다.



 거기에 정성화의 신들린 연기와 노래는 말 그대로 압권이었다. 그가 ‘집으로(Bring Him Home)’을 부를 때 소름이 쫙~ 끼쳤다. 막이 내리자 나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치고 말았다. 같이 간 일행의 감상평은 이랬다. “여태 본 건 뮤지컬이 아니었네요. 이런 게 진짜 뮤지컬이네요.”



 요즘 한국 뮤지컬계의 화두는 다름 아닌 ‘스타’다. 다들 스타를 캐스팅하느라 안달을 낸다. 회당 몇 천 만원의 개런티가 오가고, 한 배역에 더블·트리플도 모자라 5~6명의 배우가 한꺼번에 캐스팅되는 형국이다. 누구도 작품에 대해선 말을 안 한다. 그러곤 관객 탓을 한다. 스타를 좇는 ‘빠순이’만 넘쳐 나니 좋은 작품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냐는 항변이다.



 정말 그럴까. 혹시 관객이 지금껏 제대로 된 뮤지컬을 못 본 게 아니었을까. 제작자가 어설프게 만들어놓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타를 꽂고선 “한국 관객은 이래야 들어와”라고 핑계 대는 건 아닌지…. 과연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한 뮤지컬이 있긴 했을까.



 아직은 초반인 탓인지 ‘레미제라블’ 객석이 꽉꽉 차진 않은 모양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공연장도 불리한 요소인 듯싶다. 그래도 주말엔 유료 점유율 95%를 넘기며 빈자리가 없다고 한다.



 분명한 건 ‘레미제라블’의 성공 여부가 “스타냐, 작품이냐”의 갈림길에 선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가를 척도가 되리라는 점이다. 한국 관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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